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남의 박대인, 정한별

사진 출처: http://www.bloter.net/archives/271182


인터랩: 안녕하세요 박대인, 정한별 과정남님, 두 분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어떻게 과정남을 만들게 되셨는지 말씀 듣고 싶습니다.

과정남: 안녕하세요.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 약칭 과정남을 같이 만들고 있는 박대인, 정한별입니다. 과정남은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박대인이 석사 1년차, 정한별이 박사 1년차일 때 만나서 만들어진 온라인 인격체이자 비즈니스 유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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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일단 학부부터 이공계를 나왔고 (박대인: 산업공학과 학사, 정한별: 기계공학과 학사) 지금까지도 주변에 아는 인맥의 대부분이 이공계인들입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공부, 연구하고 맨날 이야기하는 과학, 기술, 정책, 그리고 사회가 만나는 이야기들 외에도 저희 주변의 현장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바깥으로 많이 끄집어 내고 싶었습니다. 그걸 하기에 팟캐스트가 가장 좋은 플랫폼인 것 같아서 그렇게 했고요.

인터랩: 팟캐스트를 듣다보면 과정남X초대자 라는 형식으로 초대자가 등장하는데 그때그때의 주제나 게스트는 어떻게 정하시는지요?

과정남: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과정남X초대자] 형식은 항상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방송을 꾸준히 3년정도 했는데요. 기본적으로 3가지 스타일의 방송이 올라옵니다. 일단 [과정남 xx화] 라는 헤딩으로 올라오는 것들은 과정남 두 명만이 만드는 방송이고 저희 유닛이 생각하는 정책 이슈에 대해 다룹니다. 두 번째로는 “[과정남 인터뷰 –화] 어떤~~학자와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현장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들어보는 형식의 방송이 있고요. 질문하신 [과정남x초대자] 형식은 저희 둘만으로는 다루기 다소 힘든 주제들을 외부의 전문성을 빌려 방송해보자는 뜻에서 만든 형식의 방송입니다. “어떤 ~~학자와의 대화”에 대학원생이나 박사 후 과정(Post Doctor; 포스트 닥터, 통칭 포닥)등 신진 연구자분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면, [과정남x초대자] 방송에서는 본인의 전문성을 이미 뽐내고 있는,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지기도 한 분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3과정남 팟캐스트

주제나 게스트 섭외는 사실 대단히 계획적이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과정남을 하는 저희 둘이서 온갖 사소한 이야기를 굉장히 자주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이거도 해볼까? 저거도 해볼까? 하고 적어 놓거나 기억해 두었던 부분들을 어느 순간 녹음하거나 관련 전문가를 나중에 섭외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사회적으로 특별한 일이 있었다거나, 혹은 한 두 번의 방송으로 끝내기에는 큰 주제라면—일종의 수업 계획서를 짜는 기분으로 순서를 설계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미리 연속 특집 공지를 하거나 제목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에 방송에 나오셨던 분들이 추천을 참고하기도 하고, 가끔씩 저희에게 메시지나 이메일을 통해 듣고 싶은 방송 주제를 말씀해주시는 청취자분들의 의견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요청이 존재하면 되도록 맞추려고 노력도 하는 편이고요. 말 그대로 그때 그때 섭외 방법이 다르네요. 방송 초기에는 저희가 그냥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주었는데요, 이제는 저희가 방송 초기에 비해서는 조금 알려져서 인지, 예전보다는 섭외가 쉬워지기는 했습니다.

인터랩: 팟캐스트 내용이 꽤 많이 올라오는데, 운영하시면서 어려움이나 한계가 어떤게 있었는지.. (펀딩 관련이라던지 운영 업무 등)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시면서 유지하고 계시는지요.

