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의 심미성 문제 : 예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후지타 나오야(Fujita Naoya, 藤田直哉)의 저서 『지역 아트 : 미학, 제도, 일본』(2016)은 일본에서 열리는 예술제에 관한 논의를 다루고 있다. 항구 도시 요코하마에서 카가와 현 섬마을에 이르러, 일본 곳곳에서 시골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예술제가 열린다. 선정되는 지역의 다양함은 그만큼 지역 공동체나 도시의 역사가 다양하며, 그 표현 방식 또한 다양하다고 볼 수 있는데, 표현의 다양성은 때때로 예술에 심미적 가치를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자원봉사가 예술작품 이름으로 미화된다는 문제점을 든다. 주민들과 꽃을 심는 행위나 지역 주민이 사는 집을 방문하여 소통하는 행위가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예술작품 혹은 예술 프로젝트로 간주된다.
  일본에서 열리는 예술제의 목표는 대부분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에 있다. 카가와 현에서 열리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마찬가지로 소외나 인구감소에 대한 방안으로서 시작된 것이다.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며 그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 자체가 작품이 되어버리는 경우는, 1991년 미국에서 열린 전시 프로젝트 《행동하는 문화 : 시카고에서의 새로운 공공미술》의 맥락과 비교 가능하다. 매리 제인 제이콥(Mary Jane Jacob)이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관객이 더 이상 수동적인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을 생산하는 주체가 되는 협업 방식을 통해 진행되었다. 막대사탕을 디자인하거나 도시 생태학 현장 연구소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 이는 생산자와 관람자의 분리를 제거하였다는 평가와, 다른 한편 공동체를 착취하였다는 평가로 갈라졌다.
  예술가들이 관객과 어울리고 생산의 장—물질적인 결과는 물론 대화처럼 비물질적인 것까지—을 마련한 또 다른 경우는 니꼴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의 『관계의 미학』에서 소개되는 일련의 작업들이다. 대표적으로 리크릿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의 작업에서 작가의 퍼포먼스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거나 (그와 반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서사적 연극(Episches Theater)처럼 현실에 대한 영향력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관객은 작품을 통해 식사를 제공 받으며 상호소통의 자리에 참여하는 것이 된다.
  『관계의 미학』에서 부리요가 다루는 작업은 광범하다. 티라바니자의 작업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일상적 행위뿐만 아니라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élix González-Torres)의 작업처럼 작품의 물질적인 형태가 있는 경우도 소개된다. 그의 작업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관계의 미학』에서 강조되는 것은 상호작용을 통해 관객이 감상자의 위치에서 참가자의 위치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의 형성이지 굳이 예술작품을 식사를 제공하는 기능에만 가두는 표현 방식이 아니다. 여기서 후지타가 제기한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지역 커뮤니티와 작품의 영향관계는 다루는 재료나 표현방식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봉사활동으로서 실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관계의 미학』에서 형식만 가져온 것이 지역 예술제의 프로젝트에 마찬가지로 발견된다.
  봉사활동으로서의 예술작품과 그에 수반되는 기능과 심미성에 대한 문제는, 역설적으로 예술제를 통해 해소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후지타가 지적한 문제는 제도적인 후원을 통하여 어떤 작업을 전개하느냐에 상관없이 예술제라는 이름 아래 순수미술도 관광의 볼거리로서 기능하게 된다.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Kusama Yayoi)의 호박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직접적으로 마주보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한 조각임에도 불구하고 관광의 볼거리로서 기능적인 가치를 지닌다. 혹자는 볼거리로서 예술작품을 수용하는 일에 달갑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예술 작품자체가 기능과 문제제기의 수단이 되어버린 현 상황에, 심미성의 측면에서 재고하는 방법으로서 예술제가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싶다.

<참고자료>
권미원, 『장소 특정적 미술』, 김인규 외 2명 (역), 현실문화, 2013

니꼴라 부리요, 『관계의 미학』, 현지연 (역), 미진사, 2011
藤田直哉, 『地域アート 美学/制度/日本』, 堀之内出版, 2016 (후지타 나오야, 『지역 아트 : 미학, 제도, 일본』)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