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랩에서는 현재 현대모터스튜디오 전시장에서 전시 중인 한경우 작가의 작품을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어보았다. 원뿔 형상이지만 멀리서 보면 사람 얼굴인 설치 작품 <Far too Close>과 인간관계의 크고 작은 갈등을 레슬링으로 비유한 영상 작품 <Wrestle Inside>을 통해 가까이 있는 물리적인 거리와 심리적인 거리, 그리고 그 안에서 존재하는 관계의 거리에 대해 설명 들으며 작가의 작품 세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전시장 전경   현대모터스튜디오 전시장 내부 전경

 

인터랩: 안녕하세요. 한경우 작가님, 지금까지 전시에서 작품을 통해서 만나 뵀는데 이렇게 실제로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그리고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작품활동과 함께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데요.. 작가님께서 조소과를 나오셔서 뉴미디어 쪽으로 석사 공부도 하신 것을 보면 여러 매체를 다양하게 사용하시고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도 전달될 것 같습니다.

I mindI MIND(3rd floor view), 2014, site specific installation, wood, paint, 600x400x380cm

 

3cubesThree Cubes, 2015, white cement, 4500x1500x200cm, SongDo Central Park, Incheon, Korea

 

한경우: 저는 어떤 특정 매체에 국한되지 않고 스튜디오 형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제 개인 작업에서도 그때 그때 개념과 어울리는 매체를 선택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제가 학생이었을 때 석사를 뉴미디어 쪽에서 배우면서 영상도 경험했었고 또 설치작품을 하면서 뉴욕으로 옮겨 가서도 활동을 좀 하다가 한국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인터랩: 제가 예전에 서울시립미술관 같은 곳에서 작가님 작품을 보았을 때에 가졌던 생각과 인상이 지금 현재 전시된 작품을 보니 형태와 내용은 좀 다르지만 그래도 개연성이 보이는 것 같아서 저 나름대로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GHGreen House, 2009, wood, paint, wire, various dimensions

 

그리고 이번 전시 작품에서는 보여지는 것과 실제로 느껴지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그림자로 작품 하셨던 것처럼 우리가 평소에는 토끼나 새 같은 것을 손 모양을 통해서 그림자로 그 형태를 만들려고 하는데 작가님께서는 역-발상을 하시며 작업을 하셨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매체도 다양하게 다루시면서 그에 맞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시지만 혹시 작가님께서 기본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시는 작업 주제랄까 관심사에 대해서 좀 이야기 들어보고 싶습니다.

PSProjected Specimen, 2014, stuffed animal, projector, screen, various dimensions

 

한경우: 나름대로 정확히 잘 보신 것 같군요. 매체적 특성에 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고요, 주제적인 면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매체적 표현법에 대해 실험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것 같습니다. 주제적인 측면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것을 설명해 드리자면은 아까 말씀하신 것 같이 보여지는 것 이면의 실제와 표면과의 어떤 괴리 같은 것에 대해서도 많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작업마다 조금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요, 거의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가변적인 불안함’, ‘절대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불완전한 상태’를 표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죠. 불완전한 우리의 관념이나 생각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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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랩: 저희 웹진에서 주로 관심을 두고 다루고자 하는 부분이 ‘융합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예술의 다양성인데요. 제가 연구를 하면 할수록 융합이라는 것이 무언가를 합쳐서 새롭게 만든다는 개념도 있지만, 우리 사고의 언어적이고 구조적인 것들로부터 탈피하는 것이 융합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의 아직 짧은 식견에서 비롯된 생각이긴 하지만 우리가 모더니즘을 생각했을 때도 그렇고 근대가 인간의 이분법적인 생각을 개념적으로 개념을 나누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오늘 작가님의 작업을 보았을 때 “이렇게도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겠다”는 신선한 감흥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번 전시의 설치 작품 <Far too Close>를 보고 처음에는 벽의 실루엣이 얼굴 모양이라는 것을 발견하지는 못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발견했는데 작품 설명을 접하고 보니 ‘거리’라는 개념을 부모와 자식의 관계, 그리고 친구 동료 등의 가까운 관계에서 비롯되는 물리적 거리의 가까움이 과연 심리적 거리와도 상응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계시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혹시 그 얼굴의 실루엣이 작가님 가족의 얼굴인가요?

