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랩에서는 오늘 심승욱 작가의 작업 세계에 관한 인터뷰를 소개한다. 2차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현재 심승욱 작가가 입주해 있으신 국립현대미술관-고양레지던시에도 방문을 해보았다. 인터뷰를 하면서 즉흥적인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그리고 자세히 답변해 주시는 것을 보고 정말 ‘준비된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평소에 많이 생각하시고 고민하신 것들이 작가만의 철학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 이야기를 들으며 매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Stable instability – EXIT, 232X32X240cm X3개, 아연도금강, 적동. LED 전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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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ject-a, instability, 167x139x172cm, 구조목, 아크릴, 광목, 운반대, 2016

 

%ec%9e%91%ec%97%85%ec%8b%a4-2Stable instability, 가변 설치(대략 284X189X257cm -installation size), 아연도금강, 철사, LED 조명, 구조목, 합판, 2016

 

%ec%9e%91%ec%97%85%ec%8b%a4-3Propaganda machine – Hey! the speech, 60X60X117cm, 아연도금강, 알루미늄, 목재, 우레탄 바퀴, 음향장비,  2016

 

 

심승욱 작가님은 미국 시카고예술대학교(SAIC)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설치, 조각, 사진 등을 통해 인간의 욕망, 구축과 해체, 과잉과 결핍을 주제로 표현해 왔는데 갤러리아트사이드《부재와 임재 사이》(2015), 문화역서울 284 《리플랙션》(2015), 소마미술관《무심》(2015), 서울시립미술관《공허한 제국》(2015)을 비롯한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었다. 2014년 프루덴셜아이어워즈아시아 현대미술분야에서 조각부문으로 수상했으며, 2009년 미국 ISCP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한국에 머물며 국립현대미술관-고양레지던시에 입주하여 활동하고 있다.


 

인터랩: 안녕하세요. 심승욱 작가님, 제가 작가님 페이스북을 통해 작업세계가 아닌 작가님의 일상과 그 일상 속에서 생각하시는 여러 가지 것들을 보았는데요. 상당히 철학적으로도 많이 알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고 정치에도 관심이 있으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심승욱: 제 생각에는 2015년에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았던 그 시기가 제 작업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계기는 2014년 세월호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전에도 물론 이러한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만 작업에서 그런 정치 또는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제 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고 자식을 가진 아빠의 입장에서 세월호 사건을 접했을 때에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아마도 그런 것들이 작품에 녹아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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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8b%ac%ec%8a%b9%ec%9a%b1_cause-and-effect_%eb%84%a4%ec%98%a8_30x110x15cm_2015Cause-and-Effect_네온_30×110×15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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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에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관에서 열린 <<공허한 제국>>전시를 했을 때 어떤 사람은 “이 전시의 작가들은 모두 좌파성향의 작가들이냐?”라고 질문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나 사회문제를  이야기 하는 작가를 모두 그렇게 편협하게 생각하는 수준 낮은 질문들 중에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단순한 구조의 사회도 아니고 예술가가 혁명가는 아니기 때문에 작가들이 무언가를 표현한다고 해서 세상이 작품 몇 개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미술 작업에 담긴 작가의 생각과 사회적 관점들이 자연스럽게 사회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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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제국 포스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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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혁명적인 화두를 가지고 전면에 나서서 급진적인 프로파간다 역할을 하는 것이 예술가이고 예술작품의 기능이 아니라 미술은 서서히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꾸준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제리 살츠(Jerry Saltz)가 “예술이 전세계 기아를 막을 수도 없고 전쟁을 막을 수도 없지만. 세상이 아주 천천히 변화하는데 기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라고 한 말에 동의합니다.

 

 

 

인터랩: 고양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2016.10.21.-10.23) 기간 동안 작가님이 소품판매를 하신 것을 보았는데 그 행사에 적힌 “불우이웃 성금-여기에 돈을 버리시오.”라는 문구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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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승욱: 네, 일단 레지던시 프로그램중에 오픈스튜디오가 있는데 방문객들이 작가와 얘기하고 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그 안에서 뭔가를 차별화 하자는, 뭔가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보자는 생각으로 황문정 작가가 기획하고 몇몇 작가님들과 함께 이벤트를 준비해 봤습니다. 그러한 생각으로 ‘작가소품판매-에스키스 샵’이라는 것을 열었는데요. 제 작품인 <구축 혹은 해체> 연작의 몰드를 이용해 만든 로즈마리향 비누를 만들어 봤습니다. ‘돈을 버리시오’는 다소 자본주의에 관한 냉소적인 의미를 희화해서 쓴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교회를 통해 굿네이버스 후원을 하고 있는데 그때 소품을 판매해서 번 돈은 모두 좋은 일을 위해 쓰고 싶었습니다.

