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리원 RiiWon Hong

 

인간의 존재적 실체에 관한 나의 탐구

나는 서있는 사람들, 누워있는 사람들, 앉아있는 사람들, 또는 어떠한 행위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화면에 담는다.

한편 내가 담아낸 인간군상들은 화면에서 포즈를 취하듯 행동하거나 시선을 맞추는 행동으로 관람자를 의식하고 있다.

 

인간 존재를 보는 나의 시각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20년이면 완성되나, 미처 충족되지 못한 내적 미성숙은 평생을 걸쳐 완숙(충족/충만)을 갈망하는 분투가 계속된다. 따라서 대대손손 이 불완전한 개체들의 전 생에 걸친 삶의 장면은, 매 순간이 자신의 존재적 실체를 체감하고자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때문에 2012년까지 등장하는 인간군상들은 자신의 존재를 체감하기 위하여 소모적인 행위에 몰두하며 자신을 내던지고 있다.

 

내가 인간 실체를 묘사하는 시각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먼저, 앞서 말한 젊은 인간군상으로 대변하는 미완의 인간, 그리고 잘 표면화된 형상 묘사.

두번째, 표피 아래에 생물로서 이루어진 실제 인간의 육체. 그리고 생물학적+사회적 생태계.

마지막으로 인간의 시각을 넘어선 직관으로 보는 인간의 신체와 형상, 모든 것을 초월하는 인간 존재의 근원.

 

이 세번째로의 전이가 현재 형상이 해체되고 사라지며 세계와 나누어 묘사할 수 없게 된 에너지 체, 혹은 직관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때문에 오랜 기간 형상이 없어지는 과정을 거쳐 오게 되었다.

 

나는 꽃을 머리에 얹은 인간, 훌라후프를 목에 두르고 먼 곳을 응시하는 인간의 이미지를 보며 이들의 존재를 깊이 들여다본다. 결과적으로 최근까지 인간에 대한 묘사는 신체의 외형은 사라진 자연과 나의 직관을 오가는 추상적인 화면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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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지금의 추상적 지점 

김주옥 큐레이터

회화의 오랜 역사에서 보았을 때 ‘추상(抽象)’은 시기에 따라 미술의 사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었지만 대체로 형상을 뽑아 없애버리고 점ㆍ선ㆍ면ㆍ색채에 의존하는 조형 표현을  지칭해왔다. 예를 들어 입체주의 회화에서 형태를 해체했다거나 절대주의 회화에서 보이는 기하학적 추상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동시대 현대 미술에서의 ‘추상 회화’에서는 사실적 형체를 벗어나려고 하는, 즉 미술사적으로 주로 다루어진 것과는 또 다른 흐름을 전개하고자 하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2016년 3월에 있었던 알파고와 한국 프로기사 이세돌의 바둑경기가 우리에게 큰 혼란을 주었던 이후 우리는 그동안 과학 기술의 발전을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을 통해 좀 더 진지하게 4차 산업혁명의 예고를 받아들였고 그것은 단순히 인공지능의 출현을 받아들인다는 사실 외에도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인식의 틀을 어떻게 깰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순간에 와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그렇다. 추상회화의 역사를 말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말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현재이다. 굳이 융합의 시대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말이다. 홍리원 작가의 회화를 접했을 때에 우리는 기존의 인식의 방법론을 토대로 ‘조형적인 미’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나아가 ‘왜 회화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작가가 이야기 하려는 기저의 것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작가는 본인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던 분야와 삶의 화두, 그리고 그것들을 파악하기 위해 읽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의 진화와 우주, 과학에 관련된 우리가 얼핏 생각하기로는 미술과는 동떨어진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은 형상 이전의 인간의 육체가 어떻게 생물학적으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후 어떻게 사회라는 생태계 속에서 작동되는지에 도달한다. 

작가는 꽃을 머리에 얹은 인간, 훌라후프를 목에 두르고 먼 곳을 응시하는 인간의 외형적 이미지를 보고 그들 존재의 기반을 유추하며 사회 속에서 공존하는 작가인 ‘나’의 시선을 통해 그 사람들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표현하는 도구는 ‘추상’의 형태를 띠고 있는 회화이다. 또한 그 회화는 아직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는 우주 근원의 것이고 그것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작가의 회화작품이다.

글머리에 언급한 것처럼 현대 추상회화는 단순히 형태를 없애버리려는 시도 외에 좀 더 원형의 무언가를 해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비록 그것을 표현하는 회화의 외견과 형식은 추상회화의 전형성을 빌리고 있지만 우리가 좀 더 세상과 우주를 알기 위해 과학과 기술이라는 잉여가 필요한 것처럼 아직은 우주의 원리에 접근하고 있는 과정에서 표현될 수 있는, 즉 작가가 세계를 파헤치려는 탐구의 과정은 ‘회화’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에게 지금 현재 이러한 추상화의 모습으로 보여 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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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리원 RiiWon Hong

Web :  riiwon.com

Email : riiiwon@gmail.com

 

학력

2014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

2009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17 <Portraits of You>. Art&space312, 서울

2013 <People in the Light>. HoMA, 서울 

 

단체전

2012 <Being ; 네개의 눈>. 웅갤러리, 서울

2010 International Koean Art Festival, 괴테문화원, 독일

2010 Sweet spring collection, G-갤러리, 서울

 

 

untitledUntitled_oil on canvas, 116.8×91.0cm, 2015

human-existenceHuman Existence_oil on canvas, 111.5×145.5cm, 2015

훌라후프를 목에 두른 여자 oil on canvas 116.5x96.5cm 2016
훌라후프를 목에 두른 여자, oil on canvas, 116.5×96.5cm, 2016

홍리원1

Nature, oil on Canvas, 72.7×72.70cm,  2017

홍리원2

바라보는 여자, oil on canvas, 130.3×97.0cm,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