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겸, 공간과 사유>

경기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3월 7일(화)부터 6월 4일(일)까지 국내외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원로 조각가 김인겸(b.1945-)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김인겸, 공간과 사유》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수원 출신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약한 김인겸 작가의 40여 년 간의 활동을 정리해 그의 작품 전개에 있어 정점을 이룬 대표작과 최신작을 총망라해 집약적으로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조각을 떠난 조각’,‘정신적 영역으로 열어가는 조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예술적 성취와 작가정신을 심도 있게 되짚어 보고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김인겸 작가는 수원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70년대 <생성> 연작을 시작으로 최근작 <스페이스리스>에 이르기까지 조형의 본질을 향한 끊임없는 집념과 예술적 고뇌는 그를 한국현대조각을 대표하는 조각가로 자리매김 시켰다. 특히, 초기작부터 이어진 한국적 조형의식과 현대미술의 결합에 대한 관심은 김인겸만의 독자적인 조형어휘를 확장해가는 개념이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것은 조각을 설치미술의 영역으로 확장한 최초의 작품으로 볼 수 있는 <프로젝트-사고의 벽>(1992)의 부분을 재연하고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 당시 대표작가로 출품한 <프로젝트 2 – 내추럴 네트>(1995)를 관련 자료와 함께 공개한다는 점이다. 두 작품은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고 실제 공간과 예술적 영역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은 대표작이다.

이후 김인겸은 1996년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초청을 받고 도불하여 2004년 귀국 전까지 국내외를 오가며 국제무대에서 활약했다. 다양한 조형실험을 시도했던 이 시기는 간결하고 함축적인 김인겸 특유의 조형적 질서가 극대화되고, 가장 물질적인 장르인 조각을 가장 정신적인 상태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김인겸의 40여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집중 조망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에서 특정계파와 장르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조형어법을 구축해온 치열한 작가정신과 부단한 노력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관객들 또한 조각의 고착된 틀과 형식을 벗어나 열려진 공간과 사유의 세계를 마주하는 예술적 체험이 될 것이다.

 

“내 작품은 한마디로 조형의 영혼성에 대한 관심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미지와 불확실성의 행로를 담보하는 침묵의 공간이고 원초로 흘러드는 모태의 공간이기도 하다.” – 김인겸 작가노트 중 (묵시공간 – 공, 1999)

김인겸, 공간과 사유

1) 1987 – 1991 실험과 모색

“우선 나를 알아야 하고 내가 서있는 자리를 알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고유한 문화적 배경에 관심을 갖고 선조들의 높은 지혜와 여기서 서양과는 다른 우리 자신의 지혜를 담고 있는 묵시성을 고찰했고요. 드러냄보다 은닉성에서   표현의 깊이를 느끼도록 하자니 조각 같지 않은 조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이 곧 내 조각의 특성입니다.”

– 김인겸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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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공간>, 석고, 피그먼트, 클레이, 53×17×51cm, 1988

 

김인겸 작가의 1980년대를 아우르는 작품인 <묵시공간>은 한국 고유의 미감과 현대미술의 결합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그는 동양적 사상에서 현상을 현상대로  바라보는 것, 도리어 비움으로서 채워질 수 있는 것, 드러내지 않음으로 본질을 암시하는 것에서 ‘묵시성’을 발견하였고 김인겸의 작업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이 시기 한옥의 구조, 석탑, 비석처럼 한국적 정체성이 담긴 대상에 주목한 작가는 팔각 또는 사각의 기하학적인 형태와 조립의  방식을 조각적 기법으로 변형하며 다양한 시도와 끈질긴 탐구를 펼친다.

1990년대 후반까지 줄곧 묵시공간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발표해 온 김인겸은 <묵시공간 – 공(空)>을 발표하며 조형의 영혼성, 근원과 본질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경지를 향해 독자적인 방법으로 나아갔다.

