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술을 통해 문화사적인 변화를 이루었다면 여기서 기술로 인해 만나게 된 기계란 단지 매개로 존재하는 것일까? 사람 사이에도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인해 ‘소통’이 중요시 되는데 이질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는 인간과 기계는 과연 얼마만큼의 차이가 존재할까?

이러한 나의 질문에 재미있는 답변이 될 만한 작품이 있는데 바로 신승백 김용훈의 《Cloud Face》이다. 이 작품은 인공지능의 시각과 인간 시각의 관계를 탐구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승백 김용훈은 “인간은 보이는 모든 것에서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을 본다(혹은 상상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나와 닮은 것일 때도 있고 내가 아는 것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기계에도 무언가를 보려고 하는 의지 또는 ‘시각’에 대한 생각이 있을까?

출처: http://www.nabi.or.kr/project/current_read.nab?idx=545

 

신승백 김용훈

신승백 김용훈은 프로그래밍, 컴퓨터 비전 등 기술적 언어를 사용하여 기계-기술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계를 모색해 온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다. 컴퓨터과학을 베이스로 하는 신승백(b. 1979)과 시각예술을 전공한 김용훈(b. 1980)이 결성한 팀으로 최근 인공지능의 눈에 해당하는 컴퓨터 시각을 중점적으로 탐구하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트센터 나비에서 진행한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 AI와 휴머니티》(2016) 외에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Prix Ars (2014), 국립현대미술관 《로봇 에세이》(2015), 금천 예술공장 다빈치 크리에이티브(2014) 등 다수의 국내외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http://ssbkyh.com/ 

〈Cloud Face – Real Time〉은 서울 하늘에서 찾은 얼굴 형상의 구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카메라를 통해 하늘을 관찰하고 이 과정에서 얼굴로 인식되어 발견된 구름은 컴퓨터의 눈에 의해 감지되며 수집된다. 이 작품에는 인공지능 시각 기술 중 하나인 얼굴 인식(face detection)이 사용되었다. 컴퓨터가 스스로 인간의 얼굴을 찾아내는 얼굴 인식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의 핵심 능력 중 하나로, 얼굴의 주요 특징을 추출해 분석하여 존재를 인지-이해하는 출발점이 되는 기술이다. 얼굴을 통해 나이, 기분까지 알아채는 이 기술의 가까운 실사용 예는 지난 3월 페이스북에 도입된 얼굴 인식 알고리즘 ‘딥 페이스(Deepface)’로 설명할 수 있다. ‘딥 페이스’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사진을 올리면, 알고리즘이 얼굴로 인식된 영역에 67개의 점을 찍어 스스로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태깅해주는 기술이다. 현재 무려 97.25%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는 얼굴 인식 기술은 기계의 눈이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보고있고 보려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상상과 착각〉

인간은 얼굴이 아닌 대상을 얼굴로 인식하는 경우가있다. 어두운 벽의 얼룩을 얼굴로 오인 하기도 하고 구름에서 얼굴을 보기도 한다. 인간의 얼굴 인식 기준이 엄격하지 않은 것은 진화의 결과로 이해된다. 가끔 얼굴이 아닌 것을 얼굴로 인식하더라도 실제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일을 피하는 것이 사회적 활동과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결과 우리는 종종 헛것을 본다. 인식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정확도를 희생하는 탓도 있을 것이다. 한편, 구름에서 얼굴을 떠올릴 우리는 그것을 진짜 얼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구름의 다양한 패턴 일부가 얼굴을 닮았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놀이나 상상이라고 불러야 것이다.

 

인공지능 역시 구름에서 얼굴을 본다. 그런데 인간과 달리 인공지능은 그것을 진짜 얼굴이라고 판단한다. 아직 미성숙한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오류의 범위는 인간의 것보다 훨씬 넓다. 구름에서의 얼굴 인식은 인공지능의 착각에 포함된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얼굴인식은 언젠가 인간과 같은 수준 혹은 이상의 능력을 갖게 것이다. 때의 인공지능은 구름에서 얼굴을 상상은 할지라도 그것을 실제 얼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역시 중요한 동반자인 인간의 얼굴을 놓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구름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얼굴이 아닌 어떤 것을 얼굴로 보는 착각을 것이다. –작가 노트 中

 

 

여기서 얼굴을 인식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대부분 얼굴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한다. 특히 표정을 읽는다는 것은 감정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한다. 기계가 학습을 할 수 있는 현실이 성큼 다가와 있는 시기, 발달한 기술에 의해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을 대신하는 눈을 통해 그것이 ‘보는 것’을 통해 보고, 이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작가의 예측처럼 추후 얼굴 인식 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 인공지능이 구름에서 얼굴을 상상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실제 얼굴로 인식하는 일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시각적인 ‘보는 것’ 너머의 것이 의미하는 것에 대한 주목과 그것의 필요성을 요구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 작품이 묻고자 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Cloud Face – Real Time〉에서 우리는 보는 것과 보려는 것 사이에서 발견된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다. 보는 것에 대한 ‘착시’이자 ‘상상’을 이용한 이 작품은 인공지능 시각과 인간 시각의 관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결국 어떠한 존재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출처: http://www.nabi.or.kr/project/current_read.nab?idx=545

  

editor 감 주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