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사진 출처 : http://m.blog.naver.com/enakwon/220799438841

인터랩에서는 사회 구조의 틀에 의해 형성되는 가치, 그리고 그 구조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만나게 되는 불일치와 아이러니에 대해 작업하는 이원호 작가를 만나보았다.


 

인터랩: 안녕하세요. 이원호 작가님. 요즘 부쩍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시며 작업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개인전과 제주도에서 하시는 프로젝트, 그리고 그 밖에 여러 전시 때문에 바쁘실텐데 이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가 작가님이 참여하신 전시를 처음 보게 된 게 2009년에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재외한국청년미술제 U.S.B.였는데 그땐 작가님께서 독일에서 살고 계셨을 때였습니다. 그 후 한국에 귀국하셔서 활발한 활동을 하셨는데요.. 그 중 오늘 제가 작가님과 나누고 싶은 대화는 작가님께서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작업하고 계신 주제인 도시 공간 속 노숙인의 삶에 관한 내용입니다.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렸던 <<홈리스의 도시>>라는 전시에서도 이 주제에 대해 작업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이원호: 네, 그러고 보니 제가 한국에 온지도 벌써 꽤 많은 시간이 지났네요. 말씀하셨듯이 제가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와보니 저 역시 외국에서 이방인이었던 경험을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해 좀 더 낯선 시각으로 보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제가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직업군에 속하는 작가 생활을 하고 있노라면 사회에서 정한 규칙에서 잠깐이라도 이탈하게 되었을 때 접하게 되는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회 규칙이라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큰 힘을 미치게 되는데요… 일단 한번 정해지게 되면 어떤 힘을 갖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에 의해 가치가 형성되는 지에 대한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림1층 Story I, 흥정을 통해 구입한 적선 받은 돈과 적선 도구, 가변설치, 2013

 

예를 들어 제가 2013년에 작업한 <층 Story I>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구걸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구걸을 하는 행위가 불법이라고 전제된 상황에서는 우리가 적선하는 행위 역시 위법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적선하는 행위를 하는 동시에 그들을 그 구걸하는 위치에 놓음으로써 쌍방의 역할이 정해지게 되는건 아닐까.. 그래서 구걸 행위를 하는 분들을 찾아 나섰고 그들의 하루 벌이에 해당하는 액수의 돈과 그들이 구걸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통을 돈을 주고 구입하는 행위를 통해 제가 가졌던 의문에 대한 의문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가보고 싶었습니다.그림2

그림3

 

이런 작업을 통해 제가 경제적 논리와 가치에 대해 생각을 발전하는 과정에서 <부(浮)부동산>이라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길거리 노숙자의 집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우리가 주거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집’이 어떻게 부동산으로 기능하게 되고 또 그렇다면 노숙자의 재산인 집의 가치를 부동산 재테크와 연결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에서도 좀 전에 말씀드린 작업과 마찬가지로 노숙자들이 제작한 박스집을 제가 재구매 하게 됩니다.

그림4그림5부(浮)부동산 (영상 스틸이미지), 노숙자들로부터 매매 구입한 종이박스 집, 매매계약서, 끈, 종이, 나무, 액자, 2채널 영상 각 30min, 2015

인터랩: 작업을 하시면서 구걸하시는 분들과 노숙을 하시는 분들을 아주 많이 만나 보셨을 텐데요. 그러한 오브제를 구입한다고 했을 때 반응이 어떤가요?

이원호: 일단 처음에는 다들 의아해 하시는데… 제 소개를 하고 현대미술작가라고 어떤 취지에서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라는 말씀을 드리면 이해하시고 박스집을 파시고요 또 그 분들께서 다른 노숙하시는 분들 중 편찮으시거나 더 돈이 급하게 필요하신 분을 소개해주면서 그들의 집을 먼저 사달라고 말씀하시기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대체로 구걸하시는 분들은 혼자서 계시다가 집에 돌아가신다면 노숙하시는 분들은 식사를 하기 위해 배급소가 가까운 곳에 모여있는 경우가 많고 그들끼리의 커뮤니티가 있어서 단체활동을 하시면서 몇몇 구역에서 아주 멀리 이동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그 곳을 지나게 되거나 간혹 길가다가 다시 그분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기도 해요..

 

인터랩: 얼마전 작가님께서 지하철에서 주로 들을 수 있는 물건을 파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송을 미술관에서 재현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이원호: 네. “저희 전시공간에서는 판매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송이 들리는 사운드 퍼포먼스였는데요. 안내 방송 후에 관람객이 누군가가 물건을 팔고 있는 건 아닌지 두리번거리는 광경이 연출됐습니다.

 

인터랩: 구걸행위, 노숙, 물건판매.. 이 세가지 모두 연관성이 있는 것 같네요… 공공장소에서 이루어 진다는 것이 그렇고 또한 작가님께서 다루시는 문제는 만들어진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임시적이고 가변적인 ‘가치’가 형성되는 유동성에 대해 말씀하시려고 하는 것 같은데 맞나요?

그림6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 미술관에서는 판매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물건을 파시는 분은 속히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 미술관에서는 판매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물건을 파시는 분은 속히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그림7그림8

이원호: 네.. 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는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는 갤러리와는 다른 것이 갤러리는 작품을 파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미술관에서는 전시 된 작품을 파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건데요… 저는 돈이 직접적으로 거래되는 부분이 아니라 미술관에 전시한 제 작품이 어떠한 보이지 않는 가치를 형성한다는 점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인터랩: 그래서 마치 어딘가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가 전철 안에서 그런 방송이 들렸을 때 주변을 살피는 동작이 연출되거나 그런 것을 미술관에서 보여주신거군요… 작품 전시 자체가 물건을 파는 돈과는 다른 맥락에서의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면에서요… 그렇다면 일종의 유예된 가치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말씀을 들어보니 <부(浮)부동산>과 <층 Story I>에서도 실질적으로 거래되는 돈 이외에, 공고된 가치가 형성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루어지는, 존재하지만 우리가 명확하게 다룰 수 없는 유령적 가치에 대해 말씀하신다고 이해됩니다.

또 어떻게 생각하면 사회 시스템 안과 밖에 존재하는 그리고 우리 모두가 순식간에 그 시스템 외부인이 될 수 있는 그 찰나의 순간을 말씀하고 계신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그 외부인은 우리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또는 우리 모두가 그 내-외부인의 경계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처럼 이해되기도 하고요…. 사실 우리 미술인들도 가끔 먹고 사는 문제에서 위태로움을 느끼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상위 단계의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미술작품을 생산하고, 그 행위가 마치 구걸 행위에 필요한 소쿠리나 노숙을 위해 집을 만드는 박스를 되 팔았을 때 그들이 제시한 가격과는 불일치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미술관에서 졸지에 전시를 보고 있는 그 누군가가 차단의 대상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노숙자와 구걸행위를 하는 사람들처럼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모든 사회 구성원 앞에 놓인 얇은 유리막 하나 정도의 차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여러 말씀 들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ditor 김주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