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술]의 마지막 순서인 10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색다른 방식으로 기획된 전시인 <<do it 2017, 서울>>에서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행하는 작품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선 일민미술관에서 2017년 4월 28일에 시작해 현재 열리고 있는 <<do it 2017, 서울>>은 7월 9일에 폐막하기까지 “조안조나스 X 뭎, <두잇 퍼포먼스>”, “공공빌라 <<do it>>을 위한 미식적 번역 x 리바니 노이언슈원더(2012)”, “언메이크랩 <자기 정량화 운동을 위한 밋업> x 루시 리파드(2012)” 등의 제목으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do it>>의 본전시 기획은 스위스 취리히 출신이자 영국 런던의 서펜타인갤러리 공동디렉터를 맡고 있는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가 구상하고 기획한 전시이며, 뉴욕의 국제독립큐레이터협회 (ICI)에 의해 조직되었다.

1993년 파리의 한 카페에서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아티스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와 베르트랑 라비에와 함께 “만약에 절대로 끝나지 않는 전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전시가 더욱 유연하고 결말이 열린 형태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을 벌이다가 아이디어가 발전해 기획된 ‘전시 플랫폼’이 «do it»인데 그것을 서울 버전으로 구성한 것이 이번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do it 2017, 서울>>이다.

이 전시의 플랫품이란 쉽게 말하자면, 예술작품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매번 전혀 다른 형태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작가들이 직접 쓴” 작업 매뉴얼, 지시문, 게임 또는 프로토콜에 기반한 것이다. 즉, 예술작품이 ‘악보’, 내지는 ‘시나리오’처럼 제시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한 «do it»은 처음에 12명의 국제적인 작가들의 지시문이 실린 도록을 9개 국어로 번역, 출간하며 출판물 형태의 전시로 시작된 이후, 20여 년 동안 전 세계 50여 곳 이상을 순회하며 각기 다른 형태로 재해석되었다.

현재까지 이 전시의 기반이 되는 지시문은 국제적인 시각예술가, 안무가, 철학자, 영화감독, 음악가 등 400여 명의 예술가들에 의해 추가되었고, 세계 각지의 미술관뿐 아니라 슈퍼마켓, 조각 공원 등 야외 공공장소, TV 채널, 일반 가정, e-flux와 같은 온라인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구현되며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확장 · 확산되고 있다. <<do it 2017, 서울>>에서도 외국 작가의 지시문과 한국작가(구민자, 권두현, 김동규, 김소라, 박혜수, 신도시, 언메이크랩, 이미래, 임영주, 장지아, 잭슨홍, 정명우, 진시우, 호상근, 홍승혜, 공공빌라, 김남진, 김현우, 옥인 콜렉티브, 뭎, 오재우, do it 공모단)가 그것을 토대로 해석한 작업이 같이 전시가 되는데 시간이 지나고 장소(나라)가 바뀌어도 새로운 형식으로 끊임없이 지속될 수 있다.

전시 정보 출처: 일민미술관 홈페이지와 전시장 설명글 http://ilmin.org/do-it-2017-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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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에 소개된 작품 중 루시 리파드의 지시문과 언메이크랩 그룹이 함께한 “루시 리파드 X 언메이크랩” 작품은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자기 정량화 운동을 위한 밋업›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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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리파드의 지시문은 “시각적으로 눈에 띄며, 사회적으로 급진적인, 개념적으로나 문맥상으로 민감하고 지속 가능하며, (예술 장소 밖) 공공의 영역에 포함되고, 그 어떤 생물체도 다치게 하지 않는 일—즉, 세상을 바꿀만한 어떤 일을 하십시오. 행운을 빕니다!”라는 것이었는데 이 지시문을 기반으로 언메이크랩은 <자기 정량화 운동: 감정편>이라는 작품을 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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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과 데이터로 구축되어 가는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측정 가능한 무엇으로 변환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자아의 특정한 측면을 ‘계량화하기’는 스스로가 생산해 내는 데이터를 수확하고 분석하여 자기가 몰랐던 ‘자아’를 확인해 보자는 ‹자기 정량화 운동›은 일면 강박적 자기 계발의 운동으로 보이기도 하면서 정량화 되어 가는 데이터의 세계에 앞서 시도하는 한 개인의 방어적 저항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자발성 자체가 이제 만연한 DIY 플랫폼 세계의 시대정신 자체일지 모른다.” (언메이크랩 작가노트 중에서)

그리고 언메이크랩은 전시된 작품인 ‹자기 정량화 운동›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참가자들이 직접 자기 정량화에 참여해 보기 위한 연계 프로그램 ‹자기 정량화 운동을 위한 밋업›을 개최했다. ‹자기 정량화 운동을 위한 밋업›은 다양한 종류의 개인 추적을 활용하여 자신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을 얻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이라고 소개한다. 이 모임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알고 있는 ‘보여주기와 말하기’ 의 형식으로 진행되며 스스로 일어서서 관심 있는 것을 제시하고, 질문하고,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우세요.”라는 규칙으로 진행하며 자기 추적과 자기 정량화, 자기 기록과 개선의 애호가를 만나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세부적인 참여 방법은 아래와 같다.

“밋업에 참가하시는 분들을 위한 안내”

1. 셀피 (selfie)를 보내주세요

– 루시 리파드의 지시문에 대한 당신의 반응, 혹은 당신의 대답을 얼굴 표정으로 나타내어 주세요

– 그리고 그 얼굴 표정을 사진으로 찍어 6월7일까지 unmakelab@gmail.com로 보내주세요

– 단 얼굴은 정면을 향해야 하며 얼굴 표정만으로 당신의 대답이 나타나야 합니다. 다른 사물, 텍스트 등을 쓰거나 얼굴이 가려지지 않아야 합니다.

– 우리는 그 사진의 얼굴 표정에 나타난 감정을 정량화 하여 당신을 위한 다과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보내주신 셀피는 다과 준비를 위한 용도 외에 사용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 다과와 밋업을 즐겨 주세요

2. 자기 기록을 가지고 와 주세요

– 디지털 아날로그 형식의 모든 자기 기록물(일기, 다이어리 포함)과 당신이 알고 있는 사례를 가지고 와주세요

– 주제에는 다음이 포함되지만 이에 국한되지는 않으며 더욱 은유적이어도 좋습니다.

– 물론 이런 기록물이 없어도 당신의 의견과 생각만으로도 이 밋업은 참가 가능합니다.

– 하지만 이 밋업의 참가를 위해 새로운 기록을 시도해 본다면 더욱 좋습니다.

* 피트니스 및 건강 추적

* 라이프 로깅

* 생리주기 모니터링

* 신진대사 모니터링

* 소비 패턴

* 자기 실험

* 행동 모니터링

* 위치 추적

* 수면 추적

* 기분 및 감정 추적

* 의료 자기 진단 등

* 자가 DNA 시퀀싱

3. 그리고 시간이 가능하다면 아래와 같은 이야기도 나누려고 합니다.

– 온라인 플랫폼에 보이지 않게 내장된 알고리즘이 드로잉이나 물리적 제스추어로 모양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보일까.

– 예술의 제작 방법에서 이러한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요소를 사용하는 것은 어떠할까 

출처: http://ilmin.org/do-it-2017-Seoul/program2-7/

이러한 작품은 지시문으로 출발하여 어떻게 다른 작가에 의해 작품이 변형되어가고 새로운 문맥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언메이크랩은 루시 리파드를 해석함에 있어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사용해 우리가 흔히 정량화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자기’를 정량화하는 참신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이 눈여겨 볼 만 하다.

editor 김 주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