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著作)과 자작(自作)

창의인재 저작권 전문 강좌 기획展

2019_1216 ▶ 2019_1220

초대일시 / 2019_1216_월요일_05:00pm

참여작가 / 이선구_박소연_이유진_김윤아_김병주_이재원_최연우_강태환_김성헌

후원 / 한국저작권위원회

주최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기획 / 김주옥

보조큐레이터/이윤지, 조은별, 박혜인, 박지연, 허다현, 지예선, 김여명, 이주희, 이정민

비평/황윤정, 윤지원, 김미영, 이장로

관람시간 / 12월16일_05:00pm~07:00pm / 12월17~20일_09:30am~04:30pm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94 문헌관 3층 홍익대학교 박물관 상설전시장

 

 

≪저작(著作)과 자작(自作)≫ 전시를 기획하며

김주옥 큐레이터

 

 

≪저작(著作)과 자작(自作)≫ 전시는 현재 한국의 문화예술분야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저작권’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래로 현대미술은 ‘차용’과 ‘패러디’의 형식을 취하거나 ‘레디메이드(ready-made)’ 형태의 사물을 적극적으로 작업에 끌어 들여오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기술과 통신 수단의 발달 때문에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작업 이미지를 쉽게 접하고 쉽게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창작자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한 작품 이미지들이 웹, SNS 등에 넘쳐난다. 하지만 차용과 패러디는 표절의 문제에 있어, 때로는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경계가 모호하며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평가도 제각각이다.

특히 작가가 이러한 형태로 작업을 진행할 때 모든 결과물을 작가의 작품을 창의적인 창작물로 인정하기에는 그 구분이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은 만약 문화예술계에 표절, 위작 등과 관련된 저작권의 문제가 생겨났을 때 그 기준과 제도를 이해하고 있는 예술 관계자가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관련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처사가 아닌 저작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관련 저작권에 관한 사항을 숙지하고 그에 맞춰 실행하는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가 ≪저작과 자작≫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기획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예술의 가치를 생각할 때 ‘창의성’이라는 역량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그리고 독창적 예술성을 가지고 있는 작가에 대한 존경이 예술작품 그 자체의 의미에 덧붙여져 작품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예술작품 그 자체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예술작품이 어디에서 기인하고 있는지 그리고 작품의 공유와 사용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작품 제작에서의 차용과 이미지의 공유가 빈번해지는 시기에 이러한 판단 근거는 더욱더 중요해지며 그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저작권에 대한 이해이다.

본 전시는 이미지의 차용과 복제, 그리고 표절에 대한 기준에 대해 고찰할 수 있도록 작가, 비평가, 큐레이터로 구성된 사람들과의 팀 매칭을 통해 지난 4개월 동안 연구한 내용의 결과를 담고 있다. 전시에는 현재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청년작가 9명을 초대했고 비평가 4명과 보조큐레이터 9명을 섭외하여 진행하였다. 작가들은 이번 계기를 통해 본인의 작품이 내용적 형식적으로 어떠한 독창성(originality)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떠한 사회, 문화적 현상에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기존의 작품들이 어떻게 자신의 작업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9명의 작가와 1:1 매칭 된 보조큐레이터들은 작가의 작업이 어떻게 저작권에 위배 되지 않았는지를 살피고 동시대 현대미술 작품으로 이 9명 작가들의 작품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또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비평가 4명은 이 작가들의 작품의 특징과 작가들이 표현하고자 한 동시대 예술의 쟁점들에 대해 4편의 비평문을 완성했다.

본 전시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크게 두 부분이다. 첫 번째는 ‘저작물과 저작에 대한 권리’이고 두 번째는 ‘현대미술에서의 차용의 전략’이다. 첫 번째 파트인 ‘저작물과 저작에 대한 권리’는 저작권 제도가 현대미술 작업을 하는 작가나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작권 제도는 작가에게는 자신의 창작물을 보호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하고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에게는 예술가의 창작물에 대한 윤리적 사용법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선구 작가는 2차 저작물과 원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오브제의 모방과 그것에 대한 해석에 대해 다룬다. 박소연 작가는 저작권법에 대한 범위와 다양한 해석에 주목한다. 도제식 교육을 받고 제작된 자신의 두 점의 작품은 똑같이 생겼지만 다른 장소에 전시가 되고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장인의 디자인의 보호 문제에서부터 차용과 표절에 문제까지 그 이야기를 확장한다. 또한 이유진 작가는 ‘짝퉁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표절을 피해 제작된 캐릭터 인형들의 디자인을 통해 어디까지가 순수한 예술품으로 그 창작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그 지위와 본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김윤아 작가는 저작가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는 일종의 문화의 향상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저작권을 이해한다. 특히 작품, 저작권법, 사회 전반적 제도가 작품에 보이는 ‘창틀’, ‘비’, ‘실’이라는 은유를 통해 표현되며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표현한다.

