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운 지

 

 

 

 

Post-Hospitality, 2020, 디지털 영상, 2분 3초

 

디지털은 주체가 자신을 내보이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디지털의 빛이 우리 생활의 가장 사적 인 부분까지 투명하게 드러내어버리는 오늘날, 인간은 주인(호스트)의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다.

디지털시대 포스트 휴먼의 심리적 조건은 자기 자신을 거리낌 없이 분쇄하고, 누구든 항시 감상할 수 있도록 그것들을 전시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이미 지 혹은 영상 프레임으로 토막 내어 길게 늘어뜨려 놓은 뒤 바쁘게 호객행위를 한다. 따라서 주체는 타인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존재에서 그저 ‘자신을 내어주는 존재’로 전락하고, 집은 매 대(賣臺)가 된다. 따라서 손님과 불청객의 구분이 철폐되고, 접근하는 모든 자들은 하나의 ‘소비 자-관객’이 된다.

 

 

 

작가 노트 中

…디지털은 자타가 만나는 지점에서 역시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다. 디지털은 ‘만남’의 여러 복 잡한 절차들을 간소화했지만, 그와 함께 만남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핵심 요소 역시 사라져버 렸다. 현실에서 인간과 인간이 만나 서로를 살펴보고, 경계 섞인 탐색을 하며, 조금씩 자신을 내보이는 길고 섬세한 순간들은 사라졌다. 타자는 염탐하는 소비자로 변모했고, 주체는 그저 감흥거리를 제공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대등한 존재들이 제공자와 소비자라는 틀 안에 갇힘으 로써 만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