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현대미술사학회 춘계학술대회

오전세션(10:30-12:10) : 융합예술연구센터 발표 

“스마트 쉘터(Smart shelter)공간 구축을 위한 철학•건축•예술•문화•공학에 대한 융합연구

사회자|정연심 (홍익대학교) 

10:30-10:40 인사말|융합예술연구센터 소장 고경호(홍익대학교) 

10:40-11:00 스마트한 공간과 스마트한 지각 

박영욱(숙명여자대학교)

11:00-11:20 뇌파 정보를 활용한 스마트 쉘터 운용에 관한 연구 

지승열(한양대학교) 

11:20-11:40 전이적 공간과 쉘터의 확장성: 저드, 보디츠코, 지텔을 중심으로 

정은영(한국교원대학교)

11:40-12:10 패널토론 좌장|정연심(홍익대학교) 

2017 춘계학술대회 포스터11

스마트한 공간, 스마트한 지각

박영욱 (숙명여자대학교)

라차리니(Robert Lazzarini)의 설치작품 ‘해골’(skull, 2001)은 홀바인의 ‘대사들’에 있는 해골을 떠올리게 한다. 해골의 이미지가 왜곡된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둘은 상관관계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둘은 정반대의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홀바인의 왜상(anamorphosis)이 근대적인 공간을 상징한다면, 라차리니는 디지털 공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홀바인의 왜상은 개념적으로 환원가능한, 따라서 변형이 매우 제약된 왜상이라면 라치리니의 왜상(?)은 그 자체가 무한히 변형가능한 디지털 공간을 표상하고 있다. 디지털의 특성은 ‘변형가능성’이며 이는 원형(prototype)과 매개변수(parameters)라는 매우 기본적인 구조로 일반화할 수 있다. 여기서 디지털의 매개변수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됨으로써 전통적인 동일성의 범주를 위협한다. 

건축에서 아이젠만의 다이어그램은 이에 대한 매우 은유적인 시도이다. 그는 건축의 불변적 요소(촘스키 식의 심층구조), 즉 원형(prototype)을 찾고자 하였는데 이는 무한한 변형가능성을 위한 것이었다. 오늘날 디지털 건축과 더불어 ‘다이어그램’의 중요성이 부각하게 된 맥락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이어그램이란 직접 시공을 위한 도면이 아닌 여타의 모든 건축적 아이디어를 구현한 것(가령 스케치, 시나리오, 계획서, 모형, 이미지 등)의 총칭인데, 디지털 건축과 더불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된다. 여기에는 디자인(도면)과 시공의 분리라는 근대 건축의 이분법이 다시 근대 이전의 관행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BIM)

디자이너에게 근대적 도면은 근대적 악보와 같다. 고전주의자 작곡가에게 악보는 모든 연주를 통제하는 수단이다. 이를 뒤집으면 악보외의 어떤 다른 요소도 연주에서는 배제된다. 악보로 표현할 수 있는 것만 음악이 된다. 건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역학과 시공의 측면에서 기하학적인 단순성을 지날 수밖에 없는 도면의 단순성이 공간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근대건축에서 다이어그램이 왜 후퇴할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주는 분명한 이유이다. 악보나 도면은 우리에게 합리적으로 주어진 인식의 틀에 제약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제약적이다. 이를 대체하는 느슨한 형태의 도식적 틀이 바로 다이어그램이다. 

다이어그램의 필요성을 제기한 사람은 다름 아닌 들뢰즈이다. 그가 베이컨의 회화에서 핵심으로 보았던 것이 바로 다이어그램인데, 이는 추상과 구체의 어정쩡한 중간적 상태이며, 개념과 직관 사이의 어떤 것이다. 그것은 ‘감각의 논리’로서 미리 주어진 개념의 틀에 능동적으로 현실을 집어넣는 인식활동이 아닌 감각에 의한 수동적인 종합의 산물이다. 여기서 감각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감각(sensation)보다는 베르그송의 ‘지각’(perception)에 가까운 개념이다. 지각이란 어떤 대상을 단지 감각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서적 반응에 의해서, 즉 일정한 틀(프레임)에 의해서 발생하는 능동성과 수동성을 동시에 지닌 활동이다. 인간이 컴퓨터보다 스마트하다면 바로 이런 측면일 것이다. 컴퓨터는 정서적 반응에 의해서 지각하지 못하는 반면 인간의 인식에는 항상 정서적 차원, 즉 지각의 차원이 개입한다.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메타 알고리즘의 능력을 소유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설계가 자신도 모르는 우발적인 계기(가령 무의식적 충동이나 예기치 않은 과거의 기억)에 의해서 형성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왜 그러한 알고리즘이 의미를 지니는지 혹은 의미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한 차원은 인식이 아닌 지각의 층위에서 설명될 수 있다. 우리가 스마트한 공간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뇌파 정보를 활용한 스마트 쉘터 운용에 관한 연구 

지승열 (한양대학교)

