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빛의 어울림 : 토미타 이사오의 <Dr. Coppelius>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의 대표작 <환상교향곡>은 작곡가 본인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하나의 서사적 성격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편을 삼킨 주인공은 5악장 구성의 음악에서 춤을 추거나 단두대로 향하는 모습으로 음악작품에 묘사된다. 흔히 환상적 소재는 현실과 거리를 둔 이상향으로 나타나며 서양 동양을 불문하여 다루어진다. 이는 낭만주의 발레에도 해당된다. 낭만주의 발레로 흔히 불리는 작품에서 신비적이거나 환상적인 존재가 등장한다. <지젤>에서 2막에 나오는 어두침침한 묘지에 나온 여인은 이미 세상을 떠난 존재이고, <라 실피드>에서 여성 무용수가 입는 의상은 ‘로맨틱 튀튀’라 불릴 정도로 요정처럼 아름답다.
  현실과 거리를 둔 존재는 사실 낭만주의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다. 천국으로 입성하는 가르침을 주는 교회에서 천장의 구멍이나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빛을 들어오게 함으로써 이 세상과 거리를 둔 신비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오늘날에 빛의 효과는 곳곳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영화관, 밤에 빛나는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 그리고 댄스음악 파티 ‘울트라 2016’… 빛은 실제 공간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거기에 사람들이 심취되게 만든다. 이처럼 빛이 주는 환상적인 효과는 다양한 기술적 발전의 도움을 받아 발전되어 왔다.

 환상적인 존재가 빛과 어울린 무대 작업이 2016년 11월 11일에 일본에서 공연의 자리를 갖게 되었다. 그 작품 <Dr. Coppelius>는 신시사이저 작곡가인 토미타 이사오(冨田勲)가 그의 생애 마지막에 착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무용수들이 등장하는 발레, 오케스트라와 신시사이저의 음악연주 그리고 3DCG기술이 무대에서 함께 어울린 특이한 작업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코펠리우스라는 우주 여행을 생각하는 남자이다. 그의 야망을 실현시키는 신비적 존재 ‘하츠네 미쿠’와 함께 둘은 우주로 떠나 여행 다니게 된다. 하츠네 미쿠는 무대에 올라오는 인간의 무용수와 달리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아서 만들어진 허구적인 존재이다. 예전보다 인지도가 높아진 하츠네 미쿠의 존재는, 이 작품에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무용수로 등장한다. 작품에서 그녀는 현실 속에 사는 사람들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이끌어주는 존재이자, 그녀 자체가 주인공의 꿈을 실현시키는 초월적인 존재로 나온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환상적인 공간은 보다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해졌다. 예전에 특별히 화려한 의상이나 공간설정에 따른 무대배경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면, 오늘날에는 <Dr. Coppelius>처럼 등장하는 무용수 자체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해졌다. 호프만(E.T.A.Hoffmann)의 <모래 사나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희극적인 내용으로 각색하여 발표된 1870년의 발레 <코펠리아>를 보면 코페리우스 박사가 만든 인형을 사람이라 착각한다. 그 이야기에서 인형이란 존재에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으로 보았다면, <Dr. Coppelius>에서는 빛과 기술의 조합으로 하츠네 미쿠라는 존재가 만들어진다. 하츠네 미쿠가 전술한 <코펠리아>의 발레 음악의 선율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보면 토미타가 그 발레를 알고 있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환상의 무대’라 흔히 불리는 말은, 토미타가 투병 중에 손에서 붓을 놓은 후에 첫 공연의 자리가 마련되어 비로소 ‘실현되었다’.

<사진출처> Musicman-Net http://www.musicman-net.com/artist/62782.html

<참고자료>
http://www.dr-coppelius.com/drcoppelius/#drcoppelius-1
http://www.sankei.com/entertainments/news/161111/ent1611110009-n1.html
http://www.musicman-net.com/artist/62782.html
http://www.shibukei.com/headline/11936/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