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 Kichul Kim

 

김기철은 ‘소리조각(Sound Sculpture)’이라는 개념으로 지난 20년간 일관되게 소리를 조각의 재료로 다루어왔다. 그는 정지된 사물로서의 조각에 단순히 소리의 요소를 더한 것이 아니라 소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해가는 가운데 철학적인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해왔다. 길이와 높이, 양과 색 같은 소리의 물리적 조건들을 시각적으로 건조하게 재현한 초기작업에서부터 그가 직접 채취한 빗소리 같은 자연음으로 심상의 풍경을 자아내는 감성적인 공간작업들, 그리고 사람의 음성을 통해 소리의 의미론적 시원을 다루는 최근 작업에 이르기까지 소리의 여러 층위들을 두드려온 그가 이제 가장 단단한 층, 즉 소리의 본질에 가까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리에 대한 오랜 관심이 그 대척점으로 인식되는 침묵으로 귀결된 것이다.

 

그렇다면 침묵에 관한 이 전시는 무음, 즉 소리가 없는 상태에 관한 것일까. 소리의 여러 모습을 살펴본 그가 이제는 소리가 모두 빠져나간 상태, 모든 소리를 비움으로써 드러나는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가. <침묵>이라는 제목의 두터운 책으로 엮인 글과 강연들에서 존 케이지는 실제로 침묵을 구현하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고 말하며 무향실에 들어간 사람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기술적으로 최대한 소리를 제거해 만든 방안에 들어갔지만 그 안에 들어간 이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두 가지 소리 (신경계가 작용하는 높은 소리, 혈액이 순환하는 낮은 소리)를 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소리 없이 삶은 단 한순간도 지속되지 못하며 침묵은 소리와 대립하는 것이지만 필연적으로 공존하는 것이라 말한다. 객관적 침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침묵은 소리 안에 주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기철이 이야기하는 침묵 또한 소리의 절대적 부재상태와 같은 대립점이 아니라 소리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침묵의 주관성에 관한 것이다. 전시제목대로 그는 침묵도 소리라고 말한다. ‘들리지 않는’, ‘듣고자 하지 않는’ 소리라는 것이다. 소리란 듣는다는 것에 관한 것이고 결국 소리와 침묵은 마음에 관한 것이다. 철학의 경계선상에 있는 이 질문에 그는 매우 조각적인 방식으로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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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다(listening)라는 지각과 인식의 문제로 접근할 때 소리의 특성은 크게 ‘들린다’와 ‘안 들린다’라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김기철은 말한다. 이 때 소리는 더 이상 귀 안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소리가 귀로는 전달될지라도 눈이 듣는 것을 막아버릴 수도, 귀에는 들리지 않을지라도 몸의 떨림이 소리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벚꽃이 땅에 떨어질 때 분명 그것은 소리를 낼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귀가 듣기에 너무 작은 소리여서라기 보다 연분홍 꽃잎들이 바람에 하늘하늘 떨어지는 모습에 우리가 시선을 빼앗기기 때문이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그의 [벚꽃 떨어지는 소리]는 시각적 아름다움 앞에서 사라져버리는 소리, 들리지 않지만 분명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침묵의 텍스쳐를 보여준다.

 

빛의 유무와 달리 소리의 유무는 실제 있고 없음 보다 주관적이다. 우리는 귀가 아닌 몸으로 듣기 때문일 것이다. 존 케이지의 말처럼 “결코 침묵이란 없다.” 침묵은 멈춤 없는 흐름으로써의 소리에 속한 것이고 소리는 개개인에게 다른 형태로 다가오는 지각과 마음의 문제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기철이 침묵에 관한 서두라고 소개하는 이번 전시의 신작들은 소리의 결말로써 침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분명 소리에 관한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출처: 김기철 작가 개인 홈페이지 http://kimkichulacoustic.wixsite.com/kichul-kim/text

 

이미지 10.035, 2014, 철 파이프 가공, 지름 4m

김기철 2밤바다, 다채널음향기기와 제어기, 동해안 파도소리, 가변크기, 2013–2016

김기철

[사진을 클릭하시면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Sound Looking, Year of production:1999-2002, Running Time: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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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 Kichul Kim

http://kimkichulacoustic.wixsite.com/kichul-kim

kimkichulacoustic@gmail.com

 

학력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Art/Integrated Media [MFA]

Art Institute of Seattle Audio Production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각과 [MFA]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BFA]

 

개인전

2014

‘침묵의 소리’, 블루메미술관, 헤이리

2013

‘彈性變形’, 시민청 소리갤러리, 서울

2010

‘華樣’, 공간화랑, 서울

2009

‘Touch/Dotik’, Multimedijski Center Kibla, Maribor, 슬로베니아

2008

‘Dependent Arising’, Center for Integrated Media, Valencia, 미국

2007

‘Sound Looking-Rain’, Telic Arts Exchange, Los Angeles, 미국

2006

‘Rapport’, Jack Straw New Media Gallery, Seattle, 미국

2000

‘海印’, 인사미술공간, 서울

1998

‘不二’, 녹색갤러리, 서울

1993

‘十一面觀音’, 건널목갤러리, 서울

 

단체전

2016

‘덕수궁 속의 현대미술’, 궁전 / 宮殿 / 궁展

‘자연, 그안에 있다’, 뮤지엄 산, 원주

2015

‘The Future is Now!’, La Friche Belle de Mai, Marseille, 프랑스

‘공간의 탐닉’, 삼전소각장, 부천

‘A jelenlévő jövő’, Koreai Kulturális Központ, Budapest, 헝가리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II’, 사비나미술관, 서울

2014

‘The Future is Now!’, MAXXI, Roma, 이탈리아

‘세종대왕, 한글문화시대를 열다’, 국립한글박물관, 서울

2013

‘해인아트프로젝트: 마음’, 해인사, 합천

‘탐하다’, 경남도립미술관, 창원

‘Now and New: 신소장품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2

‘Media city_Seoul : Spell on You’, DMC, 서울

‘Playground’, 아르코미술관, 서울

‘Hanji Metamorphosis’, The Highline Loft Gallery, New York, 미국

‘X_Sound’, 백남준아트센터, 용인

2011

‘한국조각다시보기’, 소마미술관, 서울

‘대구육상선수권기념전: 예술의 이익’, 구 상업은행건물, 대구

‘미디어스케이프, 백남준의 걸음으로’, 백남준아트센터, 용인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서울대미술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