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미술 아닌 것(?)-0] ‘미술이 아닌 것’이라는 주변부

미술인아닌것토마스 스트루트, <루브르 4>, 1989

미술과 미술 아닌 것을 분류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미술사를 통틀어서 볼 때, 그리고 특히 20세기와 동시대 미술을 보면 이 서로 간의 경계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교회 성당의 장미창,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후기 작업,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소변기, 토마스 스트루트(Thomas Struth)의 사진작업, 무라카미 타카시(Murakami Takashi)의 아니메 케릭터 오브제, 등등. 오늘날 그것들을 보고 이것이 미술이고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고 판단할 일은 여전히 어렵다. 시대마다 지향하는 미술도 다르고, ‘미’라는 개념의 진동폭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글을 통해서도 그러한 분류기준을 단정할 일은 피하려고 한다.

그 대신 본 프로젝트를 통해 살펴볼 것은 미술이 아닌 것에 물음표를 붙이는 것이다. 왜 그것들이 미술이 아닐까? 최근에 많은 작업들이 타 예술장르와 상호연관을 맺으며, 과학 기술을 동반하고, 작가는 실용성을 갖춘 것들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시대에 그것들이 미술이 아니라고 단정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처럼 오늘날까지 미술작품의 모습을 살펴볼 때, 미술 작품 안에 미술이 아닌 것을 포함시킴으로써 미술의 개념을 내파(implosion)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미술’과 대립적인 존재를 ‘미술이 아닌 것’으로 볼 때, 내파된 상황에서 그것은 작품 속에 물음표가 쳐진 것으로 찾을 수 있다. 미술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던, 하나의 불순물로 여겨지던 요소가 작품에 포함되는 상황이 도래하였다. 그렇다면 거기서 불순물로 간주되어온 것은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 두 가지가 해당된다. 하나는 일상용품, 행위, 쓰레기처럼 하찮은 것들, 소위 말하는 미적인 것과 거리를 둔 존재들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소설이나 공예 등 예술의 범주 속에서 미술 외에 자리 잡은 것들이다. 동시대 미술 작품에서 더 이상 아름다운 것/추한 것 사이의 대립과, 미술/문학/영화와 같은 분류는 미술작품과 미술의 개념에서 내파되었다.

이제 미술에서 시작된 예술이라는 범주로 고려하여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는 모든 것이 종합예술로 나아가는 추세, 말하자면 예술이라는 개념 아래에 놓인 여러 카테고리를 모두 다 끌어안게 되는 것과 다르다. 본 프로젝트는 클래식한 미술작품에서, 그리고 개념적 혹은 담론적으로도 생소하게 받아들여진 키워드를 통해 ‘미술’의 범주 안에서 동시대미술 비평을 시도해본다. 동시대 ‘미술’ 작품은 미술의 주변부, 말하자면 미적이지 못한 것이나 다른 예술 범주로 간주되어 온 것들을 같이 품게 된다. 더 나아가 오늘날 관객들은 작품을 보고 “미술이 아닌 것이란 무엇인가?”하는 의문도 품게 되었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이 아닌 것’에 물음표를 붙임으로써 그것을 단순히 미술과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고, 그렇다고 미술의 개념적으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강조하지도 않는 접근을 시도한다.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