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혜중공업 :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

 

2017년에 들어서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 《장영혜중공업 :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가 열렸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층마다 각각 두 대의 스크린이 나란히 놓여있어 한쪽은 한글, 다른 한쪽은 영어로 된 영상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1층에 가면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ALL UNHAPPY FAMILIES ARE ALIKE)>, 2층은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SAMSUNG MEANS TO DIE)>, 그리고 3층에는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 — 무엇을 감추나?(POLITICIANS WHO DYE THEIR HAIR — WHAT ARE THEY HIDING?)>이라는 제목의 영상작업이 각각 전시되어 있다. 이 세 작업의 공통적인 부분은 어떤 글이나 대화가 화면에 큰 글씨로 단편적으로 나타나면서 그것들이 음악과 함께 (주로 빠르게) 전환된다. 어느 집안의 식사 시간의 장면이나 삼성으로 가득 찬 일대기, 그리고 정치인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동시에 흐르는 음악은 배경음악과는 다른 분위기를 조성한다. 음악은 거기서 텍스트의 흐름과 함께 박자를 맞춤으로써 단순한 청각적 장식이 아닌, 내용 전달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럼으로써 관람자는 음악과 텍스트가 서로 연결된, 공감각적인 경험을 스크린 앞에서 하게 된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 소개를 받았을 때 여섯 가지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고 들었다. 위에서 간단히 소개한 세 개의 영상작업 이외에 배너, 리플렛 그리고 인터넷으로 감상할 수 있는 여러 형식의 작업이 선보였다. 이처럼 다양한 형식으로 나타난 장영혜중공업 작품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은 이번 전시에서 그 유동적인 특성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장영혜중공업은 텍스트를 중심으로 영상뿐만 아니라 미술관 외벽에 걸린 배너나 매표소에서 전달되는 리플렛에도 등장하고 인터넷으로 감상 가능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여섯 가지 작업은 그 형식은 제각기 다르지만 텍스트라는 공통적 특징을 중심으로 형식이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작품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관람객은 시각적인 유동성을 접할 수 있다. 짧은 문구로 나누어진 텍스트는 영상물에서 시간적 흐름을 타고 서사가 전개되며 인쇄물에는 어떤 명확한 규칙을 갖지 않은 것처럼 나타난다.
 

 표현의 측면에서 나타난 이러한 유동성과 달리 작품의 주제는 유동성을 허락하지 않는 오늘날의 알력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음악과 함께 흐르듯이 보여지는 내용은 보수적인 가정의 모습(<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이나 아집적인 정치인의 모습(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 — 무엇을 감추나?) 혹은 재벌과 자본주의, 또는 그것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에 장영혜중공업이 각각 다룬 주제는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사고방식의, 혹은 사회에 만연되는 ‘고정적인 틀’을 포착했다고 볼 수 있다. 형식의 유동성과 내용 사이의 갈등은 음악의 리듬에 맞춰서 전달되면서 내용을 몸소 경험하게 한다. 그런데 이 경쾌한 음악은 억압된 것의 주장인가, 아니면 공감의 리듬을 탈 수밖에 없는 비참한 우리들의 모습인가.

<사진출처> 아트선재센터 [http://artsonje.org/17_01_yhchi/#]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