13892350_1167784009929803_327840681720938421_n‘도시’는 항상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곳으로 경제나 정치의 중심지이자 상업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근대 도시로 접어들면서 그 복잡성은 증가하고 첨단 기술이 집결되는 곳의 이미지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러한 발전과 기술집약적인 성장 속에서 사는 도시인들이 가끔은 잊고 있는 부분을 다시 찾아보자는 감성을 전하는 사람들도 있고 때로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근본적인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예술 작품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식스스트릿(6ixstreet)의 <<오래 프로젝트>>

식스스트릿은 다큐멘터리 영화계에서 연출 및 제작자로 활동한 이동주, 이효림, 김민효 3명으로 구성되었다. 앞으로 융복합 콘텐츠를 만드는 목표를 두고 있으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숙성(Old enough)된 공간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일의 의미를 조망하는 웹 기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로 <<오래프로젝트>>를 영상을 제작하였다.

인터랩은 식스스트릿의 이 프로젝트의 영상에서 ‘도시의 모습’이라는 클리셰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보고 작게는 융합하고 복합하는 이런 것들이 사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것을 한 데 묶는 것이라기 보다 우리가 보는 세상 안에서 자칫 오래되고 익숙해서 그 중요성을 잊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주목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느꼈다.

[오래프로젝트_하나.성우이용원]%ec%98%a4%eb%9e%98%ed%94%84%eb%a1%9c%ec%a0%9d%ed%8a%b8-%ec%ba%a1%ec%b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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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a1m9npf3Xdw&feature=youtu.be

“서울 만리동 고개를 거닐다 보면 정지된 시간과 만난다. 시멘트 계단이 힘겹게 받치고 있는 외관은 5도쯤 기울어있고, 슬레이트 지붕 밑으로 초가(草家)의 흔적. 아귀가 맞지 않는 나무문 옆에 삼색등이 삐걱대며 돌아간다. 90년 째 세월을 깎는 이발소. 성우이용원이다.

주인장 이남열씨는 외할아버지, 아버지의 대를 이어 3대째 이 곳을 지키고 있다. 1927년 일제강점기 때 문을 열어 지금도 성업 중이다.

70년대 풍경을 재현해 놓은 듯한 내부. 말가죽에 잘 벼린 면도날에 머리칼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목덜미에 닿는 비누거품의 차가운 감촉. 양철통 속에서 데워진 물이 파란색 플라스틱 조리개에 담겨 헹굼물로 쓰인다. 한결같은 풍경 속에서 고희의 이발사는 오늘도 한결같이, 정성을 다한 가위질을 멈추지 않는다.”

 

[오래프로젝트_둘.박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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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oU9Pg0u4DAo&feature=youtu.be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도장포 박인당에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도장을 만날 수 있다.

함경남도 신흥군이 고향인 그는 어려서부터 갈고닦은 조각 기술로 1978년부터 박인당의 상호를 내걸고 인각(印刻)을 업으로 삼았다.

컴퓨터로 쉽게 찍어내는 획일화된 도장에 반해 박호영 명장은 직경 18mm 정도 면적의 작은 나무 몸통에 글자 하나하나씩 새겨 넣어 유일무이함을 빚어내는 손도장만을 고집한다.

“나는 여전히 배운다. 인생은 평생 배우는 것죠.

인장으로 대한민국 명장의 호칭을 얻은 그의 말 한마디와 세월이 녹아든 손에서 일에 대한 집념 (執念)이 느껴졌다.

조각칼이 긁는 소리만으로 채워진 고요한 방에서 홀로 꼿꼿하게 걸어온 자기만의 길.

작업실 벽을 가득 채운 상패들은 그가 걸어온 길을 지지해주듯 장인이 앉은 자리 뒤에서 은은히 빛을 냈다.

 

[오래프로젝트_셋.소공동 양장점 체스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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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eK7CpfjROCs&feature=youtu.be

 

“서울 중구 소공동, 반백년의 오래된 상가 건물을 지나다 보면 그 끝에 옛 소공동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점포 하나. 43년 전통의 양장점 체스타필드가 있다.

 

소공동 양장점 체스타필드 김욱진 대표는 기술을 배우려고 열아홉살에 제주도에서 상경했다.

조수로 일을 시작해 차분하고 꼼꼼한 성품덕에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손에 배인 초크가루와 굳은 살이 지난 시간과 노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오늘도 그의 손에 쥔 바늘은 손님의 옷에 개성과 품격을 입히기 위해 쉼 없이 한땀 한땀 나아가고 있다.”

 

[오래프로젝트_넷.학림다방]%ec%98%a4%eb%9e%98%ed%94%84%eb%a1%9c%ec%a0%9d%ed%8a%b8-%ec%ba%a1%ec%b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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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ppgsF151Fos&feature=youtu.be

 

“투박한 소파. 낡은 기둥, 오래된 LP판, 클래식한 업라이트 피아노. 스피커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이 흐르는 공간.

1956년 이래, 독재정권에 맞서던 대학생들과 예술가들이 드나들던 학림다방의 문턱은 지금도 그 발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센 이들은 한잔의 커피에 그 시절을 머금어 본다. 그 옆에는 예전처럼 시대를 논하고 예술을 만끽하는 청춘들이 있다. 그렇게 학림은 지금의 젊은이들과 옛날의 젊은이들이 어우러지는 터가 되었다.

 

이충렬 사장은 한국에도 세대를 이어주는 커피숍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학림의 네 번째 다방지기가 되어 오늘도 따뜻한 커피 향을 담아내고 있다.”

 

 

[오래프로젝트_다섯.일광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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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2JyQ1DdIJEY&feature=youtu.be

 

“서울시 종로구 충신동 언덕 길 위에 햇빛처럼 걸려 있는 빛 바랜 세탁소.

잘 다려진 옷가지들이 천장에 매달려 찾아 올 손을 기다리는 듯 줄서있다.

일광세탁소의 주인 김명필 내외는 빼꼼 동네를 살피며 단골이 언제오나 내다본다.

바삐 돌아가는 재봉틀만큼이나 빠르게 저문 시간.

서른 한 살 때는 묵은 때 벗겨내 하얗게 해주는 일이 마냥 좋았다. 어느덧 반세기가 지나 여든을 바라보는 지금도 질리지가 않는다고 한다. 담담히 과거를 회상하는 세답장( 洗踏匠)목소리에 깃든 것은 아쉬움이 아닌 자부심이리라.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사장님의 미소가 갓 세탁을 마친 와이셔츠만큼이나 하얗게 빛났다.”

 

<오래프로젝트>의 영상 시리즈를 처음접할때엔 언뜻 보기에는 ‘쾌적’해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직업인의 소명을 다하며 즐겁게 살고 계시는 분의 인터뷰를 보며 어떠한 감성적인 울림을 느낀다. 사실 김치도 장도 ‘숙성’과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 오래 묵힌 시간에서 가치가 느껴지게 되는데 우리는 시간이 지나며 변색되고 빛이 바래는 것을 보고 ‘버려야 할 것’, ‘바꿔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도시’라고 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새롭고 편리하지만 각박한 곳이라는 느낌이 있듯이 우리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는 ‘새롭’지만 ‘정감’어린 ‘쾌적한 힐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오래프로젝트는 2016년 현재 서울에서만 진행되고 있지만 2016년 12월까지 서울 시즌을 완성하고 내년부터는 전국 행정구역 9개도 경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전북, 전남, 제주)로 확장 및 시즌제로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고 VR 영상 서비스 구축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editor 김 주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