과정남: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부터 저희 둘 다 본업은 대학원생이었고 그렇기에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보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찾았던 방법이 팟캐스트입니다. 흔히 미디어를 운영할 때 요구되는 전문적 리소스가 거의 필요 없다는 뜻이죠. 꾸준히 해오다 보니까 이제는 어느정도 분업이 되어서 마치 하나의 빡센 취미생활처럼 잘 굴러가는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펀딩은 처음부터 안 받아도 전혀 문제없는 방향으로 해왔고요, 앞으로도 딱히 어딘가에서 펀딩을 받아야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애초에 수익활동을 전제하지 않았으니까요. 지금도 여전히 비영리입니다. 굳이 운영 업무를 나누어 써 보자면, 박대인이 인터뷰 대상 섭외나 스케쥴링 업무를 조금 더 하고 정한별은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나 각종 글쓰기 등을 조금 더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인터랩: 처음 과정남을 접하시는 분들에게 입문용으로 소개해 드릴 대표성을 지닐 팟캐스트 파일 한 두 개를 소개해 주신다면 뭐가 있을까요?

과정남: 저희 방송 0화부터 약 10화까지는, 앞서 잠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희 나름대로 수업계획서를 짜듯이 연속성을 가지고 기획을 했었는데요. 그 이후부터는 제목과 에피소드 설명을 보시고 재미있겠다 싶은 것들을 골라서 들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 컨텐츠들은 정말 매 에피소드 독립적이고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중에서도 추천을 한다면 아무래도 과정남의 첫번째 인터뷰 컨텐츠인 “[과정남 인터뷰 1화] 어느 순수수학자와의 대화”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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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남 인터뷰 1화] 어느 순수수학자와의 대화”

출처 : http://www.podbbang.com/ch/7549?e=22240499

혹시 지금 이 인터뷰를 읽는 분들이 과학이나 공학과 별로 친숙하지 않으시다면 “[과정남X임태훈] 인문학자와 SF와 과학기술대학교,” “[과정남X바람의연구자] 연구자회담,” “[과정남X오영진] 기계를 좋아하지만 오타쿠는 아니라구욧” 를 통해 과학이나 공학 전공자가 아닌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교양이자 비 전공 분야로써 과학이나 공학을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다양한 시선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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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남X임태훈] 인문학자와 SF와 과학기술대학교

출처 : http://www.podbbang.com/ch/7549?e=2212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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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남X바람의연구자] 연구자회담

출처 : http://www.podbbang.com/ch/7549?e=2191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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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남X오영진] 기계를 좋아하지만 오타쿠는 아니라구욧

출처 : http://www.podbbang.com/ch/7549?e=22234268

인터랩: 제가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TPreaders)이나 팟캐스트(http://m.podbbang.com/ch/7549)에서 좀 보다 보니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고 계시면 사회, 정치 부분에서도 많이 연관시켜서 알려주셔서 일반인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들어 페미니즘과 과학기술 특집, 맨스플레인 특집 등등… 그런데 과학기술의 ‘정책’이라는 것도 사회적으로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방향성이 정해지고 그러다 보면 권력과 통제 수단으로 이끌릴 위험이 있다고 보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계시는지요. 질문이 너무 포괄적이라면 비슷한 것에 대해 자유롭게 코멘트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과정남: 일단 저희 둘 모두 이공계 학부전공자이지 엄밀한 의미에서 이공계 연구를 해본 적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과학기술분야 종사자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스스로를 과학, 기술, 그리고 정책과 관련된 복잡한 이슈들을 수박겉핥기 식으로 알려주는 유닛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과학, 공학, 기술, 사회가 한데 엉켜 만나는 그 어떤 경계영역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경계 영역이 바로 다양한 정치적 갈등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비단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는 이런 경계영역이 있고 그곳에는 다양한 정치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치적’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부정적인 수사로 사용되는데요, 지금 여기서 말하는 정치(politics)는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 충돌에 따른 갈등과 그 합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갈등의 대표적 결과물이 정책인 셈인데, 우리는 대개 그 결과물인 정책만 보고 뒤에서 어떤 정치적 갈등과 대립과 합의가 있었는지 모르고 넘어갑니다. 저희 방송은 그 과정을 겉핥기로나마 드러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목적으로 과학이나 공학, 기술의 지식 그 자체보다는 그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 지식을 생산하는 다양한 사회적 구조나 문화 혹은 정부의 거버넌스나 법 등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방송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일반인 분들이 많이 들어주지 않으시고 과학기술계 종사자분들이나, 현업 연구자분들이 많이 들어 주시는 편인데 일반인이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습니다. 다만, 저희는 어려운 건 어렵게, 쉬운 건 쉽게 이야기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저희가 하려는 이야기들이 딱히 쉬운 이야기들인 것 같지는 않아서 마냥 ‘쉬운 척’ 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지양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듣다가 관심이 생긴다면 관련 지식을 더 찾아볼 수 있도록 자료 소개를 많이 하고 있으니 기회 되시면 들어보시고 흥미가 생기신다면 주변에 많이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랩: 예전에 아티언스페스티벌이 주최한 과학과 예술의 융합에 대해 대전문화재단과 함께 어떤 일을 하셨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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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dcaf.or.kr/html/kr/busin/busin_01_14.html

