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조각 전공자와 1명의 미디어아트 전공자로 이루어진 팀 s.a.h는 디지털이 확장됨에 따라 변화한 예술, 나아가 사회의 형태에 주목하며, 새롭게 나타난 (혹은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본 전시 《BLACK SHEEP WALL》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획득한 동시대인의 ‘디지털적 레이어가 중첩된 시선’에 주목하며 이러한 시선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단차를 가시화하는 것을 주제로 한다. 조성된 전시 환경에서 현실, 가상, 디지털적 시선은 계속해서 어긋나고 교차하며 현실과 가상의 불일치를 시각화한다.

콘솔을 띄워 명령어 ‘black sheep wall’을 입력한다. 검은 안개가 걷히고 환해지는 전장. 이로써 상대편 진영에 유닛을 파견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적군의 병력과 기지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BLACK SHEEP WALL》에서 이 치트키는 승리에 가까워지기를 돕는 전략이기보다도, 작품 속에서 상충하는 실재와 가상, 그 경계(짓기)의 모순을 부각하는 버그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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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는 ‘디지털 미디어와 첨단 기술을 충분히 체화한 동시대인으로서, 이를 메타적으로 감각해 내려는 시도가 가능한 것인가?’라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는 의심에 있다. 그들의 포부에는 많은 불순물이 껴 있다. 게임상에서나 적용되는 치트키를 현실에 외치는 것부터가 실재와 가상을 구분해내지 못하는 그들의 한계를 방증한 셈이다. 따라서 이미 젖어있는 환경에 대하여 각성을 유도하는 《BLACK SHEEP WALL》은 스스로의 모순을 해결치 못하고, 결국 그들의 목표에 있어 (목표를 흐리는) 버그와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치트키를 쓸 때 께름칙한 감정이 괜히 든 것이 아니다. 치트키 ‘black sheep wall’은 싱글플레이모드와 스토리모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치트키는 분명 핵(hack)과는 다르며, 대결 중인 적은 이미 전장의 지형을 속속들이 알고 있음을 명심하자. 

– 전시 서문 中

 

●  전시작품 프리뷰(preview)

●  전 시 정 보

전시명 : 《BLACK SHEEP WALL》

                s.a.h 개인전

 전시기간 :  2022년 9월 29일 – 10월 11일 (휴관 없음)

전시장소 :  공간 파도 (마포구 성미산로 198, 동진시장 내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