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고경호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은 2016년 7월부터 「대학연계 창의인재 저작권 전문 강좌 운영」 사업을 주관하였고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어 사업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사업을 운영하는 동안 미술창작 전공자에게 저작권자로서 권리를 교육하고 창의적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본 사업이 지니는 가장 큰 의미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정부 사업의 목적에 맞추어 지원하는 교육 활동에 미술대학이 주도적으로 저작권 전문 강좌를 개설하고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지속 가능한 교육 모델을 구축했다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작년 제1회 창의인재 저작권 전문 강좌 기획전시 ≪저작(著作)과 자작(自作)≫에 이어 올해는 제2회 기획전 ≪조합되고 반복된 풍경의 흔적≫을 선보입니다. 본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하고 제정한 미술분야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여 본교 학생으로 구성된 전시 참여자의 저작물과 저작자로서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였습니다. 미술계의 공정한 계약문화를 만들고 창작자의 권익 향상과 그 인식의 제고를 고무하는 전시기획의 전 과정은 미술전공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사회에서 본인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고 가치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본 전시는 다양한 시각 매체가 범람하는 현대사회에서 저작물로서 미술작품이 제작되고 감상되는 일련의 과정을 공유하여 저작권과 관련한 오늘날 미술의 화두가 개별 작가의 작품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오늘날 예술계에 절실히 요구되는 저작권 교육을 통해 건강한 문화예술생태계를 확립하고 문화융성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데 본 전시의 모든 참여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은 저작권의 중요성과 개념을 명확하게 인식시킬 수 있도록 「대학연계 창의인재 저작권 전문 강좌 운영 사업」의 성과와 노하우를 더욱 발전시켜 저작권 지식을 갖춘 예술계의 창의인재를 양성하고자 매진하겠습니다. 전시 참여자와 관람자 모두에게 미술과 저작권에 대한 사유와 성찰의 장을 제공할 ≪조합되고 반복된 풍경의 흔적≫展의 개최를 축하합니다.

 

 

≪조합되고 반복된 풍경의 흔적≫ 전시를 기획하며

   김주옥 (큐레이터)

≪조합되고 반복된 풍경의 흔적≫ 전시는 ‘창의인재 저작권 전문 강좌 기획전’의 일환으로 2019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기획되었다. 본 전시는 ‘저작권 교육’을 바탕으로 탐구되었던 주제들이 어떻게 미술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지를 다방면에서 해석하고자 한다. 한국의 동시대 젊은 작가들이 각자 자신의 작품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요소들은 때로는 형식적 특징으로, 때로는 내용적 특징으로 본 기획 주제와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본 전시에 참여한 작가 14명과 보조큐레이터 14명은 각각 한 명씩 매칭이 되어 시각 문화와 예술의 저작권에 대해 연구하였다. 보조큐레이터들은 자신이 담당한 작가들의 작품이 어떠한 형태로 표현되는지 그 형식적 방법론을 우선 탐구한 후 그러한 표현을 위한 작가의 내적 동기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예술작품이 가지는 저작의 특징과 권리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14명의 작가의 작품을 저작권의 주제에서 파악했을 때 그들이 주로 다루고 있는 표현 방식은 ‘재조합’과 ‘반복’의 행위를 통해 드러났다. 또한 그들의 작품은 새로운 형상이나 생명체의 모습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흔적이나 그림자의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강성훈 작가는 기운 ‘Windy’와 ‘Animal’을 합쳐 ‘Windymal’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조합’의 규칙은 표면적으로 바람과 동물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합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원천이 된다. 여기서 조합이 재조합되며 새로운 예술 생명체가 탄생한다.

강정윤 작가는 획일적인 형태와 배치가 무수히 반복되는 ‘아파트’의 구조물과 그 공간이 가진 특징에 주목한다. 좁은 면적에서 최대의 효율을 갖기 위해 잘 재단된 바둑판 모양의 아파트 구조는 이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세상을 체험하게 하는지 작가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강호란 작가는 ‘조각 그림’이라는 형식을 차용하여 회화 시리즈를 구성한다. 나란히 놓여진 이 회화 작업은 마치 끝없는 길을 걸어가는 동안 흐르는 시간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삶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말하며 아침과 저녁이 계속 반복되는 형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김민철 작가는 현대의 소비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비닐’이라는 재료를 탐구한다. 비닐은 때로는 포장지로 때로는 쉽게 버려지는 폐기물이다. 이런 양면성은 작가가 폐비닐을 통해 만들어내는, 마치 한국화의 먹과 선으로 표현된 붓터치와 같은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김민환 작가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인공적인 기술과 함께 만났을 때 달라지는 특징을 다룬다. 예를 들어 고속 도로가 생기면서 인공적으로 조성되는 자연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인공과 자연 그리고 인공-자연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그의 작업에서는 사실성에 기반하여야 하는 지도가 안보를 이유로 다른 새로운 인공-사진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로써 정보의 제공과 사실성을 사진 이미지의 매체적 특징으로 고민한다.

