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위한 설치 : 조르주 루스 공간작업

대문사진 출처 : https://jp.ambafrance.org/IMG/jpg/exhibits_slide14.jpg?23165/882ca07a81e54ad20afe666a8ae83310a04a1555

삼차원적인 구조나 공간을 이차원처럼 포착하며 실제의 깊이감을 없애는 사진 작업들이 몇 가지 있다. 마이클 울프(Michael Wolf)가 찍은 도시의 모습은 마치 빅토르 바살레리(Victor Vasarely)의 회화 (물론 바살레리의 작업 또한 ‘착시현상으로’ 삼차원적 분위기를 유발시키지만) 처럼 보인다. 다른 예시로, 제임스 웰링의 <Light Sources> 시리즈에 나오는 몇 가지 이미지나 사반 호닉(Sabine Hornig)의 작품을 보면 관람자는 단순한 추상이나 후자는 특히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업과 같은 기하학적 추상을 연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들은 삼차원의 건축적 구성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대상의 공간적 깊이감을 없앰으로써 이차원적인 요소를 강조하는—이 부분만 들으면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가 옹호했을 법한—작품이 된다.

이러한 표현, 즉 삼차원적 공간을 작품으로 승화시킬 때 공간감을 드러내지 않는 표현을 하는 작가에 조르주 루스(Georges Rousse)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에 한국에서 대규모의 개인전도 연 바 있는 그의 사진 작업은 삼차원 공간에 설치 혹은 페인팅을 한 다음 촬영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사진으로 나온 이미지는 기하학적 패턴이나 짧은 단어가 마치 출력된 현장 사진 위에 동그라미를 그린 것이나 혹은 포토샵을 가지고 그 사진 위에 글을 편집하여 올린 것처럼 보인다. 사진으로 나온 장면이 실제 세팅에 기반한 작업이라는 것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작가는 실제 공간을 연구하고 그 위치에 맞게 칠을 하거나 설치를 한다. 그는 실제 공간에 개입하는 설치 작업과 그 결과물로서 기록되는 사진 작업 두 가지를 하는데, 전시가 열릴 때 종종 전시공간에 실제로 설치를 하는 경우가 있다. 관람객은 그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마치 트릭 아이 뮤지엄을 찾는 듯 신기해한다. 어떤 한 지점에 서서 보면 작가가 생각한 모양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모양은 ‘제대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일본에서 열린 단체전에서 그의 작업 옆에 다음과 같은 한 마디가 있었다. “한쪽 눈으로 보면 완전한 원모양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 공간에서 설치를 하면서 원모양을 만들었다. 관객들은 한쪽 눈을 감아야 그 모양을 보다 온전한 것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의 작업은 그 과정만 보더라도 사진을 위한 설치임이 분명하다. 작가는 카메라를 한 곳에 고정시켜 그 렌즈를 통해서 공간에 모양을 디자인한 다음 실제 공간에서 작업을 한다. 말하자면 작가는 하나의 렌즈를 통해, 즉 단일시점으로 모양을 구성해 나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단일시점으로 포착되어 디자인된 그 공간은 두 눈으로 볼 때 제대로 보이는 모양이 나오지 않고 카메라와 사진을 통해서—혹은 전시장에서 지시된 대로 “한쪽 눈으로”—볼 때 비로소 온전한 모양으로 나온다. 루스에 있어서 이차원적 표현은 사진을 통해 다시금 강조된다. 그의 작업은 카메라를 통해서만 인식되는, 말하자면 이차원으로밖에 제대로 인식되는 삼차원 상의 모양을 포착한 것이다

<참고자료>.
살럿 코튼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권영진 (역), 시공아트, 2007
조르주 루스 개인전 도록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3)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