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 셔먼 : 매개되는 시선

 

 “뒤에 나오는 신작에서는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기용했습니다.”

여성 작가 신디 셔먼(Cindy Sherman)은 사진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분장을 하고 때로는 기괴한 옷차림을 하고 작품의 피사체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녀가 피사체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절대적이지 않다. 즉 그녀의 작업에 나타나는 인물은 관람자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로서 등장한다.

그녀의 <무제 영화스틸> 작업을 감상할 때, 관람자에게 그것은 어떻게 보여지는가? 이 작업을 감상할 때, 흔히 “남성의 시선을 대변해 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작품 속에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작가가 정작 남성의 시선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 각도로, 그 옷차림으로, 그 배경으로 찍힌 것일까? 작가는 그런 의도—남성의 시선을 표현했다는 의도—를 드러내려고 이 작업을 한 것일까? 그것은 단순히 찍힌 것임에도 불구하고 감상하는 사람의 시선에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 아닐까? <무제 영화스틸>은 쟈크 데리다(Jacques Derrida)가 언급한 기표-기의의 관계에서 분석해 볼 수가 있다. 데리다는 기표에 나타난 것이 기의와 일대일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기의에 침투를 당한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셔먼의 작업에서 여러 기의 중의 하나만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침투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여러 기의 중에서 남성적인 시선이 힘을 갖는 이유는, 영화라는 주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녀의 <무제 영화스틸>에서 영화는 하나의 필터작용을 하는 매개체로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영화의 나오는 여성은 가엾고 쓸쓸하게 보이게끔 정형화된 여성상을 나타내주는 데 기여를 한다. 주변에서 만나는 실제 여성이 갖는 특징이나 성격은, 영화라는 매체로 비추어지면서 여성의 고정관념을 형상화한다. 그럼으로써 남성의 시각에 근거한 관찰기반이 형성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무제 영화스틸>에서 셔먼이 영화의 형식이 매개하는 관객의 시선을 결정하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의 아브젝시옹(abjection)과 연관되어 자주 언급되는 기괴한 모습의 작품은, 그녀의 사진 작업을 보는 감상자의 시선에 대해 말해준다. 이 시기의 그녀의 작업을 설명할 때, 종종 “작가가 기괴한 옷차림으로 나타나…”라고 설명된다. 작가는 여전히 사진 속에 있는 인물과 동일하다고 보는 일반화된 감상자의 시각에 머무른다.
 그런데 셔먼은 장난스럽게 이러한 말을 하면서 피사체=작가의 통념을 뒤흔든다. “제 작업을 잘 아는 사람들은 피사체가 모두 저라 생각하겠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도 좀 포함시키려고 했습니다.” 작가가 작품에 나타나 있지 않지만 감상자는 작가가 거기에 있다고 판단을 내린다. 그런데 여러 기괴한 모습으로 나오는 존재를 보고, 어떻게 작가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이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주장한 ‘저자의 죽음’ 또 거기서 힘을 얻은 ‘독자’의 가능성과 연관시켜 볼 때 여전히 ‘독자’가 일반화된 시각으로만 감상하는 것과 같다. 셔먼의 작품을 보고, 감상자는 독자의 불가독성으로서 드러난다.

보는 사람의 주관성과 함께 객관성을 갖는 사진이라는 매체는 셔먼의 예술 작업에서 작가로 회귀된다. 작가가 모든 피사체로 찍혔다는 통념, 그리고 영화를 매개로 해서 본 시선은, 앞서 셔먼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 어느 정도 힘을 갖게 해준다. 어느 정도라고 쓴 이유는 그녀의 말이 여전히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감상자는 그 존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다가, 설명문에 나오는 그녀의 모습이라는 말에 반응하고서는 작가라고 믿어버린다. 한편으로 셔먼은 이러한 일반화된 시선을 유희하듯이 작품의 주제로 다루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는 사람을 약간의 혼돈에 빠지도록 해보고 싶어요.”

<사진 출처> Artsy [www.artsy.net/artist/cindy-sherman]

<참고 자료>
『現代美術―ウォーホル以後』, 美術出版社, 1990

김희영,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2002
마단 사럽 / 전영백 역, 『후기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조형교육, 2005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