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고 있다. 다들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말로는 스마트폰을 본다고 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보는 것은 그 기계 안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기능, 즉 영상재생이나 문자 메시지 전송 혹은 인터넷 서핑 등을 즐기고 있다. 오늘날의 이와 같은 장면을 옛날에 전철 안에 신문을 가져오고 각자 읽는 일에 집중하는 모습과 비교를 하면서 오늘날과 별다르지 않다는 의견이 가끔 나온다. 각각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각자 고립되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전철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일은 이상하게 보이는 일이 아니라고 혹자는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비교를 하는 것은 그곳이 공적 공간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판단이라 할 수 있다. 거기서는 사람들의 상호작용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내려와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는데 어떤 커플이 각자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둘은 이야기도 나누지 않고 좀 있다가 “가자”의 한 마디를 나누고선 카페를 나갔다.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눈앞에 있는 사람이 아닌 저 멀리에 사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는 일, 문제는 오히려 이것이 아닐까?

셰리 터클(Sherry Turkle)의 『외로워지는 사람들 Alone Together』는 기술의 발전, 그 중에서도 인터넷과 로봇의 발명에 따라 변화된 인간의 모습을 저술한 내용이다. 저자는 인터넷 그리고 로봇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통해 오늘날 그것들이 주는 영향력과 문제점을 부각시킨다.
  

 전반부에는 인터넷이 주는 영향력을 분석한다. 이 책이 출판되기 16년 전인 1995년, 그녀는  『스크린 위의 삶 Life of The Screen』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녀는 그 책에서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하여 거기서 가상의 존재 ‘봇bot’을 만나는 사람들을 분석하고 있다. 십 년 넘게 지나 오늘날에는 인터넷의 환경이 광범위해지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그러한 ‘봇’을 만날 수 있다. 10년 전에 사람들은 현실의 연장선에 있는 가상 커뮤니티의 생활에 몰두했다면, 오늘날에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현실세계에 발을 딛고 있어도 SNS라는 가상의 연결선에 묶여 살고 있다. 전반부에서 터클은 인터넷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처럼 다양한 문제를 제기한다. 작년에 한국에서도 화제가 된 인터넷과 사생활 침해의 문제를 비롯하여, 집중력이 분산되는 멀티태스킹,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반영한 아바타, 그리고 언제나 연락이 닿는 환경 속에서 빈약해지는 유대 등을 언급하며 분석한다.
 

 후반부에는 저자는 로봇이 과연 사람들의 소외감을 감소시키는가에 주목한다. 여기서 말하는 로봇이란 공장에서 작동하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을 돌보는 역할을 해주는 ‘반려 로봇’을 분석하고 있다. 그녀는 퍼비, 타마고치, 아이보, 파로 등 구체적인 로봇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분석하고 그것들이 만약에 인형이나 사람이었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물음을 제기한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아기를 껴안기라도 하듯 반려 로봇을 사랑한다. 그런데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로봇은 사실 프로그래밍되어 있을 뿐이지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로르샤흐 테스트(Rorschach Test)를 예로 들어 이를 분석한다. 로르샤흐 테스트는 종이에 나온 데칼코마니의 문양을 보고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피실험자가 말하는 것인데 그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이 자신의 욕구나 의식을 문양에 투사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로봇을 대한다는 것이다. 어떤 동작이나 표현이든지 간에 로봇은 연기를 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는 인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반려 로봇이 ‘투사’의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관계’의 단계에 이른다고 분석한다.

 인터넷과 로봇, 이 두 가지의 기술 발전에서 사람들은 혼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문제를 저자는 원제목 ‘Alone Together’에 들춰내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혼자가 아닌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에 간 친구에게 이베이 주문을 시킬 수 있고, 한국에 도착한 내용을 SNS를 통해 올리자마자 사람들의 반응이 진동과 함께 전달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때로는 마음이 편해진다. 터클의 분석은 그러한 낙관적 분위기에 일침을 가하나—폴 비릴리오(Paul Virilio)의 주장이 종종 받는 지적처럼—어찌 보면 해결책이 명시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터클의 논지를 보면 구체적인 해결책이 명시된다기보다는 오늘날의 (저자가 보기에) 부정적인 상황을 부각시키는 데에 초점이 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이 있고, 양육 게임 혹은 반려 로봇과 노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발전된 기술의 도움을 받고 생활하는 오늘날, 터클의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로서 기술과 인간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