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일훈 물질의 건축술

노일훈의 전시 《물질의 건축술》이 지난 7월 12일부터 9월 17일까지 플랫폼-엘(PLATFORM-L)에서 열렸다. 4층 전시장에 설치된 영상에서 그는 “현재의 제 작업이 건축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이 언급을 통해서 우리는 그렇다면 건축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마치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E. Krauss)가 「확장된 장의 조각(Sculpture in the Expanded Field)」(1979)에서 조각을 규정하는 틀을 풀고자 했던 것처럼, 여기서 작가가 건축이란 말을 할 때 전제되는 것은 바로 건축의 개념적 틀이다. 
  그가 보기에 건축은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영역에도 관련된다. 풀어서 말하면 전자는 인테리어 디자인, 그리고 후자는 조각으로 적용시켜 볼 수 있는데, 이 두 범주는 전시장에서 소개가 된다. <Rami Side Table Paris>(2016)는 의자의 형태로 있고 <Parabola Paradiso>(2017)는 조명 인테리어의 형태 및 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입구 부분에 보면 2층 전시장에 놓인 가구와 같은 모티프로 된 작품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Rami>라는 작업은 2층 전시장의 원초적인 형태인데, 재료로서 존재하면서도 작품으로서 거기에 있다. 나무와 그것을 잘라 토막으로 만든 의자의 관계에서 전자는 자연 그 자체이다. 노일훈의 작업은 그것과 다르다. 즉 그 원초적인 재료자체가 이미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말하자면 건축술을 반영한 작업인 것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건축이라는 말은 근본적인 창출의 기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Rami>도 만들어지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Rami Side Table Paris>는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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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소개된 작업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의 작업에서 자연의 형상 혹은 자연현상의 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작가 또한 영상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는데, 3층 전시장에 들어가면 관객들은 그 특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Parabola Paradiso>는 천장과 바닥에 놓인 조명기구인데, 형태적으로 볼 때 어떤 산수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유유히 흐르는 구름과 산의 모습은 자연광이 아니라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로 창조된다. 작품 앞뒤를 가리지 않고 그 공간을 관람객은 걸어다닐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최근 미술계의 빛을 사용한 설치작업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혹자는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설치나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공간작업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 노일훈의 작업에서 관심사는 그 형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앞선 작가가 그랬듯이) 어떻게 그 요소를 끌어들이느냐가 아니라, 그 요소를 어떻게 형태에 반영시키느냐에 있다. 4층 전시장에 소개가 된 <Fabric Tabel>(2007)와 <Fabric Light Mezzo>(2017)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33층 전시실, <Parabola Paradiso>(2017)

4<Rami Side Table Paris>(2016)

54층 전시실

6<참고자료>
로잘린드 크라우스, 「확장된 조각의 장」 (1979)
《물질의 건축술—노일훈》 전시 리플렛 (플랫폼-엘, 2017)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