FCFar too Close, 2017, steel, 10x4x4m

 

한경우 : 그런건 아니고요… 불특정한 어떤 개념의 인물로 만든 것인데 가족에 관한 생각에서 먼저 출발했죠. 항상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관계고 예를 들어 혈연관계의 사람은 반드시 가까울 것 같지만 또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밖에서 보는 어떤 혈연관계 아닌 사람들보다도 멀리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부분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여태까지 제가 했던 주제와는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어떤 경험이나 상태에 대해서 풀어보려고 한 것이 조금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전시 공간이 미술 전문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만 보러 오시는 장소가 아니라 일반인 관람객을 조금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현대미술의 문맥으로 이야기 하게 되면 다소 오해가 생기게 되는 지점이 있을 수도 있고 작품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일반인들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랩: 작가님들이 작업을 하시고 그것을 전시장에서 보여주시면 관객분들의 시선을 고려를 할 수밖에 없을텐데, 평소에 전시를 하실 때 관람객들이 어떻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는 의도나 방향성이 있을까요?

 

한경우: 저는 작업을 할 때 관객들을 많이 고려하는 편입니다. 어떤 나의 주관만 내세우기 보다는 내 작업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대상들에게, 어떤 시간대에 어떤 동선으로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제 성격적으로도 그렇고, 남들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많이 신경 쓰는 편입니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작업도 관객들을 설정해 놓고 계속 내 작업을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을 했었습니다. 제작과정에서 너무 작업 안에서만 몰두하기보다는 가끔 밖에서 보는 사람처럼 새롭게 보려고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작업하는 제가 정확하게  저의 작품에 객관적으로 접근하기는 힘들겠죠. 그래서 관람객이 어떻게 보았으면 좋겠다고 예상하기는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초기에 작업을 했을 때는 관람포인트를 제시하거나 계산하기도 했었지만 요새는 그렇게 하지는 않죠. 관람하시는 분들이 자유롭게 제 작품을 보고 제가 원하는 바를 캐치를 하시고 공감을 하시는 분은 아주 좋은 것이고 못 하셔도 크게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어쨌든 제 개인의 의견이고 개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것을 모든 사람이 보고 공감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 장소에서는 워낙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시는 분이 옆에 계시니까 모르시는 분이 없겠지요.

WIWrestle Inside, 2017, single channel video, loop

<전시장 외부에서 본 작품>

 

인터랩: 전시장에 설치작품 말고도 건물 외벽과 전시장 내부 벽에 각각 <Wrestle Inside>라는 영상작품이 걸려있는데요. 하프톤 방식이라고 하는, 이미지를 인쇄할 때 사용되는 필름의 망점을 의미한다고 하셨는데… 처음에 저에겐 그냥 점들만 보였는데 조금 더 멀찌감치 보니 사람의 형태가 있더라고요. 행인의 모습을 설명한 건가 했는데 전시장에서 설명해 주시는 분이 저에게 어떤 것을 찾으셨냐고 여쭤보시기에 지나가는 행인을 표현한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레슬링하는 장면이다” 이렇게 알려주시더라고요. 제가 예전부터 작가님 작품을 보면서 느낀점들이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보면 고요한데 항상 그 안에서 약간 갈등하고 있는 느낌, 예를 들어서 백조가 지나가는데 물 밑에서 발을 열심히 움직이는 것처럼 항상 보이지 않는 힘이 갈등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가까스로 서 있는 느낌이 연장되고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정지되어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레슬링을 하는 장면을 쓰신거라 들었을 때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힘겨루기라고 이해가 됐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해서 레슬링 장면을 사용하셨나요?

 

한경우: 아까 말씀 드렸던 설치 작품과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요. ‘갈등’ 이라는 점으로 연결하여 표현할 수 있겠네요. 안 보이는 갈등의 상황을, 가까이에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가까이에서 보면 더 안 보이는 것처럼 영상과 관객 사이의 거리감과 대입해서 볼 때 대인관계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인식하는 면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랩: 이번 전시 주제가 ‘거리’ 인데 여러 가지 거리(distance)의 의미를 함축한 작품을 살펴보았습니다. 또 그 거리를 레슬링 경기에 비유한 작품이 ‘길거리’에서 보여지는 것, 그리고 점점 거리를 두어야 그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언어적인 재미도 함께 느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은 관객층에게 작가님의 작품을 관람하시게 된 것 같아 좋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ditor 김 주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