 

 

2) 1992 – 1995 격정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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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사고의 벽>, 스테인레스 스틸, 거울, 촛불, 소리, 650x700x270, 700x300x270, 1992

 

“<프로젝트사고의 벽>은 기존의 조각개념의 단편성을 넘어서서, 다원적이며 실제적인 체험의현을 통하여 관념의 파괴와 재생산 가능성의 실험대로써 구상되었다. 이는 작가 스스로가 창작의 근원이 될 요소를 제시하고, 그로부터 생산되는 ― 이미 예측되었거나 결과 된― 정보를  수집 제공하며, 객체적 조각으로부터 주체적 조각으로, 물질적 중심에서 사고를  중심으로 한 가치로의 전환을 유도하며, 주와 객의 공동참여를 통하여 현대예술과 사회와의 접점을 마련고차 한 것이다.”  

-김인겸 (1992)

3) 1996 – 2004 경계와 자유

“작년 11월 프랑스의 퐁피두센터에서 초청받아 파리에 온 이후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말하는 이곳에서의 작품 활동이란, 곧 다른 사회에  적응하는 적극적 의미의 작품 활동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은 작가에게 보다 큰 신축성과 유연성, 그리고 개별성을 요구하게 된다. 물론 자리도 다르고, 요구도 다르고, 욕구도 다르며, 다른 것들과 만나며 부딪힌다. 그리고 다른 것들이 만들어진다. 내 경우 이것은 우선 손쉬운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려운 것부터 배워온  우리들에게 더욱 필요한 체험이다.

스튜디오엔 일상에서 얻어진 오브제들과 그것을 이용해 만든 재미있는 마케트(maquette)들, 그리고 조각 드로잉들이 쌓여져 갔다. 재료, 도구, 일손, 시간, 장비 등의 제약 속에서 그 제약이란 조건이 만들어낸 소프트한 작품, 그리고  작지만 큰 조각들이다.

요즘 나는 물감도 접고, 종이도 접고, 철판도 접는다. 그리고 공간을 만든다. 빈 공간을, 마음도 한쯤 접어놓고 텅 비어진 기분이다.”

김인겸 (1997)

 

이미지 3<스페이스리스>, 종이에 아크릴, 108×79, 2015

<드로잉스컬프처(Dessin de sculpture)>, <빈 공간(Emptiness)>, <스페이스리스(Space-Less)> 연작으로 이어지는 스퀴지 드로잉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초청으로 도불하여 지내던 시기부터 시작된다. 파리에 체류하며  다양한 조형실험을 시도했던 이시기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초월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그의 조형어휘가 극대화 되는 계기가 됐다. 

<드로잉스컬프처(1997)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촬영된 사진앨범 위에 직접 드로잉 한 첫 작업이다. 그는 도시의 골목, 건물과 건물 사이의 길을 큼직하거나 중첩된 검은 색면(色面)으로 채우며 비어있는 공간의 실체와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김인겸의 드로잉 시리즈들은 2차원 평면 위를 부드러운 고무재질의 스퀴지로 종횡하며 일필휘지의 단호함과 간결함으로 무한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4) 2005 – 2017  정신적 영역으로 열어가는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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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리스>, 스테인레스, 스틸에 아크릴 우레탄 코팅, 138x18x140, 2009

“예술이란 스승과의 만남을 위해 길을 나선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러갔다. 그 시점을 70년대 초반 내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으로 본다면 40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다.

스승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처음으로 마음속에 만나 본 것도 그 즈음으로, 그 기억은 강한 마력이었고 지금까지 작가로서의 나를 이끌어 온 힘이었고  희망이었다. 그 후  나는 줄곧 그를 찾았고 그는 멀리에서, 때론 아주 가까이에서 내게 다가와 주었다. 그는 있는 듯 없었고 없는 듯 있어서 분명히 내손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스승의 정체를 찾아 세상에 알리는 일에 의미를 가져왔다 할 것이다. 그는 무한이었고 영원이었다. 그리고 초월이었다. 무채색으로 내 몸을 줄이고 무한의 질서 속에 나도 같이 있다.”

