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터뷰에서는 이소요 전시기획자를 만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현재 열리고 있는 <<식물도감-시적 증거와 플로라>> 전시를 보며 작품설명과 함께 기획자의 예술에 대한 견해를 알아보았다. 이 전시는 여러 학분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자료를 통해 문화적 현상들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했는지를 보여주었는데 특히 실용주의적 시각으로 인간이 식물을 바라보는 관습적인 시각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인터랩: 안녕하세요. 이소요 기획자님. 아티스트로 활동을 하고 계시면서 기획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획자로 참여하셨는데요. <<식물도감-시적 증거와 플로라>>라는 전시 제목이 특이합니다. 어떻게 ‘식물’을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게 되셨나요?

 

이소요: 네. 제가 2015년 9월부터 2016년 1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렸던 <<한-호 국제교류전 뉴 로맨스>>라는 전시에 선인장을 소재로 한 작품을 출품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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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요, 관상용 선인장 디자인, 2015

 

이소요는 인간 문화의 산물로써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역사 ∙ 기술 ∙ 윤리 문제를 소재로 작업하는 미술가이다. 자연사 박물관, 생명공학 실험실, 농업기술 연구소 등 생물재료 혹은 생명체가 사람을 위해 조작되는 현장을 찾아가 같이 생활하고 일하는 방법을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생명의 훼손이나 도구화가 발생하는 지점들에 대해 질문하고 대안적인 개입을 시도한다. 이소요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선인장이 대규모로 생산되기 시작한 이유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관상용 선인장 디자인 (Ornamental Cactus Design)』은 지난 30여 년 간 우리나라의 주요 화훼 수출품으로 전략적 육종과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컬러접목선인장’의 역사와 생태에 대한 기록물이다. 한국의 컬러접목선인장은 복잡한 교배변이와 접목재배 과정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개량되는 인공 하이브리드 생명체이다. 일본의 미적 정체성을 서구 화훼시장에 전파하려는 목적으로 개발하여 대중화 대신 고급화를 모색한 비모란을 우리나라에서 대량 생산하고 있는 상황을 추적하여 입체적으로 구성한 설치작업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접목 선인장이 국내에서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이끄는 내셔널리즘의 선전물로 이용하거나, 서구에서는 ‘오리엔탈 키치’의 관음적 대상으로 상충되는 맥락에 놓여 있는 현상에 대하여 비판한다.

–전시 설명 글 中

 

여기에서 제가 주로 다루었던 주제가 어떻게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식물’이 이용되어 지는지를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러면서 수집된 여러 자료들과 식물 전문가들이 수집하고 정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아카이브’ 형식의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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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랩: 네. 전시 제목이 좀 특이한데 어떤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이소요: 식물수집과 전시에 대한 비평적 논의를 미술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식물도감이라는 제목이 나왔고 또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식물 이야기와 새로운 시적 감성들을 보고, 듣고, 만져볼 수 있는 흥미로운 체험의 장으로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플로라(flora)라는 단어는 특정한 지역, 시대, 혹은 환경조건에 서식하는 식물의 모임. 식물군植物群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랩: 전시장에는 4종류의 세션으로 분류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4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은데요.

이소요: 네. 그렇습니다. 크게 ‘아이 히어 유(I Hear You)’, ‘한국식 열대’, ‘보편성의 발견: 과학자가 그린 식물’, ‘지붕 아래, 유리창 뒤에서’라는 제목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인터랩: 제가 제일 재미있게 체험하며 감상한 작품이 ‘아이 히어 유’ 파트의 작품인데요. 평소에 느낄 수 없는 식물의 반응을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소요: 네 이 파트에서는 ‘I Hear You’라는 관용구의 말 그대로 상대방의 의사를 완벽하게 해독하지 못하더라도 자유로운 발언을 수용한다는 뜻과 같은 의미로 식물을 비롯한 다른 생물종들과 소통하기 위한 실험이 이루어져있습니다. 특히 생체전기신호 수집법이 현대 과학과 예술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데요. 말씀하신 김지원 작가의 작품 <식물 생체전기신호와 소니피케이션 리서치>은 이국적인 관엽식물들에 오픈소스로 공유되는 생체전기신호수집 장비를 적용해서 관람객의 행동과 전시장의 환경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식물들의 반응을 소리를 통해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식물에 가까이 가거나 터치했을 때 식물의 반응을 기계적으로 수집하여 전기 신호, 소리 등으로 관찰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인간이 식물의 반응에 대해 느낄 수 없는 부분을 우리가 체험할 수 있게 했는데요. 이를 통해 식물의 감각이나 지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영상캡쳐

[사진을 클릭하시면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rkMLQh8Aj8M&feature=youtu.be

 

인터랩: 전체적으로 제가 전시를 보면서 평소 기획자님이 생각하시는 비평적 논점에 대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배’의 측면에서 인간의 관점으로 식물을 대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소요: 네.  우리는 일상적으로 식물에 관련한 단어를 쓸 때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암술과 수술’, ‘희망의 새싹’, ‘꽃 같은 여인’, ‘식물인간’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식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자원으로서의 이용과 정보 환원, 미적 체험과 표현을 위해 실용주의utilitarianism의 시각에서 식물을 바라보던 관습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것은 이는 자연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 중심의 삶을 반성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식물분류(biological taxonomy), 문화사학(cultural history),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시각문화연구(visual studies)라는 네 개의 영역에서 식물 현상을 연구한 흔적과 창작물로 구성되었습니다. 살아 있는 식물, 표본화된 식물, 식물을 표상한 그림과 모형뿐만 아니라 책, 논문, 신문기사 그리고 조형적 해석들을 포함합니다.

예를들어 ‘보편성의 발견: 과학자가 그린 식물’ 파트에서는 식물분류학자로 현재 활동하고 계시는 신혜우의 식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아티스트가 아닌 식물분류학자가 식물세밀화를 그린 것입니다. 250여년 전에 스웨덴의 박물학자 칼 폰 린네를 통해 식물 분류학과 이명법의 관습이 이어져오고 있는데 이 전통에 따라 식물의 이름과 구조적으로 분해한 그림들이 전시됩니다. 이를 통해 식물이 과학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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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자료들은 푸른 잎과 섬세한 형태로 시선을 모으기도 하고, 신비로운 생명성과 청정 자연의 소중함을 역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이 문화 속에서 식물을 관찰, 해석, 해체, 가공, 전시하는 독특한 양상들을 거울처럼 비추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랩: 상당히 방대한 양의 자료가 있는데요 그 중에서 오래된 자료도 눈에 띱니다. 어떤 경로로 수집을 하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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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요: 제가 미국 골동품가게에서 실제 구입한 것도 있고, 대여한 전문 자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식물도감연구팀’에서는 관객분과의 소통의 목적으로 이번 전시 자료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께 정보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대표메일로 문의주실 수 있습니다.

 

인터랩: 네.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네요. 혹시 앞으로도 ‘식물’에 대한 작업을 계속 하실 건가요?

이소요: 생물에 관한 관심의 연장으로 이번에는 ‘어류’에 대해 좀 더 연구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전시가 잡힌 것은 아니지만 다음 전시 때에도 초대하겠습니다.

 

인터랩: 식물을 넘어 어류에 까지 연구가 확장된다니 궁금해집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 기대합니다. 오늘 따로 시간 내 주셔서 자세한 작품 설명을 해 주시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ditor 김 주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