최근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ICT기반의 기술 융합 과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연구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인간의 감각 기관으로 느끼는 오감(五感)을 인공적으로 재현하거나 혹은 초월하는 능력을 가진 센서들이 등장하고 있다. 본 연구는 기존의 건축 기술 기반 주요 화두인 연구의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과 같은 경제적 관점에서 벗어나 뇌파를 읽는 센서를 활용해 사용자의 심리상태를 응용한 건축 기술 운용에 관한 연구이다. 특히, 사전 연구된 쉘터의 운용 방법을 분석하고 쉘터의 상황별 목적을 고려한 뇌파 패턴의 항목별 특성을 분석한 로그 데이터의 정리 과정을 정의한다. 뇌파의 정량적 변수를 활용한 사용자의 심리적 상태를 파라미터화하고 파라메트릭 시스템에 적용하여 건축 캐드시스템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한다. 또한, 파라미터화된 뇌파 정보에 대한 쉘터의 활용을 통한 스마트 쉘터의 가능성을 검토해보고 뇌파를 활용한 스마트 쉘터 운용을 위한 변수 정보 DB조사 및 분석을 통해 뇌파 유형별 EEG데이터(electroencephalography)분석과 뇌파를 활용한 변수 분석에 대한 기준을 미국 EEG학회의 기준을 기반으로 로그 데이터 활용을 통해 정보를 정리하고 스마트 쉘터의 활용을 위한 모바일 플랫폼의 인터페이스 구성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전이적 공간과 쉘터의 확장성: 저드, 보디츠코, 지텔을 중심으로

정은영 (한국교원대학교)

스마트 쉘터를 하나의 전이적/이행적 공간으로 설정하고 전이성/이행성의 개념을 탐구하는 본 연구는 전이적 공간과 쉘터가 중첩되는 현대미술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스마트 쉘터의 위상과 구조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모색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중간 공간’이나 ‘이행 공간’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전이적 공간(transitional space)’은 영국의 정신분석학자인 도널드 위니코트(Donald Winnicott)가 1950-60년대에 걸쳐 집중적으로 발전시킨 대상관계이론의 핵심 개념이다. 전이적 공간은 어머니(원초적인 합일의 존재/대상)로부터 분리된 유아의 상실감과 충격을 완화시키고 어머니의 부재가 야기한 불안과 고통을 달래주는 기능을 하는 ‘전이적 대상(transitional objects)’(인형, 담요, 장난감 등)에서 발전한 개념이다. (이때 인형이나 담요는 있는 그대로의 물질적인 대상이 아니며 주체가 단절감과 상실감을 극복하도록 해주는 주체-객체 사이의 가상적인 중간 대상이 된다.) 

전이적 공간은 아동이 성장하는 데에 필수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과도적 놀이, 전이적 현상, 잠재적/가상적 공간으로 확장되며, 독립적면서도 상호주관적인 사회적 자아로 성장한 성인의 ‘사회화된 놀이’라 할 수 있는 ‘문화적 영역’ 속에 지속된다. 따라서 유아나 아동의 전이 대상이 주관적인 차원의 불안과 혼돈 및 정서적인 곤경을 관계적으로 극복하는 데에 집중한 것이라면, 성숙한 사회적 자아의 문화적 전이 공간은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상호주관적인 욕구를 반영하며, 나아가 주관과 실재, 내면 세계와 외적 현실을 창조적으로 변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마트 쉘터의 위상은 이처럼 내면 세계와 외적 현실의 중간 지점에서 양자를 창조적으로 변화-생성하는 문화적 전이 공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쉘터의 구조는 이와 같은 이론적 전망을 기반으로 하되, 사회적 요구(needs)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적이고 공학적인 테크놀로지의 적용과 활용이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스마트 쉘터의 구조를 탐구하는 데에 참조점이 될 수 있는 현대미술의 사례들, 특히 다양한 형식의 쉘터와 전이적 공간이 만나는 사례들을 보디츠코, 저드, 지텔의 작업에서 살펴본다. 이 중 지텔의 쉘터는 그 위상과 구조 면에서 보디츠코와 저드의 작업을 변증법적으로 통합한 의미 있는 사례라 할 수 있으며, 이후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여 확장할 수 있는 창조적 전이 공간의 좋은 모델이다.

 

1. 크리슈토프 보디츠코(Krzysztof Wodiczko)의 <홈리스 차량 Homeless Vehicles>과 <외계인학 프로젝트 Xenology project>: critical structures 

2. 도널드 저드(Donald Judd)의 <마파 하우스 Marfa House>와 미니멀리즘의 가구-조각: modular structures

3. 안드레아 지텔(Andrea Zittel)의 <A-Z 웨스트 A-Z West>: livable structures 

 

도심 공간이나 자연 환경 속에 설치된 스마트 쉘터는 물리적인 한계나 소통의 제한 혹은 심리적인 단절을 쉘터라는 안정되고 안락한 보호 공간과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전이적 대상(IoT 포함)을 통해 극복하는 문화적 전이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스마트 쉘터는 위니코트가 논의한 ‘개인과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잠재적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되, 전이 대상/전이 공간이 지니는 기본 특징인 가상성, 유동성, 가변성을 스마트 테크놀로지로 실현하는 전이적 공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