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 클레멘세비츠(Rémi Klemensiewicz)는 프랑스 마르세이유 출신 작가로 현재 서울에서 머물며 작업하고 있다. 동양 철학에 대한 오랜 관심과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앞으로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는 사운드를 활용한 미술 작품과 음악 공연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인터랩에서는 그의 작업세계에 대해 더 자세히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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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랩: 안녕하세요. Rémi라는 이름을 해미로 표현하니 마치 한국 이름 같습니다.

Rémi: 네~ 보통 레미라고 제 이름을 발음하기도 하는데 불어의 ‘r’발음의 특성상 ‘ㄹ’보다는 ‘ㅎ’에 가깝기 때문에 해미라고 쓰고 있습니다.

 

 

인터랩: 사운드 공연과 전시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나누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미술학교를 나와서 시각예술을 하면서 음악 또는 사운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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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클릭하시면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s1Kz6c5t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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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GHPW2BoZzoA

 

Rémi: 일단 저는 대학에서는 미술을 공부했지만 그 전부터 기타나 드럼을 연주했었습니다. 그리고 음악과 미술을 따로 공부는 했지만 미술 대학교에서 현대미술을 공부하면서 음악과 사운드를 분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능성을 체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가 프랑스에서 있었을 때부터 도교나 불교 특히 선불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관련 서적을 많이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관점으로 이런 음악과 미술 그리고 사운드 라는 개념들을 보게 되고 또 다시 서양 현대미술의 문맥과 겹쳐지다 보니 그러한 경계는,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냥 바라보는 시선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랩: 사운드 아트 작품에 부처가 등장하고 그런걸 보면 백남준의 작품에서 다루었던 음악적인 요소, 사운드에 대한 재해석을 연상하게 됩니다.

Rémi: 네. 전 사실 존 케이지에 대한 관심,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플럭서스에 많은 관심이 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백남준에 대해서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제 작품에서 부처가 등장하는 것은 귀를 막고 있는 부처상이 재미있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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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b7%b8%eb%a6%bc1-2Message series (I and II), speaker, Buddha sculpture, 2014

 

저를 ‘사운드 아트를 하는 사람’으로 표현해 주셨기는 하지만 사실 저는 ‘사운드에 대해’ 작업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리를 표현한다기 보다 ‘소리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진지한 프랑스남자의 60일간의 소리 경험 (기획: 김은정)

모든 일에 진지하고 아주 예민한 귀를 가진 프랑스인 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에 대한 실험을 달간 가지려 한다. 누군가가 다가오고, 혹은 언제부터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느 샌가 연주를 하기 시작한다. 연주는 이상하기도 하고 공간과 들어맞아 자연스런 대화 속에 파묻히기도 한다. 공연은 작가의 정해진 레파토리를 따라 진행되기도 하고, 시간 때우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즉흥 연주를 시도하기도 한다. 달간 작가의 연주를 듣고 돌아간 관객들은 자신의 경험을 상기시키며 공간에 대한 기억 드로잉을 언제 어디서든 있게 된다. 그리고 다시 찾게 되는 공간은 (레지던시와 전시가 끝났을 ) 자신의 경험으로 다시 기억드로잉을 하게 것이다

 

공상의 시작은 아주 캄캄한 기억 속에서 시작할 때가 많다. 시간 가는 모르는 상상 속의 행동들은 재미와 흥분으로 가득 차고 짜릿하기까지 하다. 결국 상상했던 것은 일어나지 않을지 모르고 그러한 일들은 막상 일어났을 싱겁기 그지 없을지도 모른다. 무작정 찾아간 장소에서의 공연은 은밀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자신의 곁에서 연주하는 사람은 커다란 감동보다는 피식 웃게 되는 아주 짧은 연주일 수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갑자기 시작하는 공상처럼 작가도 관객과 자신이 언제 갈지 모르는 공동의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공연인지 아닌지도 없는 소리의 실험들을 경험하게 되는 일을 상상한다. 의도치 않게 관객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표정을 기대하며 기획하였다. * 유의할 : 멜로디가 있는 대중음악을 상상하지 마시오. 공연은 즉각적이며, 아주 작은 소리로 이루어질 있음. 가까이 혹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주할 가능성이 있음. 다른 사람이 공연을 즐기는 모습도 즐길 있음.

 

공연은 작가가 레지던시를 하는 동안 수시로 일어난다. 카페 공간은 작가의 공연 성격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하게 것이다. 또한 작가가 한국에서 만난 음악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과정 또한 공연의 형태로 이어질 있다. 어두운 지하, 설비된 방음 장치에서 연습이 아닌 직접 악기를 다루며 실험하는 모습을 관객들은 모두 관람할 있을 것이다.

출처: https://neolook.com/archives/20141102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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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 클레멘세비츠_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동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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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 클레멘세비츠_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동_2014

 

 

인터랩: ‘사운드에 대한’ 작업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신다면요?

 

Rémi: 제 작품이 사운드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제 작업에 사운드가 없는 사운드 작업이 많습니다. 즉, 소리가 없을 때도 많이 있는데 그래서 사실 저는 제 작업을 사운드 아트라는 말로 잘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물리적으로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작용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제 작업중에 어떤 사운드를 듣고 수화로 표현하는 작품이 있는데 실제 이 영상 작품에는 소리가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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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클릭하시면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ErRdsByh-w

 

침묵 안에서 현재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장난 스피커, 작동하지 않는 스피커가 자주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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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aker flag, Korean flag, broken speak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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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eumsong, mixed media, sound, 2016

 

 

제가 플럭서스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을 때 그들의 작품에 동양사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두다 보니 현대미술이라는 맥락 아래에 존재하는 어떠한 모순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현대미술이 되기 위해 예를 들자면 작가, 작품, 관객이 있어야 하는 어떠한 구조적인 것 대해서 말입니다.

  사실 언어적으로 명명한다는 것이 (도를 도라고 부르면 도가 아니게 된다는 말처럼) 퍼포먼스라는 것을 정의할 때 결국 모든 움직임이 그 안에서 살아 있는 것이라 본다면 미술이라는 이름은 침묵 안에서 현재를 경험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그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다 보니 동양사상에 영향을 받았지만 현대미술의 구조로 다시 예술을 표현하게 되는 데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적 정당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동양사상이라는 것이 ‘씨앗’이라고 표현을 한다면 그 씨를 어떤 땅에 심느냐에 따라 열매가 약간씩 달라지는 것처럼 결국 모든 상황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그러면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스발트 슈펭글러(Oswald Spengler)는 “모든 문명은 유기체처럼 생성하고 소멸하는 사이클”처럼 움직인다라고 말했는데 1917년쯤 책에서 이런 말을 했을 때 문화나 문명 모두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술 또는 예술, 더 나아가 문화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 때문에, 우리는 그 환상이 너무 커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해서 역설을 느끼지는 않지만 저는 그 안에 어쩔 수없이 모순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랩: 네. 실제 전시를 보면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만나서 설명을 들으니 작업에 대해 더욱 더 명확하게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설명해 주신 부분에서 소리가 없는 사운드 작업과 소리에 대한 작업에 대해 잘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많은 활동 하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이메일 연락과 인터뷰를 통한 자세한 설명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editor 김주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