김인겸 (2011)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조형의 영혼성에 대한 김인겸의 관심은 <빈 공간>과 최근작 <스페이스리스>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표면의 촉감, 동세, 중량감, 부피가 조각의 전통적인 개념이라면 그의 작업은 모든 것을 과감히 탈피한다. 그는 조각의 장식적인 성질을 거부하고 작품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형태와 부피, 색상을 최소화하며 감상자의 시선을 작품 속으로 집중시킨다. 특히 전통적  조형요소를 벗어나 선택한 엄격한 정면성과 간결함, 단호함의 미감은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초월한 공간을 만들어 내고 조각을 정신적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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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겸  (KIM IN KYUM, 1945 – )

 

1945  경기도 수원에서 5남 3녀 중 막내아들로 출생

1965  홍익대학 미술학부 조각과 입학

1973  국전(제24회)에 처음으로 출품하여 입선. 1974년,

      1975년까지 3회 연속으로 입선

1974  유신고등학교(경기도 수원시) 미술교사 부임(6년간 재직)

       경기청년미술인회 창립, 수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미술인들과 그룹 활동

1980  미술교사 생활을 청산하고 본격적인 작가 활동 시작

      제3회 중앙미술대전에 석조작품인 <환기(ventilation)>를 출품해 장려상 수상

      호암미술관 컬렉션으로 선정

      1980년대 중반까지 <환기> 시리즈의 작품을 이어 감

1987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 강사를 시작으로 1993년까지 경희대, 서울시립대 츨강

1988  가나화랑에서 첫 개인전 <묵시공간> 개최

1991  가나화랑에서 두 번째 개인전 <묵시공간 Ⅱ> 개최

      한국현대조각회 회장으로 재임하며 일본현대조각그룹과의 10회 교류전을 국립        현대미술관(과천)에서 개최

1992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개인전 <프로젝트 – 사고의 벽 (Project – The Walls   of Thought)> 개최

      “작품에 대해 가져온 기존 관념은 물론, 그 동안 자신에게 익숙해진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기 위해 기획했던 실험적인 전시였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던 일과 함께 지금까지의 나의 작가 활동 중

       자신에게 가장 치열하게 도전했던 중요한 경험”이라 회고한다.

1994  7월, 김인겸의 작품 활동의 정신적 지주인 모친 별세

      윤형근, 곽 훈, 전수천과 함께 제46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 대표작가로 선정

1995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100주년)에 21세기 환경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설치작품

      프로젝트 21 – 내추럴 네트 (Project 21 – Natural Net)을 출품  

1996  표 갤러리에서 개인전 <묵시공간 – 존재> 개최

      프랑스 퐁피두센터미술관의 초청으로 도불

1997 퐁피두센터미술관(프랑스, 파리)에서 제공한 스튜디오에서 현지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전시회 개최

      주한 프랑스 문화원에서 조각 드로잉 작품으로 개인전 <드로잉 스컬프처

      (Dessins de Sculpture)> 개최

 

1999  가나미술상 수상기념 개인전 <묵시공간 – 공 (Revlational Space-Emptiness)> 개최  2001  프랑스 파리의 사이트 오데옹 5 (Site Odeon 5 Gallery)와 모니테르갤러리

       (Librairie du Moniteur Gallery)에서 각각 조각 <빈 공간(Emptiness)>과

       <드로잉 스컬프처 (Dessins de Sculpture)>로 동시에 개인전 개최

2004  1996년 말 파리의 퐁피두센터미술관 초청을 계기로 도불한 이후,

       8년 동안 20회 가까이 서울을 왕래하며 분주하게 보낸 파리 생활을 정리 후 귀국

       제18회 김세중 조각상 수상

2009  표갤러리 개인전 개최

     ‘이미지조각(Image Sculpture)’으로 명명한 <스페이스리스>를 통해 조각의 차원을    초월한 상태의 조각, 곧 자신이 추구하는 정신적 차원의 조각을 선보임

2010  마카오 타이파 국립 뮤지엄에서 개인전 <스페이스리스>를 개최

2011  가나아트센터(서울)에서 작가생활 40년을 정리한 작품집 발간

2012  평생 작가 활동의 동반자였던 부인(윤정인) 별세

2017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김인겸, 공간과 사유> 개최

관람정보

 <김인겸, 공간과 사유>

  • 전시기간 : 2017. 3. 7.(화) – 6. 4.(일)
  • 전시장소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실 4∙5
  • 관람요금 : 성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수원시민 25%할인)
  • 관람시간 : 10:00 – 19:00(매주 월요일 휴관)
  • 주소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 문의 : 031-228-3800, http://sima.suwo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