 

 

 

인터랩: 작가님 작품의 제목을 보면 굉장히 언어유희적인 표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심승욱: 제가 작업을 할 때에는 사회전반적인 것을 분석하듯이 여러 함축적인 단어들을 통해 부분부분 작업에 대한 모티브를 잡고 있는데 코믹하게 내지는 가볍게 비꼬듯이 말 하고 있습니다. 즉 저의 작업의 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그런 것들이 모두 토대가 되어 사회 전반적인 것을 조형언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저의 기존작업과 현재작업간의 차이가 좀 있다고 보는데 과거에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세련된 형식으로 재 포장하려는 태도가 있었다면 지금은 전면에 메시지를 드러내려고 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부재와 임재>라는 작품 제목에서의 ‘임재’는 종교적인 단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적인 임재의 어원에서 보면 인간이 존재하는 것에서는 존재라고 표현하고 신이 존재하는 것에서는 임재라고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하나님께서 임재하셔서….”라고 성경에 쓰입니다. 사실 처음에 제가 말하고자 하려던 것은 존재함과 부재였습니다. 하지만 영어식 표현에서는 임재와 부재가 같은 단어인데 한글에서 신의 존재를 임재라고 표현하는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존재 대신 임재라는 단어를 써 보았습니다.

 

 

안정적 불안정성(stable instability) 작품 내용은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오늘날 사회현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임과 동시에 2016 작품 전반의 주요한 테마다.

 

삶은 채워지지 않는 결여와 절제할 없는 과잉의 연속 현상 속에서 섬세하고 예민하게 작동한다. 그런 것들은 가시적으로 구축과 해체의 없는 반복처럼 보인다.

예술창작을 포함해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가치의 생산과 소비 모든 영역에서 시스템은 동일한 같다. 우리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회적 불안정성에 직면하며 불신과 불통, 고립과 대립, 두려움과 분노 같은 것들을 경험하고 반응한다. 결국 그것이 어떤 형식과 태도로 표현되든잠재적 불안과 폭력성에 기반 한다.

 

2007 결핍과 과잉의 욕구를 설치와 조각, 사진으로 표현 하면서 시작된검은 중력연작 으로 부터 2009 작품, ‘구축과 해체에서는 상반된 의미를 지닌 행위의 상호간 모호한 경계와 함께 중심에 자리한 불안정성과 폭력성을 표현 하고자 하였다.

 

최근에는 안정적 불안정성이라는 테마 속에서자의적 고립화라고 할수 있는 신고립주의의 사회현상에 주목하고 있으며, 소통과 관계를 내부로 침투하려는 이질적이고 하이브리드(hybrid) 적인 것으로 재인식하려는 오늘날의 정치적 사회적 태도속에 감지되는 신자유주의의 종말과 고립주의의 환상을 다양한 매체와 시각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 심승욱 작가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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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랩: 작가님의 작품의 주요 특징 중 다른 하나가 ‘검은색’이 많이 사용된다는 것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심승욱: ‘검은색’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제가 의도하는 작품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한 것인데 저의 의도를 시각적 결과물들로 이끌어 내는 것이 저에게 필연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은 내용들이다 보니 그런 내용을 진중하게 드러내기에 검은색이 좋았습니다. 검은색은 저에게 점잖은데 야하고, 무거운데 가벼운 이중적인 속성을 지닌 색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조수와 함께 일하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 작업 할 수 있는 재료를 써야 하는데 너무 무거우면 이동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가벼운 재료를 쓰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게의 가벼움을 드러내지 않는 시각적으로 무거워 보이는 것을 표현하기에는 검은색이 가장 걸맞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작업을 하다보면 작가만이 볼 수 있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생기기 마련인데 작가가 느끼는 약간의 미숙함조차 어두운 검은색은 덮어버리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구축과 해체>과 같은 작품을 할 때 저는 초산비닐수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일반적 합성수지인 액체 플라스틱을 부어서 만들면 깔끔하고 명확한 결과물이 되겠지만 뭔가 의도치 않게 깨지고 허물어진 듯한 즉흥적인 형태를 표현해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쓰는 이 글루 형질을 통해 작업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인터랩: 작가님은 레고 작업도 하시는 것 같은데 레고는 처음 어떻게 접하게 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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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승욱: 레고는 제가 어릴 때 잘 갖고 놀던 것인데 한동안 잊고 있었다가 아들이 태어나고 나서 장난감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니 제가 어릴적 레고를 좋아했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레고의 속성 중 하나는 일반적인 장난감과는 다르게 만들고 해체하고 또 만들고 하는 과정이 반복 될 수 있습니다. 작품의 주제인 ‘구축과 해체’에 너무 적절하게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는 12월에는 킨텍스에서 레고 전시를 하게 됩니다. <<브릭 라이브 쇼>>에서 제가 작업한 레고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인터랩: 12월에 한 번 가서 봐야겠습니다. 전시 정보 감사합니다.

2회에 걸쳐 자세하게 작가님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오픈하여 이야기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활발한 작품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editor 김 주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