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거진 다나 슈츠(Dana Schutz) <열린 관> 철거 논쟁

《2017 휘트니 비엔날레(2017 Whitney Biennial)》이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6월 11일까지 열렸다. 이번 비엔날레는 회화 위주의 큐레이팅이 돋보였으며, 그 중 다나 슈츠(Dana Schutz)의 회화작업 <열린 관(Open Casket)>(2016)은 사회적인 논쟁의 중심에 섰다. 백인 여성인 그녀가 이번 전시에 선보인 그림의 주제는 1955년 미국에서 발생한 인종 차별적 살인 사건에서 당시 흑인 소년이었던 에멧 틸(Emmett Till)의 누명 죽음이었는데, 그녀가 이를 의도적으로 자신의 그림에 이용했다는 다수의 주장 때문에 이와 같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열린 관>은 당시 성폭행범으로 몰려 처참하게 살인 당했던 에멧 틸의 시신이 열린 관 속에 있는 모습을 반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인데, 이를 본 몇몇 비엔날레 흑인 동료 작가들은 그녀의 작품을 가려 관객들의 시야를 이 작품으로부터 차단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그녀의 작품이 전시가 끝나기 전에 철거되어야 한다는 논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번 《2017 휘트니 비엔날레》에 선보여진 수많은 작품 중 왜 그녀의 작품이 가장 큰 논쟁거리가 되었으며 작품 속에 그녀가 숨겨놓은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사회적 이슈를 통해 이름이 알려지기를 바란 것으로 보기엔, 그녀는 이미 회화계의 샛별로 떠오른 지 꽤 된 존재이다. 그녀의 이번 행보는 과거의 잊혀져 가는 논란을 그녀의 인종적 특성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재조명한 사건일지도 모른다.

과거 영국 로열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에서 기획된 YBA(Young British Artists) 전시《센세이션(Sensation)》(1997)에서는, 마커스 하비(Marcus Harvey)의 실험적 작품이 이와 유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었다. 영국 역사상 최초로 자신의 쾌락을 위해 살인을 일삼은 소아 연쇄살인마 마이러 힌들리(Myra Hindly)의 초상을 아이들의 손바닥으로 찍어서 제작한 <마이러(Myra)>(1995)는 당시 관람객과 비평가에 의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었는데, 다나 슈츠와 비슷하게 그는 사회적 혼란을 노골적으로 이용하는 작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관객들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던 사건을 다시 상기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다나 슈츠의 이번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비판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옹호하는 주장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크리스토퍼 루(Christoper Lew)는 그녀의 작품이 전시 기간동안 철거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한 기사에서 언급했다. 이 작품의 파괴성이 관객들을 미지의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작품이 철거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주장했으며, 그는 많은 사람들이 논란의 중심이 된 그녀의 이번 작품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아와 작품 앞에서 토론하는 현상이 계속해서 목격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관객들이 그 의미를 점차 확장시키게 하는 작업은 그 내용이 토론이건 시위이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녀의 행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그녀의 작품이 이슈화 됨으로써 하나의 큰 사회적 사건을 재조명하게 되고, 이로 인한 여론이 형성됨으로써 많은 관객에게 논란거리의 수용 가능성을 제시하여 관객 스스로 작품의 수용성을 확장시켜 나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참고 자료>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557913&mid=Art (다나 슈츠 논쟁 기사)

http://www.saatchigallery.com/artists/marcus_harvey.htm (마커스 하비)

‘Why Dana Schutz’s Emmett Till Painting Must Stay’ https://news.artnet.com/art-world/whitney-biennial-christopher-lew-dana-schutz-906557 (크리스토퍼 루 인터뷰)

editor 문 하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