송엘리 작가는 오브제들을 수집하여 ‘케이크’를 만든다. 흔히 케이크는 축하의 의미를 담고 있다.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오브제들 수집하여 작가는 이들의 존재를 축하받아 마땅한 존재로 재탄생시킨다.

오온누리 작가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선, 면의 반복된 조합으로 원을 만든다. 같은 원의 형태지만 색깔과 형태는 계속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원’ 시리즈는 순간 순간 달라지는 삶의 경험을 의미하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만나게 되는 삶과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유주리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경계’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충돌의 연속에서 만들어지는 ‘혼성’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작가가 다루는 공간은 물 속의 모습이기도 하고 때론 길가의 풍경 같기도 하다. 이 풍경 안에 존재하는 많은 생물들은 때론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서로 충돌하고 변화한다. 작가는 이렇게 끊임없이 순환하며 맺어지는 관계성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건과 이야기를 상상한다.

윤희수 작가는 특수한 기계를 사용해 우리가 평소 들을 수 없는 바닷속 소리를 채집한다. 그리고 여기서 얻어진 소리를 이미지와 함께 제시하는데 이것은 시청각의 요소들이 결합된 새로운 지각방식을 선사한다. 프로젝션된 영상 이미지와 그 앞에서 비추는 사물들의 그림자 형태가 합쳐져 다층적 레이어의 시각 이미지를 구성하고 이 실재와 환영의 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또 다른 청각적 감각을 일깨워준다.

이유진 작가는 낯선 외국 땅에서 살면서 성인이 된 후 도착한 고국 땅의 이질적 풍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한다.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그리운 고향의 풍경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고 이렇게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자연’이라는 이미지는 상상과 부재의 과정을 거치며 현실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정화 작가는 반복의 전략을 사용하여 도시에 사는 개인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데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타인과의 소통의 측면에 연결지어 탐구한다. 자신만의 세계 내에서 거주하는 은둔형 외톨이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을 작업으로 표현한다. 또한 내면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자신의 분신이 되는 인물을 만들어내며 이를 현대인의 모습에 비유하고자 한다.

이주현 작가는 동물과 식물의 기관에서 보이는 독특한 형태를 선택하여 그 부분을 본래 기관에서 해체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시킨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 대상들은 새로운 조합을 거치며 새로운 생명체로 다시 태어난다. 작가는 마치 신이 인간을 만들 듯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조혜경 작가는 반복적인 수작업 행위를 통해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선을 만들어낸다. 이질적 개념들의 이항을 실로 연결하여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업에서 보이는 수직선은 무한과 영원을 상징하기도 하고 이러한 반복을 통해 나타나는 행위는 물질과 정신이라는 이항대립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황선정 작가는 시간을 해체한 찰나의 순간을 이미지로 포착한다. 주로 천 위에 갖가지 재료로 그 순간을 표현하는데 이는 시간의 흐름을 중간에 가로채어 흔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움직이고 흐르는 순간을 하나의 장면인 회화 이미지로 표현한다는 것은 작가의 행위를 통해서 드러난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가의 작품들은 보조큐레이터들이 해석한 또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선보여진다. 본 전시를 통해 알리고자 한 ‘저작권’ 전반에 대한 교육적 목표는 작가의 저작을 보호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전시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들의 지적 행위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협업을 통해 드러나는 전체의 과정이 ‘표준계약서’라는 최소 단위를 통해 개개인에게 적용된다. 본 전시를 관람하는 분들이 작품 제작, 전시 기획, 작품 해석 등 여러 방면에서 예술을 다루는 추상적 행위임을 느끼고 이러한 결과가 여러 사람의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 참여한 사람들 *

∙ 참여작가 : 강성훈, 강정윤, 강호란, 김민철, 김민환, 송엘리, 오온누리, 유주리, 윤희수, 이유진, 이정화, 이주현, 조혜경, 황선정

∙ 기획 : 김주옥

∙ 보조큐레이터 : 강부민, 김예름, 김효정, 민경준, 박신혁, 박주연, 유지현, 윤란, 이수연, 이예림, 이지연, 임미주, 임휘재, 진민지

∙ 디자인 : 김맑음, 명성빈, 임사랑

∙ 온라인 시스템 구축 : 이승철

∙ 온라인 전시 시스템 구성 : 박은경

 

∙ 연구책임 : 고경호

∙ 실무책임 : 김정석

∙ 총괄진행 : 임병기

∙ 주최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 주관 : 한국저작권위원회

∙ 문의 : hrca2020@hi.ac.kr

∙ 홈페이지 : www.hongik.ac.kr, www.copyrigh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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