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2016 광주 비엔날레 큐레이터 최빛나 초청강연

 

카스코 타임라인: 세계의 끝 이후에 아트센터의 지속성

Casco’s Timeline: Continuity of an art center after the end of the world

 

주최 : (재)광주비엔날레

주관 : 홍익대학교

일시 : 4월 25일 월요일 오후 3-5시

장소 : 홍익대학교 제4공학관 T0101호

 

 

큐레이터 최빛나(Binna Choi)

위트레흐트 네덜란드(Utrecht, the Netherlands)에 위치한 실험과 지식 생산을 중심으로 한 미술기관인 카스코(CASCO – Office for Art, Design and Theory)의 디렉터이다. 기존의 전시 방식을 깨고 다층적이며 공동 연구 및 작업을 골자로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카스코에서의 대표적인 기획으로 ‘대가사혁명(The Grand Domestic Revolution)’과 ‘우리가 타임머신이다(We Are the Time Machines :Time and Tools for Commoning)’, ‘일본 신드롬(Japan Syndrome)’ 등이 있다. 아른헴(Arnhem)에 있는 더치 아트 인스티튜트(Dutch Art Institute)에서 예술 석사 프로그램의 교수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 세계 25개 이상의 예술기관들의 초지역적 네트워크인 Arts Collaboratory의 활동에도 기여하고 있다.

 

 


 

 

본 강연은 제 11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진행하는 인프라 스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큐레이터 최빛나는 “카스코 타임라인: 세계의 끝 이후에 아트센터의 지속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최빛나는 위트레흐트 네덜란드(Utrecht, the Netherlands)에 위치한 미술기관인 카스코(CASCO – Office for Art, Design and Theory)에서 2008년부터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강연 주제와 연계하여 카스코에서 기획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계의 끝을 이해하기에 앞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지난 200-300년간의 역사에서 경제적으로 지구를 남북으로 구분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새로운 인식 체계, 생활, 문화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자신이 현재 활동 중인 글로벌 사우스에 있는 25개 이상의 예술 공간들의 초지역적 네트워크로 예술 공동연구, 협업(Arts Collaboratory)을 소개했다.
여기서 강연의 주제인 세계의 끝에 대한 징후가 벌어지고 있음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이성적인 주체와 대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이분법적인 구도에 살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제 우리는 하이퍼-오브젝트 시대에 살고 있으며, 더 이상 급진적인 변화 없이는 지구를 보존할 수 없는 재앙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강연자는 이 재앙은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공동의식을 가지며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감정선, 울림 또는 친밀성이 생길 수 있음을 낙관한다.
이러한 세계의 끝 이후에 아트센터는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공동체 공간으로서의 미술문화공간을 변질시켜왔는지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강연자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내는 참사, 세계의 끝, 종말을 바탕으로 카스코가 어떻게 진화해 왔으며,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카스코 기관은 25년 간 편성된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크게 5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생성시기로 카스코는 프로그램을 프로젝트, 살롱, 이슈 세 가지로 나눠 활동한다. 이반 일리치(Ivan Illich)의 『학교 없는 사회 Deschooling Society』 에서 교육 제도가 팽창될수록 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카스코와 같은 이웃센터가 교육의 거점이 되는 비제도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그렇기에 카스코는 하나의 플랫폼이자 오피스가 되어 작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시기다.
두 번째로 자율성과 개입의 시기로 당시 테크놀로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이 화두로 떠올랐으며,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을 가진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또한 갤러리를 벗어나 공공 공간으로 개입해 단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 중심의 사회 참여적 프로젝트들이 이루어진 시기다.
세 번째로 참여와 통합의 시기로 카스코는 디자인에 강점을 둔 미술공간으로 다른 미술공간과 차별성을 갖는 데 성공한다. 카스코를 찾아오는 관람객 수가 줄어드는 위기를 맞이해 일종의 자구책으로 관객을 기다리는 대신 초청해서 작가들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한다. 이 지점에서 개입보다는 참여를 통해 통합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을 볼 수 있다.
네 번째로 집단성의 시기로 관객들의 참여는 결국 작가의 프로젝트로 흡수된다는 점에서 미술의 확장을 꾀하는 데 한계에 부딪힌다. 따라서 참여 대신 집단성에 대한 질문과 사회 운동과 연계할 수 있는지를 화두로 삼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공통과 조직화의 시기로 여기서 공통이라는 개념은 윤리적이고 평등한 인간관계를 넘어 인간과 다른 생명과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정치, 경제, 윤리, 미학까지 어우를 수 있는 포괄적인 의미로 다룬다. 이제 프로젝트는 여러 조직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 촉진제로 기능한다.
카스코의 계획은 재난과 에코를 합쳐 재난의식을 가지는 동시에 새로운 생태주의를 추구한다. 이는 우리의 몸과 주체, 관계, 사회라는 생태가 존중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카스코의 운영진은 프로젝트를 도와주고 보살펴주는 역할을 맡으며, 카스코도 하이퍼-오브젝트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즉 카스코의 운동 방향은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을 풀어헤치면서 더 큰 몸체인 하이퍼-오브젝트의 일부가 되며 성장하기를 추구한다.
또한 이러한 운동 방식의 특별한 시간성이 있다. 자본주의 시간이 계속 진보하며, 과거와 현재를 부정해왔다면, 더 이상은 미래는 없으며 현재를 긍정하며 만들어진 미래성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시간성이다. 이는 강연 주제에서 언급된 지속성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간적 소용돌이(temporal vortex)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다시 말해 강연자가 말하고자 하는 시간성은 즉각성이 아닌 지속성에 가까우며, 지금까지 설명한 카스코 프로그램이 움직여온 방식도 이와 마찬가지다. 25년간의 역사가 분절되어 구별되는 게 아니라 이전의 프로그램을 계속 감싸 안으며 발전해왔으며, 그 안에 비자본주의적 논리가 들어있음을 밝히며 강연을 마쳤다.

 

에디터 황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