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픽션(Real Fiction)

우리가 ‘가상현실’을 체험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상적인 현실이 가능한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쉽게 생각해보자면 테크놀로지의 발달, 그리고 과거-현재-미래의 혼재, 그리고 사이버 네트워크 속에서의 공간의 이동 등으로 그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가 정보 기술을 시간의 구애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가상과 현실 시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아트센터나비에서 진행중인 《리얼 픽션(Real Fiction)》전시에서는 가상현실에서의 이러한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작업을 볼 수 있다.

특히 이 전시는 “오늘날 현실은 과연 얼마나 ‘현실적’이며, 가상은 또한 얼마나 ‘가상적’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다. 특히 가상 현실의 가능 조건을 역추적하며 “지금, 여기”가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와중에 어떻게 우리는 현재의 현실로 가상현실을 인식하는지를 체험하게 한다.
중간

이번 전시에서는 A/A(안드레아 그라이너/아민 케플리너), 변지훈, 전형산 작가가 참여했다.

변지훈의 〈시계(Clock)〉(2016) 작품은 그가 최근 몇 년간 구축해온 프로그래밍 도구 ‘파티클(Particle)’로 만든 실시간 인터랙티브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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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Clock>, 2016
Projector, PC, Sensor(Kinect), Custom Software
기술자문 신승백

완벽한 가상의 공간에서 구동되는 〈시계〉는 수백 만개의 입자들의 움직임과 빛의 변화가 실시간으로 처리되어, 마치 손으로 만져질 것 같은 시간성을 경험하게 한다. <시계>는 작가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래밍 도구 ‘파티클(Particle)’을 이용해 만들어진 실시간 인터랙티브 작업이다. ‘파티클’은 컴퓨터 그래픽의 기본 단위인 입자(Particle)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래밍 툴로, 인터랙션을 위한 작가의 도구이다. 관객은 ‘파티클’로 만들어진, 숫자로 표현된 시계를 마주하게 된다. 세밀한 입자 혹은 연기로 구성된 것처럼 보이는 시계는 손을 뻗어 만지려 할 때마다 흩어지고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관람객의 눈 앞에 보이는 현재 시간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시간은 수백만개의 입자로 흩어지는데 이는 마치 만져질 것 같은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 이는 실제 공간에 위치한 관람객과 파티클로 표현된 시계가 상호작용함으로써 시간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다.

작품 설명 출처: http://www.nabi.or.kr/project/current_read.nab?idx=552

 

A/A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기술의 양가적 측면을 드러내는 작업을 시도해온 베를린 기반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다. 의학과 시각예술을 전공한 안드레아 그라이너(Andreas Greiner)와 멀티미디어 아트를 수학한 아민 케플리너(Armin Keplinger)로 구성된 A/A는 물리적 프로세스를 통해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상황의 연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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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Water, Aluminium, Concrete, Heating Source, 90 x 30 x 30 cm


〈·〉(2012)는 일정 조건을 적용하여 자연 상태에서는 포착하기 힘든 순간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시간-조각이다. 물이 가진 물질적 특성에 따라 물방울은 보통 바닥으로 떨어지면 흩어지기 마련이나, 작품에서의 물방울은 연출된 상황을 통해 그 형태를 일정 시간동안 유지한다. 천장의 튜브를 통해 흘러나온 증류수는 작은 물방울의 형태로 가열된 알루미늄판에 떨어지고, 가열된 판은 액체 상태의 물방울이 가진 표면에너지를 변화시켜 기화되기 전까지 형태를 유지시키며 계속적으로 움직임을 만든다.
작품 설명 출처: http://www.nabi.or.kr/project/current_read.nab?idx=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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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om>, 2017
Site -specific installation, VR animation, HTC Hive, Computer

 

<A\Doom>은 가상 현실(VR, Virtual Reality)기술을 활용한 작업으로, 기술이 야기하는 양면성에 대하여 디지털로 생성된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작업이다. VR 기기를 착용한 관람자는 눈 앞에서 응결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무채색의 기체가 자신의 주위를 계속적으로 둘러싸는 경험을 한다. 이는 무중력 상태에 가까운 공간을 연출하며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단절 없는 시간 속에 놓여있는 듯한 느낌을 유도한다. 작가는 가상 환경을 통해 과학 기술의 이면에 가려진 공허함, 허무함의 메시지를 전하며 기술이 갖는 유토피아-디스토피아적 함의를 전달한다. 

작품 설명 출처: http://www.nabi.or.kr/project/current_read.nab?idx=552

 

동영상3[사진을 클릭하시면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선험적 편린들 #3; 레디우스(a priori bits #3; Radius)>, 2014, 

Mixed media, Sound installation(radio receiver, transmitter, typewriter, coil, motor, speakers)

 

전형산은 ‘비음악적 소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및 퍼포먼스 작품을 이어온 작가이다. 노이즈를 이용해 일반적으로 음악과 비음악으로 이분화 되는 소리의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형태의 사운드를 생산해 냄으로써 관객들에게 보편적 감각의 인식체계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제시한다.

동영상4[사진을 클릭하시면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선험적 편린들 #3; 레디우스(a priori bits #3; Radius)>는 개조된 라디오장치와 다섯개의 수신기로 구성된 설치작업이다. 미싱기로 사용되던 나무 선반 위에는 코일로 싸인 원통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는 좌우로 움직이며 세상에 떠돌아 다니는 라디오 사운드 주파수(SW)를 수신한다. 수신된 주파수의 노이즈는 설치된 타자기 자판에 ‘make some noise’라는 문장을 입력함에 따라 조작되고 변형되어 소리의 구조화를 시도한다. 이렇게 변조된 노이즈는 FM수신기를 거쳐 재구성된 사운드를 생성하는데, 이는 하나의 사운드로 완성되는 순간을 직조한다. 일반적으로 라디오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정해진 주파수를 맞춰야 하나 이 작업에서 주목하는 것은 정해진 주파수들 사이에 존재하는 주파수들이다. 작가는 사운드 노이즈의 잠재상태에서 현실화 과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하나의 사운드로서 일련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한다.

작품 설명 출처: http://www.nabi.or.kr/project/current_read.nab?idx=552

 

editor 김주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