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 윤인선 JULIE INSUN Y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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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입 맞추는 코라 Kissing Khôra, mixed media (glass, plexiglass, stainless steel) variable siz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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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인 대답 Absolute Answers, mixed media (digital print, glass, plexiglass) variable size, 2016

 

 

 기적, 텔라파시, 잔여물 (Miracle, Telepathy, Leftovers)

진부한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밤의 가시성

의식의 정전상태에서 임박하는 에덴

유령적인 이미지,

투명한 사태

나타날 수 없는 것의 나타남.

나에게 예술은 언제나 일상의 진부함 가운데 시적 순간, 비언어적인 틈, 그리고 비일상을 기입하려는 시도였다. 10여 년간 ‘블러(blur)’, 즉 아웃오브포커스(out-of-focus)의 사진 이미지를 재현하는 유화 작업을 이어가던 나는 <희박한 이름 (Fleeting Names, 2013)> 이후 탈회화적인 시도와 구성방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회화 작업의 동력이었던 블러가 ‘재현의 불가능성’을 지칭하는 유일한 회화적 표상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미 ‘탈회화’로 향하는 어떤 수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구름이 덮였을 때: 기원과 심연에 관한 에세이 (Shrouded in Clouds: An Essay on Origin and Abyss, 2015)>를 계기로 그래픽과 설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회화 이후의 회화(post-painting)’라고 명명한 이 작업은 스트라이프(stripe) 패턴을 중첩시키는 행위의 반복(layering)을 통해 회화의 매체와 재현을 해체하는 시도이다. ‘흐린 풍경(blur-painting)’ 작업이 가시성에 비가시성을 기입하는 ‘비틀거리는 재현’을 수행했다면, 포스트페인팅 작업은 여기서 더 나아가 회화로부터의 ‘거리두기’와 ‘재현으로부터의 이탈’을 감행한다

. 이를 통해 조명하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회화의 존재 자체이며, 그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심연(abyssal origin)이다.

<기적, 텔레파시, 잔여물 (Miracle, Telepathy, Leftovers, 2016)>은 보다 적극적인 스트라이프의 반복과 확장을 시각화한 작업으로, 주변성과 장식성을 특징으로 하던 스트라이프 패턴이 작품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어떤 ‘결핍의 경험’과 ‘무의 상황’을 연출한다. 나는 여기에 문학적 코드가 담긴 텍스트를 제목으로 첨부하여 또 다른 상상의 균열을 일으키고자 했다. <서로 입 맞추는 코라 (Kissing Khôra, 2016)>, <문득 필요한 모험 (A Sudden Adventure, 2016)>은 금속, 유리, 아크릴 등의 재료를 사용해서 평면에 머무르던 레이어들을 공간으로 호출하는 입체 조형물 작업이다. <도착하는 대답 (Arriving Answers, 2016)>, <나타나는 회화 (Appearing Painting, 2015)>, <밝은 방 실험 (Studies on Origin, 2015)>, <심연의 실험 (Studies on Abyss, 2015)> 등은 디지털 드로잉 작업으로, 모두 회화의 진리로서의 심연과 언어화할 수 없는 존재의 휘광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적, 텔레파시, 잔여물>은 회화에서 다른 매체로의 이탈, 평면에서 공간으로의 이탈, 그리고 재현과 환영주의로부터의 이탈, 이론이 회화에 덧씌운 규정으로부터의 이탈 등 다양한 의미에서의 ‘탈회화’를 시도한다. 스트라이프는 회화로부터의 단절, 혹은 회화의 혁신을 주도하는 ‘탈회화’ 운동의 도구로서, 회화에서 환영주의의 프로그램을 제거하고 닫힌 것(동일성)과 열린 것(타자성)의 반복적 병치를 가능하게 한다.

낭시(Jean-Luc Nancy)에 의하면 회화는 넘쳐나는 ‘휘광’, 즉 보이지 않고 절대로 볼 수 없는 순수한 ‘나타남’의 가능성이다. 낭시에게 회화는 이미지의 통로, 회화라는 사건의 지나감일 뿐인 것이다. 회화 작품 앞에서 시인 발레리(Paul Valéry)는 탄식한다. “이토록 단명하는 불멸성이라니!”

