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브리핑 / 촉각적 원근법 

 

기간 : 2017. 10. 28 – 10. 29.

장소 :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가을 오픈스튜디오

관람료 : 무료

관람시간 : 11:00 – 18:00

기획 :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UNSITE(이원호_이창훈_신형섭)

참여작가 : 강우영, 권자연, 권혜원, 김준, 무늬만커뮤니티, 박윤주, 신제현, 지승열, 진나래

해미 클레멘세비츠

후원 : 서울문화재단_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문의 : 02-3437-0099

홈페이지 : http://ssacc.or.kr/design/

  전시자

 

촉각적 원근법시각에서 촉각까지의 예술

이번 <촉각적 원근법> 전시에 참여한 10명의 작가는 현재 운행을 멈춘 ‘구의취수장’의 ‘관사’ 공간을 방문하고 그 공간을 통한 다양한 감각의 작용을 동원하여 예술로 표현해 보았다. 

서울시 광진구 아차산로 710에 위치한 구의취수장은 도시화로 인하여 인구가 증가하자 1976년 건설되어 취수 수요를 담당했다. 그 후 2010년까지 운행되다가 지금은 1970년대 산업건축물의 발전을 상징하는 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2017년 현재, 과거의 건물의 원형은 그대로 보존되었지만, 2012년 12월부터 이 공간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되기 위해 연습실, 예술관, 작업실, 교육실, 주차장 등을 리모델링하였다. 그리고 현재 취수장은 서울문화재단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로 사용되고 있고, 2018년에는 건물이 새단장을 하고 예술 레지던시를 갖춘 곳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이곳이 취수장으로 운영되었을 때 시설 관리를 하던 사람들이 살던 ‘관사’ 건물 안에는 10가구가 있었다. 참여 작가들은 그 중 6가구가 살던 공간을 현재모습과 과거의 흔적들을 바탕으로 시각, 청각, 촉각, 후각을 동원하여 예술로 체험해 본다.

강우영은 나프탈렌 가루로 새 벽지를 바르듯 벽지 위에 하얗게 무늬를 쌓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의 시층(時層)은 두터워지고 강렬한 나프탈렌의 냄새는 과거와 현재의 원근을 지워버린다. 이렇게 멈춰진 듯한 공간은 후각을 자극하며 공간 속 시간을 새롭게 흐르게 하고 새로운 시간의 두께를 만들어낸다.

권자연은 사람들이 일상을 보냈던 공간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흔적의 잔재를 모두 합하여 탁본을 제작하여 책으로 묶는 작업을 하게 된다. 시간의 흔적을 보고 페이지를 넘기며 시간을 느낀다. 그리고 그 넘어가는 시간은 우리에게 얇고 만지면 바스락거리는 종이의 소리로 전해진다.

권혜원은 도시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필수적 요소로 등장하는 상수도 시설의 시스템을 물의 근대화 과정에 빗대어 표현한다. 물은 자연에서 오는 것이지만 사람들에게 공급되는 도시의 물은 살균과 공급 등 도시의 상수도 시스템을 통해 여러 가지 단계를 걸쳐 만들어진다. 도시의 상수도 시스템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했고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인성 질병의 요소를 차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강과 사람들이 분리되었고 그 속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감각들을 잃어버리게 된다.

김준은 사운드 설치를 통해 청각과 시각적 방법을 동원해 물의 근원을 파헤치고자 했다. 이는 물의 생명력을 맥박 소리에 비유하여, 관사 옥탑에 설치된 버려진 물탱크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맥박 소리는 물의 생명을 다시 탄생시켜 한 때 서울 시민의 물공급을 담당하던 취수장의 그 시절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무늬만커뮤니티는 먼지와 폐기물을 통해 시간의 오랜 멈춤을 체감했다. 그리고 쌓여있는 먼지를 사용하여 텍스트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이 먼지로 만들어진 텍스트는 우리의 시각기능을 통해 인식되고 켜켜이 쌓여있는 먼지가 촉각성을 자극한다. 촉각적 ‘의미’로 재탄생한 먼지가 예전에 이 공간이 제 기능을 하고 있었을 과거로 우리를 되돌린다.

박윤주는 4차원의 시간성을 가진 매체인 비디오 작업을 통해 3차원의 공간 안의 물의 흐름과 물소리를 보여준다. 영상과 함께 들리는 나레이션과 샤워를 하는 사람이 보이는 영상은 그의 피부에 닿아 미끄러지는 물줄기가 영상을 보는 우리의 촉각을 자극하고, 시원하게 내리 붓는 물의 움직임과 물소리의 연상 작용은 우리의 시각과 청각 작용을 발생시킨다.

신제현은 현재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구의취수장 관사의 공간이 폐허와 같이 벌레나 곰팡이에 의해흘러간 시간처럼 보인다는 느낌을 받아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의 현재의 모습으로 본 공간은 의미가 멈춰진 공간이겠지만, 멈춰진 모든 시간도 동일한 무게를 가진다고 생각하는 견해를 통해 보면 이 버려진 듯 보이는 공간에도 새로운 시간성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버려진 공간에 최소한의 개입으로 움직임과 소리, 그리고 향을 통해 느껴지는 시간의 변화를 표현한다.

지승열은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하여 지금 현재 공간에서 느껴지는 것들과 가상의 공간에서 작용하는 현상들의 겹침을 표현한다. 관람객은 VR장비와 의류를 활용하여 전시 공간과 유사한 또 하나의 가상공간에 위치하게 된다. 현재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공간 안에서 나의 위치를 파악하는 모션 캡쳐 기능을 통해, 공간 안의 특정 지점에 도착한 내가 입으로 입김을 불어 민들레꽃의 씨앗이 흩어지게 할 수 있고 그것을 가상현실 속에서 보고 만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진나래는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를 통해,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던 ‘자연’과 ‘인공’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각 가정에 있을법한 도구들은 함께 인공적 요소들과 집의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물이라는 자연과 물이 거치는 취수장은 자연과 인공자연을 형성한다. 생물 감시 장치를 통해 어류들의 어종을 감시하는 뉴스가 담긴 영상을 통해, 자연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원근’, 즉 ‘거리’를 재설정하고 우리 인간과 자연의 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해미 클레멘세비츠(Rémi Klemensiewicz)는 ‘소리’라는 개념을 시각화 시킨다. 소리는 본디 청각적 작용을 통해서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소리를 대표하는 사물인 스피커의 청각성이 소거되면서, 공간 안에서 관객들은 사물과 소리를 시각과 청각의 구조적인 관계로 변환한다. 이를 통해 시각과 청각이라는 ‘개념’으로 존재하는 시각성과 청각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 김주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