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머무르다 – 7]  불편한 여유로움 : 안도 타다오 <지중미술관>

이번 도시에 머무르다 7번째에서는 인터랩의 에디터 Yuki Konno가 고향인 일본에 방문하여 보았던 지중미술관의 풍경을 다루어 본다. 지난번 도시에 머무르다 첫 번째에서 다루었던 <오래프로젝트>에서처럼 ‘대도시’라고 하는 장소에서 어떻게 우리가 메마른 감성을 충족할 수 있는지를 느껴볼 수 있다. 편리함과 효율성 그리고 최첨단이라는 수식어가 생각나는 ‘도시’라는 단어와 상반되게 느껴지는 ‘느림’과 ‘불편함’이 어떻게 우리에게 여유로운 순간을 선물할 수 있을는지 아래의 Yuki Konno 글에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본다.

 

글 Yuki Konno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를 처음으로 알게 된 곳은 도쿄, 시부야였다. 현대음악 음반과 도서를 파는 곳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시부야를 많이 찾았었다. 종종 해외에서 연예인이 찾아와서 찍은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시부야는 빌딩 숲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너도나도 인파가 되고 인파에 몰리고 하는 도시 한복판에서 신속히 움직이는 것이 요구된다.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특히나 그럴 것이고, 도시라는 환경에서 시간에 정확하게 맞춰 살아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도처에서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도시 지하철역 또한 신속하게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시간대로 오는 지하철은, 한편 제시간에 열차를 못 타면 엄청난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다. 안도 타다오가 2008년에 설계를 맡은 일본철도사의 시부야역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바로 시간낭비의 원인으로 이용객의 불만이 우후죽순처럼 나왔기 때문이다. 안도는 시부야역 통로를 막듯이 공간을 디자인했다. 이는 1981년에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가 제작한 <기울어진 호>의 경우와 너무나도 유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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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나라 일본의 시코쿠에 위치한 카가와 현. 카가와 현의 네이버 공식 블로그를 보면 이런 수식어가 붙어있다. “느린 걸음 감성이 꽃피는” 카가와현 공식 블로그.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열린 해만 해도 세계곳곳에서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다. 그 중에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축물로 유명한 곳이 나오시마(直島)이다. 카가와 본토에서 배를 타고 50분,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버스를 타는 데 긴 줄을 선다. 안도가 설계를 맡은 <지중미술관>을 이처럼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지중미술관>에 입장할 때, 안내하시는 분의 말을 안 듣고서는 전시장을 찾을 수 없다. 티켓을 구입하는 곳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지중미술관>을 찾는다. 거기서 티켓을 보여주고 벽을 따라 가면 전시장 입구가 끝에 보인다. 아니다, 한번 360도로 꺾이고 다시 벽을 따라 간다. 비가 오는 가운데, 푸드를 쓰고 계단을 내려간다. 지붕이 있는 곳으로 오더니 잠깐 걸으면 다시 지붕이 없어지고 비를 맞는다. 여러 차례 꺾인 길을 따라가면서, 여러 번 비를 맞은 끝에 전시장으로 도착한다. 전시공간까지 오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혹자는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비만 안 온다고 하더라도 길이 복잡하고 벽에 하나 문을 뚫어서 쉽게 전시공간까지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안도의 건축은 이처럼 복잡한 구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의 건축은 일본의 전통적인 건축과의 관련이 지적된다. 다도(茶道)에서 길고 복잡한 길을, 예쁘게 정리된 정원을 보면서 가는 것처럼, 안도의 건축물은 경험적인 풍부함을 준다. 건축물 재료가 노출 콘크리트일 뿐, 안도가 설계를 맡은 <지중미술관>은 전통적인 건축물과 상당히 일치한다.

도시의 세븐일레븐이 24시간 영업한다. 그런데 세븐일레븐이 처음으로 등장한 무렵, 말 그대로 7시부터 11시까지 영업하는 획기적인 편의점이었다. 나오시마에서 세븐일레븐은 세븐-텐의 시간으로 영업을 한다. 곳곳에 불빛이 보이지 않아 저녁 7시에 벌써 잠에 든 것과 같다. 안도의 건축물은 나오시마의 감성에 부합한다. 거기서 도시의 편의나 신속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시부야역에서 통로를 막고 불편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흉물로 불린 건축의 구도는, 그가 도시에 ‘불편한’ 여유로움을 제공하려고 설계한 것일 수도 있다.

 

<사진 출처> Benesse Art Site Naoshima [http://benesse-artsite.jp/art/chichu.html]

<참고 자료>
유현준, 『현대건축의 흐름』, 미세움, 2009

유현준, 『모더니즘 건축-동서양문화의 하이브리드』, 미세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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