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영의 <Ephemeral Ephemera>와 사건 재현하기

대문사진 출처 : http://ayoungkim.com/wp/wp-content/uploads/2013/09/Ephehera_05.jpg

사건은 그 일이 일어난 뒤, 말하자면 사후적으로 전달된다. 오늘날 아무리 실시간으로 정보가 전달된다고 한들 신문에 실리거나 TV를 통해 보도되는 것은 그 사건의 흔적을 발견하였을 때이다. 오늘날 정보통신매체를 통해 많은 사건을 접하게 된다. 정보로서 공유된 내용은 새로 보도된 내용이나 시간의 경과에 따라 희석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 사건이 극심하거나 광범한 피해가 되었을 경우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사람들 기억에 오래 남지만, 일상적인 사건이나 그것이 원인을 규명하기에 어려움을 겪으면 그 사건은 잊혀지기 십상이다.

작가 김아영은 일찍이 신문에서 오려낸 기사 내용을 가지고 작업을 하였다. 최근에는 <사기 지질학> (2016)이나 서울시립미술관 《도시괴담》전에 소개된 <우현으로 키를 돌려라> (2016), 그리고 올해 국제갤러리에서 소개된 <깊은 애도> (2016)가 그렇듯이 퍼포먼스 요소를 담은 작업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2008년 서울의 스페이스 바바에서 열린 전시 《Ephemeral Ephemera》와 2011년 두산갤러리에서 열린 《왓 해드 해픈드》에서 소개된 작업은 어떤 사건의 사후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재현한 것이다. 이 글을 통해 2008년 전시와 동일한 제목인 작업 <Ephemeral Ephemera> (2007-2009)를 토머스 데만트의 작업과 비교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작가가 작업에서 다루는 내용은 신문이나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이미 발생한/지나간 사건들이다. 작가는 특정 나라에 국한시키지 않고 그 사건을 재현하는데 영국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은 이미 벌어진 것으로서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보도가 된다. 예를 들어 영국인 교사 살인사건이나 자살 소동을 벌이다가 경찰관과 같이 투신한 사건은 기사대목인 제목에 함축되어 그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한 기사 내용을 가지고, 작가는 첫 단계로 그 장면을 구상하며 사건의 상황, 말하자면 구도를 생각한다. 기사를 읽을 때 개요 정도로 파악되는 정보는 어떻게 보면 실제 상황을 상기시켜주기에 충분한 단서라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이차원적인 재료를 가지고 그 상황을 다시 만든 다음 최종적으로 사진으로 기록한다. 예를 들어서 <템즈 강에서 머리 없는 시체 발견 2007.4.21> (2007) (도판)에서 작가는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사진으로 그 현장의 모습을 제작한 다음 사진으로 찍는다. 구명보트와 배 몇 척이 떠다니는 템즈 강과 주변의 건축물은 자세히 보면 그것들이 오려낸 사진이며 그 상황에 맞게 배치된 것을 알 수 있다.
  기법적 측면에서 볼 때, 그녀의 작업은 작가가 사건 현장을 종이로 재현하였다는 점에서 토머스 데만트 (Thomas Demand)의 일련의 작업을 연상시킨다. 그 또한 종이로 어떤 현장의 모습을 만든 다음에 사진을 찍은 작업으로 알려져 있는데, 작품을 보면 종이로 만들어진 세팅이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표현되어 있다. 데만트의 작업과 비교할 때 김아영의 관심은 2008년 도록에서 강수미가 분석을 하듯이 Ephemera, 즉 하찮은/하찮게 여겨진 정보가 재현된 장면에서 물질적으로도 똑 같은 성격을 드러낸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싶다. 말하자면 김아영의 작업에서 정보와 세팅시에 쓰인 종이는 동일한 성격인 것이다. 데만트의 작업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그 장면이 종이로 재현되었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전달되는 사건이 갖는 성격이 피상적으로 혹은 매끈하게 접하게 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종이로 된 세팅이라는 사실이 숨어있듯이 사건현장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는 채 숨겨지는 것처럼 말이다. 데만트의 작업과 비교할 때 김아영 작가의 작업 특징은—데만트의 작업과 어느 맥락에서 일치하면서도—전달되는 사건의 덧없음을, 바람이 불기만 하면 구겨질 수 있는 덧없는 재료인 종이 콜라주로 표현하였다는 점이다. 전자가 은폐에 관심이 있다면 후자는 사건의 휘발성에 관심이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참고자료>
《Ephemeral Ephemera》 (두산갤러리, 2008) 전시도록
《왓 해드 해픈드》 (스페이스 바바, 2011) 전시도록
《Gridded Currents》 (국제갤러리, 그룹전, 2017) 전시 리플렛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