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본기 전시공간에 창문을 만들다 : 아가사 고스-스네입의 OH WINDOW

한 공간에 창문이 있다. 창문 너머 우리는 거기서 내부공간과 다른 외부공간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접한다’는 말은 실제로 그 공간을 손으로 ‘만진다’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파악한다는 뜻이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예술작품과 창문의 연관성을 찾으면 종종 시각과 연결된다. 아르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영화 <이창>에서 주인공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요코미조 시즈카(横溝静)의 사진작업은 창문을 통해 촬영자와 피사체가 서로를 바라보게 된 한 장면을 찍은 것이다.

《OH WINDOW》는 이번에 도쿄 롯본기(六本木)에 있는 모리미술관의 한 전시공간에 호주 여성작가 아가사 고스-스네입(Agatha Gothe-Snape)이 준비한 전시이다. 이 전시이름을 보고 처음에 떠오른 이미지는 시각적인 주제였다. 그런데 그녀의 작업은 오히려 경험적이라 말할 수 있다. 그녀는 창문이라는 말을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매개체로 보아, 그녀가 낯선 일본 롯본기를 찾아 거기서 보고 느낀 것을 전시공간에 작품으로 형상화하였다.
  전시공간에 구성된 작품은 하나의 작품으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기보다는 《OH WINDOW》라는 이름 아래 기획되어 미술관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준다는 부분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번 작업에서 그녀는 네 가지의 모티프(바닥쓸기, 황홀, 스크린 톤, 손잡이 ’Qunetto’)를 가지고 다양한 매체로 그것을 표현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작품끼리 서로 연관성을 드러낼 만큼 이 모티프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된다. 롯본기 힐즈 주변에 있는 손잡이를 전시공간에 설치한 <이 구불거리는 손짓>, 롯본기 모리미술관이 위치한 타워에서 본 풍경을 워크샵 형식으로 물어보고 그것을 PPT영상으로 처리한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작가가 도쿄에 있는 화방에서 구입한 스크린 톤을 커튼으로 만들어 전시공간 내부를 유연하게 구획하는 <스크린 톤 (애매한 언어)>, 부드럽게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를 기록한 영상 <스크린 (그의 유연한 그립)>, 그리고 공원에서 빗자루로 쓰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퍼포먼스 작업 <Brushing and Breathing> 등 작품의 형식은 다양하다.
  전시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2015년에 PLATEAU에서 열린 엘름그린과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의 《천 개의 플라토 공항》전시와 유사점을 갖는다. 그런데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의 작업이 전시공간과 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할 만큼 작업을 했다면, 고스-스네입은 전시공간 바깥에서 그녀가 경험하거나 느낀 것을 작품을 매개로 전시공간 내부로 추출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서 관객이 맞이하는 작품은 외부(롯본기 힐즈 주변)와 내부(전시공간)를 이어주는 하나의 창문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이 작품을 통해 고스-스네입이라는 한 작가를 보게 만든다. 즉 그녀가 도쿄라는 도시에서 느낀 경험이나 생각을 형상화한 작품은, 관객에게 그녀의 체험을 제공하여 공유하는 ‘창문’으로서 존재한다. 그것은 단지 시각적인 경험만을 제공하는 창문이 아니라, 외부와 내부 그리고 작가와 관객을 연결해주는 창문이다.

<참고자료>
아가사 고스-스네입의 갤러리 강연 (2017.2.4. 모리미술관, 강당에서)

MAM Project 023 : 아가사 고스-스네입 전시 리플렛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