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 다비드

토레 다비드, 다비드의 탑이라는 뜻으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 중심부에 위치한 45층짜리 건물이다. 당시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부흥의 막바지를 보여준 건물로 90%가 완성된 채로 도시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1993년 개발자인 다비드 브릴렘버그가 사망하고 1994년 베네수엘라에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건설 자금을 지원하던 금융사들 역시 파산하게 되면서 건설이 중단된 채 남겨지게 된다.

베네수엘라는 90년대 중반 이후로 지속된 경제 불황으로 많은 국민들이 집을 잃게 되고 도시 외곽으로 여러 빈민촌이 형성되게 된다. 이에 더해 2007년 카라카스시를 덮친 큰 홍수로 인해 산 중턱에 형성된 빈민촌인 바리오 지역이 파괴된다. 그렇게 자신들의 살 곳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13년 동안 방치된 건물인 토레 다비드를 찾게 된다. 처음에 몇몇 가족이 모여들어 살게 된 토레 다비드에 지금은 750여 가구 이상이 불법거주를 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 토레 다비드는 세계 최고층의 “수직형 빈민가”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토레 다비드 전경
토레 다비드 전면이곳은 총 5개짜리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본 건물인 토레 다비드(A동), 주차 타워, 아트리움, 그리고 B동과 K동이 있다. 사람들은 주로 본 건물(A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사회적인 편의 시설 역시 A동에 가장 집중되어있다.건물 도면처음에 그곳을 임시거처로 삼아 텐트를 치고 살아가던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그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 점차 건물을 변형시켜간다. 자신들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키고자 혹은 위험을 좀 더 방지하고자 외벽을 쌓아 올리고 난간을 만들어 간다. 그리하여 처음 그들이 들어왔을 때와는 다르게 건물의 상당부분이 변형되고 보수되어 간다. 주차타워의 벽을 뚫어 K동과의 연결 통로를 만들어서 각 건물 간 이동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기도 하고, 각 가구 간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벽을 세워 아파트 형식의 구조를 갖추어 간다.

토레 다비드의 거주민들은 자율 공동체인 조합을 결성하여 자신들의 거주권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토레 다비드의 거주민들은 다른 어떤 집단보다 높은 응집력과 결속력을 보여준다. 보통 어떤 집단은 형성되고 난 후 자신들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토레 다비드의 주민들 간의 결속력은 점차 강해지는 성격을 보인다. 왜냐하면 그들의 결속력이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정과 질서 유지를 위한 상호의존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이 공권력에 의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정한 위치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토레 다비드를 점거한지 2년 만인 2009년에 <베네수엘라의 추장>이라는 협동조합을 등록하였고 조합의 자격을 얻어냈다.

이러한 공동체 중심적인 모습은 토레 다비드에서 자리 잡은 여러 공간에서 확인된다. 토레 다비드에서 우리는 하나의 완성된 커뮤니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게시판을 통해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정해진 일정에 맞춰 공용 공간을 청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상층(B동)에 자리한 교회에서 신도들은 주기적으로 예배에 참석한다. 국민의 대다수가 가톨릭교를 믿는데 반해 거주민의 대부분은 복음 성령 강림 교회의 신자이다. 복음 성령 강림 교회 신자들이 역사적으로 도시의 주요 건물들을 교회나 사회적 모임을 위한 장소로 무단 사용해온 것을 보았을 때 이상하게 생각될 일도 아니었다.게시판청소

지상층에 자리 잡은 농구 코트 역시 거주민들은 단합시키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그들은 농구팀을 결성하여 이웃이나 주변에 있는 다른 바리오 지역의 농구팀과 시합을 벌이기도 한다. 협동조합에서는 그들에게 필요한 장비나 유니폼을 제공하고 팀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까지 지정해주었다. 또한 농구코트에서 지켜야할 의복이나 행동 역시 잘 규제되어 있었다. 거주민들은 그들이 마련해놓은 질서 아래에서 살고 있었으며 그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만든 최소한의 규제였다.

농구

계단

마지막으로 복도와 계단은 가장 많은 거주민들이 교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공용 공간에서 그들은 잠시 멈춰 서서 대화를 나누거나 뉴스거리를 나누면서 유대감과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특히 토레 다비드에서 계단의 사용은 불가피하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초고층 공간(45층)인 이곳에서 계단은 결국 언젠가는 모두가 모두를 만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단 하나의 이동 수단인 것이다. 사실 설계상 엘리베이터는 존재 했지만 부품들이 다 사라져버렸고, 토레 다비드에는 엘리베이터를 가동시킬 만큼 전력 설비가 풍부하지 않았다. 또한 저소득층인 거주민들 역시 비싼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대신에 그들은 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일정 돈을 지불하고 주차타워(10층)의 경사로를 통해 짐을 옮기는 그들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 또한 토레 다비드에는 그들이 자급할 수 있는 식료품점이나 잡화점이 곳곳에 입점 되어 있다.

복도오토바이상점

토레 다비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유기적인 조직과 같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건물”인 것이다. 그곳에서 하나 정적으로 고정된 것이 있다면 콘크리트로 된 골조뿐이다. 그 외에 모든 것은 유동적이다. 건물의 물리적 요소도,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 역시 둘 다 유기체처럼 성장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유휴 공간을 보는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버려진 공간이지만 충분히 쓸모 있는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유휴 공간들을 통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물론 토레 다비드는 자생적이기는 했지만 ‘불법적’이라는 이유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휴 공간이 다양한 이유로 살 곳을 잃은 도시 난민들을 위한 하나의 제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토레 다비드는 공간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에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자료>
알프레도 브릴렘버그 외, 『토레 다비드』, 김마림 역, 미메시스, 2015
어반 싱크 탱크 홈페이지
http://u-tt.com/project/torre-david/

editor 장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