과정남: 대전문화재단 분들이 하시는 아티언스페스티벌이 일단 궁금했었습니다. 그래서 “[과정남X아티언스] 융합특집 2부: 과학과 예술 사이”라는 방송을 했었습니다. 아티언스 프로그램을 기획하셨던 기획자 두 분과 함께 아티언스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과학과 예술이 만날 수 있는지, 융합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해봤었습니다.

그림9[과정남X아티언스] 융합특집 2부: 과학과 예술 사이

출처 : http://www.podbbang.com/ch/7549?e=21748893

그 방송을 계기로 대전문화재단 분들이 저희에게 2015년도 아티언스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예술가 분들과 대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독일과 대전을 오가면서 작업하시는 여경섭 작가님, <머머링 프로젝트>라는 유닛으로 아티언스에 참가하셨던 손경환 작가님(현재는 한예종 예술감독)과 함께 “전시”와 “전달”이란 무엇인지, 과학과 예술이 잘 만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었습니다. 그 녹음 결과가 “[과정남X아티언스] 이 방송이 잘 “전달”되면 좋겠다 특집”으로 나왔었고요. 이에 더해서 <머머링 프로젝트>가 전시했던 전시물들과 이에 이르는 과정을 저희가 인터뷰를 하는 내용을 영상으로 찍기도 했었습니다.

그림10[사진을 클릭하시면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출처 : https://vimeo.com/124289324

전시만 본 것이 아니고, <머머링 프로젝트>가 전시했던 전시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치열하게 기록한 “데이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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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ithub.com/murmuringproject/coolindex_databook/blob/master/murmuring%20project_cool%20index_data%20book.txt) 을 보며, 제작과 전시 과정 전체를 과학과 비교하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랩: 혹시 앞으로도 계속 당분간 팟캐스트 활동을 중심으로 하실 예정인지 아니면 조금 더 확장해서 관객과의 만남? 이런 이벤트도 하실 생각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과정남: 관객과의 만남 같은 이벤트를 하기에는 저희가 딱히 대단하다거나 유명하지 않고(…) 관객 분들이 정말 와 주실지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가는 것이 꼭 의미 있고 필요한 일이라면 왠만하면 거절하지 않고 가지만, 실제로 저희가 도움이 되는 장소와 행사에만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팟캐스트가 위주이지만 가끔씩 글을 기고하기도 하니, 언제든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고 싶으시다면 naivestp@gmail.com으로 연락주시거나, 페이스북페이지 facebook.com/stpreaders 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랩: 자세한 설명 정말 감사드립니다. 팟캐스트에 축적된 자료가 많아서 두고두고 시간을 갖고 들어봐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신선한 접근방법과 일반인들도 알고 싶은 과학 지식에 대해 더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어 주시기를 애청자의 입장에서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시간 내주시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ditor 김 주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