포스트페인팅은 ‘낯선 모습으로 돌아온 회화의 잉여물, 회화에서 분열된 거짓말, 혹은 회화를 향한 영원한 그리움’이다.

– 작가 노트


 

윤인선 Julie Insun Youn

http://julieinsunyoun.com

 

윤인선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와 예술학을 전공하고,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MFA in Studio Art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개인전 『외출의 의무』와 『하품』으로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일상에 중첩되는 비일상의 시선에 깊이 침잠하면서 『Studies on Presence (2010)』, 『Poetics of the Nameless (2011)』등의 전시를 열었다. 이장욱 시인과의 2인전 『희박한 이름 (2013)』을 계기로 비 회화적인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회화 자체의 불가능성을 화두로 『구름이 덮였을 때: 기원과 심연에 관한 에세이 Shrouded in Clouds: An Essay on Origin and Abyss (2015)』를 선보였다. 최근 인천아트플랫폼 7기 입주작가로서 그래픽, 설치, 시적언어의 “레이어”를 재현하는 『기적, 텔라파시, 잔여물 Miracle, Telepathy, Leftovers (2016)』를 발표하였고, 서울예술재단 포트폴리오 박람회에서 평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학력

2011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MFA in Studio Art

2005 홍익대학교 회화과 BFA in Painting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BA in Art Studies

 

 

개인전 & 2인전

2016 “청천벽력 Out of the Blue”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후광, 눈물, 연기 Halo, Tears, Smoke” Cafe Tolix, 서울

         “기적, 텔레파시, 잔여물 Miracle, Telepathy, Leftovers”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5 “구름이 덮였을 때: 심연과 잔해에 관한 에세이 Shrouded in Clouds: An Essay on Origin and Abyss” 갤러리 보는, 서울

2014 “견딜만한 진부함에 대하여 Banality Studies” FIN Cafe, 서울

2013 “희박한 이름 Fleeting Names” (x 이장욱 시인) Takeout Drawing, 서울

2011 “Beyond Surface” (x Bobbette Rose) Overture Center for the Arts, Madison, WI, USA

        “Poetics of the Nameless” 7th Floor Gallery, Madison, WI, USA

        “Torture of Meaningless” Theater Gallery, Madison, WI, USA

2010 “Studies on Presence” Lucent Room Studio, Madison, WI, USA

         “Public Art New Hero Fly in Heyri” (x 주도양) 갤러리 모아, 파주

2008 “낮에 꾸는 꿈 Daydreaming” 갤러리 도스, 서울

2007 “하품 Yawn: In Sight, But Out of Mind” 갤러리 아이, 서울

         “외출의 의무 Home Alone” 갤러리 담, 서울

 

기획 & 단체전

2016 “아트 에디션 2016” KINTEX 제1전시장, 고양

         “아시아 아트 하이웨이”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Union Art Fair” 복합문화공간 NEMO, 서울

         “Bon Bon Bridge” 봉봉방앗간 & 콘크리트 플랫폼, 강릉

         ”Sensible Reality” 창작공간 페스티벌, 서울시청 시민청, 서울

         “Wet Paint”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도큐멘트 10년의 흔적, 10년의 미래”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The First: Beyond the Frontier” 포트폴리오 박람회 선정작가전, 서울예술재단, 서울

         “Hybrid: 새로운 시각”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12 “무한급수 Infinite Series” 57th 갤러리, 서울

2010 “Triple Crown” Art Lofts Gallery, Madison, WI, USA

         “15 Seconds” Art Lofts Gallery, Madison, WI, USA

2009 “It’s My First Time” 7th Floor Gallery, Madison, WI, USA

2008 “In and Out” Commonwealth Gallery, Madison, WI, USA

         “New Kids on the Block” Project Lodge, Madison, WI, USA

레지던시

2016 인천아트플랫폼 7기 입주작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작가

수상

2016 포트폴리오 박람회 평면부문 최우수상, 서울예술재단, 서울

2011 Overture Center for the Arts 선정작가, Madison, WI, USA

2008 월간 Public Art 선정작가, 서울

2004 제29회 홍익대 학예술상 소설부문 최우수상, 서울

 

Portfolio-윤인선 Julie Insun Youn (1.8.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