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시게루 《Projects In Progress》

(대문사진 : 도판 1)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La Seine Musicale>의 모형.
지난 4월 21일에 가수 밥 딜런(Bob Dylan)의 공연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TOTO 갤러리-마에서 건축가 반 시게루(坂茂)의 전시가 4월 19일에 열렸다. 올해 7월 1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서 건축가의 최근 프로젝트에 초점을 두고 모형과 사진, 그리고 건축물이 세워지는 과정을 찍은 영상뿐만 아니라, 실제로 건축물에 사용되는 재료도 전시되었다. 《Projects In Progress》라는 전시 제목이 시사하듯, 작년에 완공되어 실제로 사용되고 있거나, 올해나 내년을 목표로 진행중인 건축물 10가지를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전시공간은 총 세 장소이지만, 사실 그 공간 크기에 비견하지 않을 정도로 각각 프로젝트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a Seine Musical>은 건축물의 소형 모델(도판 1)뿐만 아니라, 콘서트 홀 의자를 놓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진행 과정의 영상을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도판 2) 이 것은 종이통 심을 가지고 제작되었는데, 이 의자뿐만 아니라 전시공간 천장을 보면 종이통 심을 모아서 설치된 구조를 찾을 수 있다.(도판 3) 콘서트 홀의 실제 천장에 쓰인 구조가, 전시공간 천장에 설치된 것이다. (심지어 소형 모델을 놓은 테이블 다리까지 종이통이다.) 재료적인 측면에서 보면 <La Seine Musicale>는 나무로 되어있지만, (반 시게루의 다른 작업 역시 마찬가지로) 수직적이고 딱딱한 나무의 특성을 보다 구조적으로 유연하고, 보고 사용할 때 온화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도판 4)그림2(도판 2) <La Seine Musicale>의 의자. 실제로 앉아보면 원통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을 간직할 수 있다. 이처럼 종이통으로 만든 의자는 90년대의 <종이갤러리>(1994)나 가구 <카르타 시리즈>(1998)가 그렇듯이 그가 종이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부터 계속적으로 제작되어왔다.

그림3(도판 3) 천장에는 천장의 구조, 벽면에는 벽면의 구조를 배치.
조명 빛을 받으면 나무로 제작된 구조는 아늑하게 주변을 밝힌다.

그림4(도판 4) 베틀로 짜듯 엮인 구조는, 그 재료가 나무라는 것을 쉽게 깨닫지 못할 정도이다.

사실 <La Seine Musical> 프로젝트는 하나의 전시 공간을 채울 만큼 이번 전시의 주목 대상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아홉 가지 프로젝트가 소홀하게 다루어진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전시공간에서 다음 전시공간으로 가는데, 그곳은 천장이 없는 중정이다. 정원처럼 되어있는 미술관에서 관람객은 걸어 다니면서 야외조각을 감상하고 자연을 즐길 수 있지만, 여기 TOTO 갤러리-마는 빌딩의 3층과 4층 공간이다.(도판 5) 계단을 올라가서 4층 전시공간으로 바로 갈 수도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중정에 세 가지 프로젝트가 소개되었다.

그림5(도판 5)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TOTO 갤러리-마.

‘마’는 사이 혹은 사이 공간을 뜻하는 일본말인데, 전시공간과 전시공간을 연결하는 이 중정이야 말로 진정한 ‘마’가 아닐까 싶다.

중정에 실제 모델로 <타케타 시 쿠어하우스>, <구마모토 목조 가설주택>, <네팔 부흥 프로젝트> 이 세 프로젝트는 <La Seine Musicale>는 인공적인 조명이 비친 모습을 전시공간에서 잘 보여주었다면, 이 세 작업에서 관람객은 햇빛 아래 비춰진 설계물을 볼 수 있다. 물론 <La Seine Musicale>의 외부구조에 목재가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세 작업은 실제로 실외에 목재를 쓰는 작업인 만큼, 전시기간 동안 날씨의 영향에 따른 내구성을 증명해주는 듯하다. 특히 2018년에 완성될 <타케타 시 쿠어하우스>는 야외 온천 부분에도 사용되는 구조에 나무를 사용한다. 껍질을 벗긴 삼나무를 묶은 것을 반복적으로 놓은 것이기는 하지만, 구조적인 차이를 줌으로써 건축물의 유동적인 외관을 이루게 된다.(도판 6, 도판 7, 도판 8)

그림6(도판 6) 3층 중정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가 4층으로. <타케타 시 쿠어하우스>는 사진 왼쪽에 목욕탕(온천)이 보이며, 지붕이 움푹 들어가 있다.