(왼) 이선구, <Real-car>, 30(h)x60(w)x30(d)cm, Wood, 2011

(오) 이선구, <Real-car3>, 45(h)x70(w)x40(d)cm, Steel, 2013

박소연, <나전팔각화병(Mother-of-pearl vase)>, 나무, 나전, 25.4(h)x18.3(w)x18.3(d) cm, 2017

 

이유진, <키마이라(Χίμαιρα,Khimaira)>,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116.8(h)x91(w)cm, 2019

김윤아, <Window>, 실, 40(h)x50(w)cm, 2019

한편 전시의 두 번째 파트인 ‘현대미술에서의 차용의 전략’에서는 작가들이 작업을 진행할 때 자주 쓰는 방식으로 차용, 패러디 등의 형식을 빌려 오는 행위와 자신이 만들어 내지 않은 기성 물품이나 재료를 사용할 때의 특징에 대해 논한다. 김병주 작가는 건축적 이미지를 차용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된 공간을 제시한다. 작가는 이미지의 차용이 어떠한 재맥락화 과정을 거쳐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가가 어떠한 방식의 독창성을 획득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재원 작가는 온라인상에서 배포되고 있는 구글맵의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그 이미지를 복제하고 재생산한다. 특히 변형과 왜곡이라는 방식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작가만의 고유한 이미지로 변화되는 시뮬라크르로서의 오브제로 창조된다. 최연우 작가는 잡지 또는 신문을 접고 자르고 쌓는 작업을 하는데 이것들이 갖고 있는 정보 전달의 가능성을 파괴한다. 이를 통해 2차원의 지면에서 언어화 된 상징적 지식들이 작가가 만들어낸 3차원적 공간적 지식과 어떠한 간극을 발생시키는지를 표현한다. 강태환 작가는 ‘광섬유’라는 재료를 통해 인공물로 재현된 공간을 표현한다. 광섬유의 기성품이 어떻게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지, 그리고 그 기성품과 공간 사이의 틈을 기성품과 예술품의 틈에 은유하여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김성헌 작가는 인터넷에서 구한 오픈소스가 3D 프린트 기술로 제작되어 오브제로 재현되는 방식을 다룬다. 창작물 보호라는 저작권의 특징과 창작물 제한의 차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차용과 패러디를 분석한다.

(왼) 김병주, <Ambiguous wall-Symmetry 01>,

Laser cut steel, Acrylic board, Urethane paint, 100(h)x77(w)x12(d)cm, 2019

(오) 김병주, <Ambiguous wall-Symmetry 02>,

Laser cut steel, Acrylic board, Urethane paint, 100(h)x77(w)x12(d)cm, 2019

이재원, <Unfold>, 잉크젯 프린트, 각 29(h)x21(w)cm x 12. Overall installation, 2019

최연우, <Process of Symbols>, 신문, 스테인레스 와이어, 120(h)×200(w)×7(d)cm, 2019

강태환, <Gaps Drawing>, print diasec, 90.9(h)x60.6(w)cm, 2018

(위) 김성헌, <http://www.thingiverse.com/make:708771>, 3D 프린팅, 혼합재료, 20(h)x10(w)x10(d)(cm), 2019

(아래) 김성헌, <인간-자연(플라스틱의 위협)>, 소나무, 플라스틱 원료, 55(h)x60(w)x42(d)cm, 2019

이렇게 전시에서는 총 9명이 작가와 보조큐레이터가 저작권에 대한 쟁점들을 작가들의 작품의 예시를 통해 실질적으로 연구하며 이 과정에 나타나는 의문들에 대해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 논의를 확장하여 여러 가지 저작권 관련 요소들에 대한 여러 측면에 대해 이야기한 황윤정, 윤지원, 김미영, 이장로의 글을 통해 우리는 원작성, 새로움, 독자성, 복제의 권리, 창조물의 보호의 측면에서 저작권 제도를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본 전시를 준비하며 기획자, 작가 등은 물론이고 이 전시에 관련된 여러명의 진행자들도 문화 예술의 보호에 대한 의식을 확립함과 동시에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지적 결과물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확립했다는 것에 본 전시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본 전시가 앞으로, 이 전시에서 다루어진 내용들이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어져 작가들도 자신의 예술작품을 보호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에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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