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유 빈

 

 

 

작가노트 중

매일 밤 밖에 나가 길바닥에 절을 하고 다닌다. 밖은 춥고 무릎은 남아나질 않는다. 운동이 부족한 다리는 부들부들 떨린다. 작품을 내기 위해 매일 같이 촬영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모두의 마음과 같다. 비대면 시대에서 서로 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생태적 감성을 갖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우리들을 향해 걱정과 위로를 하고 싶었다. 길바닥은 순례길이 되었고 마스크 안으로는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이 되었다. 절을 하고 오면 시나 조각글을 적었다.

 


세상그릇
 
어딘가에 있을 빈 밥그릇에 
밥이 목구멍에 안 넘어간다.
그 빈 밥그릇에
잔칫날 먹는 잡채를 한가득 올려주고 싶다.
달짝지근한 당면이 술술 넘어가
이 상황도 술술 넘어갔으면
빠갠 북어포로 뜨끈한 국물내어
시원한 북어해장국도 한 모금
뜨끈하게 겨울을 맞이하고
시원하게 지나갔으면
푹 조린 갈비찜도 밥 위에 얹어
뼈다귀 홀랑홀랑 잘 빠지듯
이 아픔이 홀랑홀랑 빠졌으면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보기 좋은 건
세상사람 다 아니
다 같이 모여 오물오물 
세상살이 오물오물
그렇게 꼭꼭 씹어 
넘어 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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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것은 방혼을 위한 이녁의 넋두리었소.
갈피없이 췌담만 늘어놓다 내게 연초를 건네니
비 묻은 연초냄새만 자욱하오.
세한의 추위에 언 것은 루수만이 아닌가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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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나무에 물을 부었다. 불어오는 소리에 머릿칼과 나뭇잎이 흔들린다. 흔들리게 만드는 노래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왔겠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고 전해오는 안부는 무사한 하루와 같다. 매일같이 물을 붓는다. 고래나무의 뱃고동같은 노래가 곳곳에 퍼지며 먼 곳에 도달한다. 다른 집에도 고래나무에 물을 부어 음파를 사방에 보낸다. 많이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는 안녕 물음에도 해는 넘어가고 다시 깜깜히 때가 낀다.
부디 형제의 무사한 하루가 전달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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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매
 
어매 죽소 나 죽소
풍파 다 겪어도 어매가 보고프오
손꾸락이 굽어지듯 허리가 굽고
쪽빛인지 홍빛인지 이젠 분간이 안가는데
어매가 준 쪽빛 치마도 홍빛 홍시도 기억이 나오
머리가 얼얼하고 숨을 쉬기 힘드오 어매
나이들면 할머니가 될 줄 알았소 그런데 아직 어린아 같소
이 짝에 둔 커다란 짐에는 아직도 잊지 못한 어매의 짐이 있는 것 같으오 
나이먹으면 다 죽어야 된다 허는 놈들 다 매섭소 어매도 무서웠소
어매 보고싶소 이제 곧 볼 날 일랑 안남았지만
그래도 보고싶소 할매가 되면 더 어린이같아진다고 하는데 그런 것 같소
보고 싶소 어매 곧 보오 어매 
많이 보고 싶소 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