그림7(도판 7) 유동적인 외관은 단순한 구조에 차이를 줌으로써 탄생된다.

오목한 부분(왼)과 볼록한 부분(오른), 그리고 평평한 부분(가운데)은 구조가 약간씩 다르다.

이러한 구조를 ‘레시프로컬 구조(reciprocal structure)’라 한다.

그림8(도판 8) 4층으로 가는 계단에서 찍은 <타케타 시 쿠어하우스> 지붕 구조의 모습.

이번 전시에 맞춰서 출판된 건축가의 책에도 아직 소개가 되지 않았다. 2018년 여름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4층에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과정을 담은 영상이나 모형으로 볼 수 있는데, 그 종류는 다양하다. <후지산 세계유산 센터>, <스위스 시계회사 본사>, <대남시 미술관>(도판 9) 등을 비롯하여 여섯 가지 진행중인 작업이 소개되는데, ‘반 시게루 = 재난용 주택’이라는 공식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에 의아해 할 수 있다. 그는 재난용 쉘터나 가설주택을 만드는 다른 한편에서, 어째서 미술관처럼 고급스러운 건축물을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오히려 그 질문자체에 다시 의문을 던지는 것이 된다.

그림9(도판 9) 대만, 대남시에 세워지는 <대남시 미술관>은 삼각형의 패턴, ‘프랙탈 면(fractal geometry)’을 반복한 입체 형태를 지붕에 사용한다.

올해 3월에 출판된 그의 책 『반 시게루의 건축현장』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언급한다. 일본에서 택시를 타고 눈에 들어온 미술관이나 콘서트 홀에 대해 물어보면, 부정적인 반응이 온다고 이야기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써서 호화스러운 건축물을 세우는 일에 부정적인 견해가 일본—특히 지방도시—에서 많다는 것이다. 프랑스와는 달리, 일본사람은 미술관을 비롯한 공공시설을 그 동네의 소중한 것으로 보거나 여기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더 나아가 건축물 대 사람의 구도에서 후자에만 주목 받아, 건축물을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 그 기능을 한정시키는 경향까지 있다고 말한다. 공공시설물에 가치를 찾아보는 것이 왜 불가능한 것일까?

<대남시 미술관>의 설계 단계에서, 건축가는 상업 및 문화시설이 집중된 이 지역에 공원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부분을 염두에 두면서 미술관과 공원의 모습이 결합한 구조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결합은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저서 『착란의 뉴욕』에서 살펴본 마천루의 모습과 다르다. 건축물 내부에 여러 기능을 응축시킨 것이 맨허튼의 빌딩이었다면, 반 시게루의 시도는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 틈을 내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즉 공원과 미술관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또 건축물 마찬가지로 외부의 다른 시설과 별개의 것이 아닌 것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공공시설물—뿐만 아니라 <스위스 시계회사 본사>의 모형도 그렇지만—에서 그는 단일한 기능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여러 기능에 주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림10<참고자료>
坂茂, 紙の建築 行動する―建築家は社会のために何ができるか, 岩波書店, 2016

坂茂, 坂茂の建築現場, 平凡社, 2017
坂茂, 坂茂の建築―材料・構造・空間へ, TOTO出版, 2017
坂茂, 《プロジェクツ・イン・プログレス》(Shigeru Ban: Projects In Progress) 전시 리플렛, 설명문
http://www.lemonde.fr/culture/portfolio/2017/04/21/la-seine-musicale-nouveau-lieu-dedie-a-la-musique-sur-l-ile-seguin_5114697_3246.html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