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적 보도사진 : 노순택의 사진 작업을 중심으로

대문사진 : [http://artsonje.art/wordpress/wp-content/uploads/2017/04/NOH-Suntag-The-4th-Wall-The-state-of-emergency-II-Installation-view-3F-2.jpg]

  사건 현장에서 찍힌 사진은 선별되어 신문에 실린다. 그 현장의 진실을 가장 잘 전달해주는 구도와 대상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은 베트남 전쟁 시의 사진의 경우가 그렇듯이 그 사건 상징적 역할을 한다. 사건의 심각성이나 피해를 알려주는 데에 적합한 사진을 골라내는데, 그 사진은 현장에서 찍힌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사진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없어 판단을 머뭇거리는 경우도 있다. 포토 저널리스트 리처드 드류(Richard Drew)가 찍은 사진 <The Falling Man> (2011)을 보면 마치 추상회화를 보는 듯하다. 찍힌 것만 보아도 어떤 내용이 대충 알게 되는 사진과는 달리, 이 사진은 제목을 보아도 내용만 알 수 있지 이것이 뉴욕 9.11 테러의 현장에서 찍혔다고 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진짜 찍은 거야?” 다친 사람이 잔해 속에서 울고 있는 사진과 비교하면 우리는 이 사진을 볼 때 감정적으로 분하거나 애도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The Falling Man>처럼 감정 이입이 어려운 보도 사진은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전달하여 희로애락의 감정을 유발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지 불분명한 상태에 있다.

노순택2노순택 <가뭄> (2015)

[http://artsonje.art/wordpress/wp-content/uploads/2017/04/%EB%85%B8%EC%88%9C%ED%83%9D_Drought_CFF0121_2015.jpg]

지난 8월 6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사진 작가 노순택 전시 《비상국가 II 제 4의 벽》이 열렸다. 전시의 형식적인 특징을 짚어보면 전시되는 사진의 크기가 여러 사이즈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볼프강 틸먼스(Wolfgang Tillmans)의 사진과 그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구상(具象), 말하자면 작품에 어떤 대상이 찍혔는지 알아볼 수 있는 작업도 있는 반면에 추상적인 작업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노순택의 작업과 틸먼스의 작업은 유사성을 가진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노순택의 사진이 보도사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일상적인 장면이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언론을 통해 빈번하게 전달되는,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그는 작업한다. 이번에 열린 개인전을 통해 관람객은 “그렇다면 보도사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가지게 된다. 작가는 시위 현장에서 찍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진은 그렇게 감정에 직접적으로 호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이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가뭄> (2015)이라는 작업의 몇 가지는 마치 추상회화를 보는 듯 사진에 표현되어 있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시위 현장에서 찍은 물총에서 나온 물안개라고 알아볼 수 없는 한, 거실에 걸기 좋다고 판단하는 것도 이해가 될 만큼 추상적인 사진이다. 이러한 특징은 <남일당 디자인 올림픽 III>을 비롯하여 다른 작업에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강조해야 할 부분은 그의 작업에서 오로지 추상적인 것으로 포착되어 있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 대상을 포착한 사진도 거의 동일한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비상국가>에 포함된 몇 가지 작업을 보면 어떤 대상을 찍었는지 분명하게 포착되지만, 보도사진처럼 독자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마치 인물을 세팅하여 제작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그의 사진은 감정을 유발시키지 않는다.
  그 사진은 현실감이 없다는 현실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스펙터클로 방송망을 통해 전달된 테러 공격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다는 뜻이 아니라, 그 현장에서 찍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의 심각성이 없는, 말하자면 현장감이 없어 감정을 자극하기 어려운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업은 몰입을 요구하지 않고 관조의 자세로 관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진출처> 아트선재센터 [http://artsonje.org/nst/#]

<참고자료>
노순택 《비상국가 II 제 4의 벽》 (아트선재센터, 2017) 전시 리플렛
노순택 《비상국가 II 제 4의 벽》 큐레이터 토크 : 신보슬 (아트선재센터, 2017.7.24.)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