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무엇을하는가 – 마리아린드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마리아린드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이는 미술계의 저변에서 맴도는 아주 중대한 질문임에도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를 찾기 힘들다. 대기업들이 생산해내는 화려함과 수많은 오락물, 또 공공 문화기관들이 보여주는 예술에 대한 요식적인(maxi-bureaucratic) 접근법들은 동화와 같은 비현실적 스펙터클을 생산해낸다. 예술을 소유하는 이들은 작품을 지배하려고 할 뿐만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관심 역시 제어하려고 든다. 따라서 예술은 쉽게 대중의 이목을 집중 시키는 장식적인 요소로 치부되고, 이러한 맥락 속에서 예술의 사회적, 역사적, 현재적 의미는 퇴화한 채 우리는 예술의 역할과 의미를 잊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다시 한 번 질문해보자. 예술을 무엇을 하는가? 어쩌면 이 질문이야말로 이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이자 목적일지도 모른다. 이상한 듯 보이는 이 논제에 접근하는 첫 번째 방법은, 예술을 하나의 경험이자 세상에 작용하는 힘으로 인식하는 작품들의 구체적인 사회적 역할을 파악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예술의 도구화, 상업 예술시장이 거대하게 팽창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예술 그 자체를 무대의 한 중앙에 놓고 예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미래에 대한 투사와 상상력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현대미술은 사회의 다른 분야들보다 앞서 동시대의 현상들을 포착하고 표현해내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이는 우리의 존재를 감지하는 지진계이며, 우리의 삶을 탐색하는 탐지견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술은 항상 우리의 미래에 대한 무언가를 섬세하고 복합적이고 어려우면서도 유쾌하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말해준다. 그리고 예술을 생산하는 작가들의 노력은 최소한 일시적으로나마 예술을 통해 우리가 서있는곳이 어디인지 지각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이해를 기반으로, 2016년 광주비엔날레는  ‘예술에 대한 신뢰 회복’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 ‘매개체로서의 예술’을 주요 키워드로 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나는 미술기관의 무대를 일상과 현실 속 생존을 위한 투쟁의 한가운데로 옮겨놓고자 한다. 작품에 대한 내재적 언어와 작품들 간의 소통 방식을 파악하고 지역성과 국제적 연결성을 강조하는 전시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이는 동시에 지역성과 국제적 연결성이라는 기제가 갖는 모순에 대한 질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기계적인 계산과 정치적인 조망을 넘어 동시대의 공동체적 이슈들을 끌어내기 위해 많은 지역적 매개를 필요로 할 것이며 예술 작품이 지닌 중재의 능력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다. 또한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다층적인 시각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반영하려는 시도도 필요할 것이다.

본 오픈 포럼은 사회의 다른 장들이 미처 감지하기 못한 현상들을 소화하고 집약하여  구현하는 하나의 중요한 형식으로써 현대 예술을 조명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는 내가 오랫동안 고심하고 노의해온 근본적인 논제이다. 오픈 포럼을 통해 광주와 한국이라는 특수한 지리적, 문화적 맥락 위에서 예술계의 다양한 매개자인 작가, 큐레이터들과 함께 이 논제가 심화 및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인식해야 할 심도 있는 논점들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