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시에 머무르다 6번째에서는 정수복 사회학자이자 작가가 쓴 책 『파리의 장소들』과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를 다룬다. 이 두 책은 스스로를 ‘산책자’ 또는 ‘떠돌이’라고 표현하며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이방인의 시각으로 파리와 서울이라는 도시를 보고 생각하는 그만의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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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고고학(archaeology)와 고현학(modernology)을 대비시키는데 고고학이 과거의 흔적으로 그들이 살았던 삶을 유추하는 학문이라면 고현학은 지금 여기 우리가 사는 눈앞에 보이는 대도시의 풍물들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것이라 보고 고현학으로 지금 도시를 바라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걷기’에서 찾는다.

예를들어 『파리의 장소들』에서는 4가지 도시 읽는 법을 제안하여 파리의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을 읽는가 하면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에서는 도시를 걷는 16가지 방법을 제안하여 고현학적 방법으로 서울을 살핀다. 얼핏 보면 이러한 제안은 요즘 미술관에서 퍼포먼스 예술이나 관객참여형 현대미술 작품을 위해 제공되는 메뉴얼과 같이 보이기도 한다.

 

< 4가지 도시 읽는 법 –파리>

잘 알려진 ‘장소’ 다르게 보기

피하고 싶은 ‘장소’ 일부러 찾아다니기

장소’에 숨은 뜻 자세히 찾아 읽기

한가로운 ‘장소’ 마음 가는 대로 걷기

 

 

<도시를 걷는 16가지 방법-서울>

  1. 도시 전체를 보여주는 큰 지도를 벽에 붙이고 매일 다닌 지역을 표시한다.
  2. 편안한 보폭으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천천히 걷는다.
  3. 도로, 자동차와 사람들의 흐름, 가로수, 건물, 상점, 간판, 신호등, 진열창 등을 찬찬히 자세하게 바라본다.
  4. 밖에서 보는 건물과 들어가 본 건물은 다르다.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모조리 다 들어가본다.
  5. 처음 가보는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먹고 마시고 무엇 하나라도 산다.
  6. 안 가본 구역, 낯설고 잘 모르는 동네를 일부러 찾아다닌다.
  7. 도시의 역사, 문화에 대한 책, 여행기, 안내 책자 등을 다양하게 읽는다.
  8. 책에서 알게 된 장소를 방문하여 사실을 확인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9. 때로 함께 걸을 친구를 만들어 방문한 동네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며 걷는다. 같이 걷는 사람에 따라 새로운 것이 보인다.
  10. 지름길, 정해진 길, 상투적인 행로가 아니라 자기만의 다양한 우회로를 만든다.
  11. 박물관, 미술관, 식당, 영화관 등을 갈 때 그 장소만이 아니라 그 주변을 걸으며 동네 분위기를 파악하고 인접한 다른 지역과의 이음새에 주의를 기울인다.
  12. 마음이 가는 장소나 재미있는 동네는 여러 번 방문한다.
  13. 방문하여 걸어본 동네의 인상적인 장면들을 사진을 찍어 노트에 메모를 남긴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본 것, 한 것, 느낀 것, 생각한 것들을 정리한다.
  14. 지금 살면서 걷고 있는 도시를 자신이 잘 아는 다른 도시와 비교해 본다.
  15. 자신이 쓴 도시에 대한 기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
  16. 걷고 싶은 도시,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기 위한 작은 일에 참여한다.

 

작가는 삶의 절반의 시간을 프랑스에서 살았던 경험을 토대로 한국-프랑스를 오가며 갖게 된 이방인의 시선으로 파리와 서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바라보는 방법이 걷기이다. 그는 도시를 걷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 이유를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우리가 인간답게 살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걸으면서 평소보다 더 깊이 생각하며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시각을 조금만 달리 해서 주변을 바라본다면 그 동안 볼 수 없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꼭 멀리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 일상을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어보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작가는 “우리가 태어난 도시를 마음 속 제1의 도시라고 한다면 우리는 살면서 제2, 제3의 도시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는데 작가가 말하는 이 대목에서는 아마 도시에 속한 우리의 삶이 결국 그 도시를 잘 살피고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혀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정수복, 『파리의 장소들』, 문학과 지성사, 2010.

         정수복,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문학동네, 2015.

 

         http://ch.yes24.com/Article/View/28943

 

editor 김 주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