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en/For Use 작업에 드러난 물성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6월 18일까지 계속되는 Numen/For Use의 전시 《VOID》를 다녀왔다. Numen/For Use는 Sven Jonke, Christoph Katzler, 그리고 Nikola Radeljkovic의 세 작가로 구성된 예술가 그룹이며, 관람객에게 체험을 제공하는 대규모의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전시공간에 소개된 작업들을 보면 관람객이 버튼을 누르면 작품의 모습이 변하거나 직접 들어가서 체험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연출을 담당한 2005년부터의 작업이 영상으로 소개되어 있어 그 규모에 관람객은 놀랄 수밖에 없다.

그들의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우선 기하학적인 형태에 있다. 전시공간에서 공기가 주입되면 부풀어오르는 <String Model 2×2>(2015)에서 H.M.고레츠키(Henryk Mikołaj Górecki)의 음악으로 만들어진 발레 <비가(悲歌)의 교향곡>(2005)의 무대 세팅까지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형태는 단순하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 물성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하나의 전시공간 전체를 이용한 작품 <Void>(2017)에서 관람객은 천으로 된 통로에 들어갈 수 있다. 어렸을 때 이불로 놀았던 기억도 나는 이 작업에서 기하학적인 구성은 시각적인 세련됨만을 제공하며, 작품의 초점은 오히려 몸소 체험하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String Model 2×2> 마찬가지로, 비닐 (PVC)로 모양을 만든 입방체는 공기가 그 내부로 들어오면 그 모양을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쭈그러진다. 무대장치 중에서 <리어왕>(2015)나 <한여름 밤의 꿈>(2008) 또한 마찬가지다. 로이 플러(Loie Fuller)의 의상을 떠올릴 수 있는 유연한 천으로 무대를 뒤덮으며, 천장에서 내려온 빨간 현수막에 몸을 감으면서 무대가 진행된다.

그림2

이러한 특징은 일찍이 조각작품의 범주에서 거론된 내용과 흡사하다. 말하자면 미니멀리즘 조각과 그 이후, 특히 에바 헤세(Eva Hesse)나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에 대표되는 작업과 비교할 수 있다. 이들의 작업과 Numen/For Use의 작업에서 기하학적인 형식, 그리고 ‘비정형적’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재질적 특징, 즉 물성을 찾을 수가 있는데, 이는 이전의 단단하고 변함없는 모습으로 전시공간에 있던 작품—모더니즘 조각이건 미니멀리즘 조각이건—에 반대되는 양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Numen/For Use의 작업은 헤세나 모리스의 작업과도 다르다. 왜냐하면 후자는 작품에 과정이라는 시간성을 부여하였다는 점에서는 단단한 조각을 넘어서려고 하였지만, 결국 시각적인 차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헤세와 모리스가 전통적인 조각이라는 범주, 즉 보고 감상하는 데에 머물러 있었다면, Numen / For Use의 작업은 관람객 (혹은 무대배우)에게 물성을 경험하게 해주는 작업으로 전개된다. 실제로 천의 느낌과 그 공간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는 <VOID>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차적으로 물성을 경험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규모 방향감각을 상실할 정도의 다른 감각경험까지 나아가 제공한다.

<참고자료>
《Numen/For Use : VOID, 공간의 유희, 공간의 확장》 (현대카드 스트리지, 2017) 전시 리플렛

이브 알랭 부아, 로잘린드 E. 크라우스, 『비정형 (사용자 안내서)』, 정연심 외 2명 (역), 미진사, 2013
『現代美術 : ウォーホル以後』, 美術出版社, 1990
http://www.numen.eu/scenography/king-lear/
http://www.numen.eu/scenography/symphony-of-sorrowful-songs/
http://www.numen.eu/scenography/a-midsummer-night-s-dream/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