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8c%80%eb%ac%b8%ec%82%ac%ec%a7%84인터뷰-일과 예술로서의 노동: 이정형 작가

 

이정형 작가는 작가이자 전시장 설계-디자이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고 있는 노동은 본인과 같은 다른 작가의 전시 공간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전시’를 열기 위해 하고 있는 행위는 작가 개인에게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일이고 전시장 설계-디자이너에게는 작가의 전시를 열리게 해주는 한 부분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정형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에 마침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송은아트큐브 전시장에서 이정형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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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랩 : 안녕하세요. 이정형 작가님, 첫눈이 오는 날 이렇게 전시장에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리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시가 크게 두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한쪽에서 다른 쪽 전시작품을 벽에 난 구멍을 통해 몰래 훔쳐보듯이 볼 수 있게 된 구성이 참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마침 그때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계셨고 그 옆에서 작가님께서 페인트칠하시는 광경을 제가 보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작가님께서 말씀하시려는 주제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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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형 : 네, 제가 전시장 디자인을 하고 있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작가이기도 하고요. 원래 제가 2008년 졸업을 하며 미술을 시작했을 때 작가를 꿈꿨고 그러면서 어떤 작가의 어시스턴트를 26살부터 30살까지, 3년반~4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업체관리, 스케줄관리, 공정관리 등을 맡아서 일했는데 자연스럽게 기능과 스킬이 늘다 보니까 30살 때 어씨를 그만두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른 작가들에게 연락이 와서 전시를 할 때 도와주면 좋겠다고 부탁을 받게 됩니다. 사실 작가들이 모두 어씨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다보니 전시를 하거나 할 때 기금을 받거나 스폰서가 붙은 전시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성으로 작가들 도와주는 전시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공사, 벽, 가구 만들기를 할 수 있냐는 제안을 받으면서 프로젝트 하나를 다 맡아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 전시 오퍼레이터, 전시 디자인을 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까 같이 일하는 친구들 몇 명과 함께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2D그래픽, 3D 그래픽하시는 분, 그리고 전시장 안에 들어가는 구조물을 만드시는 분과 같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저는 주로 현장실무 전시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랩 : 제가 작가님과 말씀 나누기 전에는 작품과 주제를 보고 작업을 하기 위해 척박한 환경에서 부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한 부분이 없지 않은데 막상 작품을 보니 작가님이 행복하고 작가로서, 전시장 디자이너로서의 일을 하시는 작가님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이정형 : 사실 제가 가장 지양하고 싶은 부분이 그거예요. 예를 들어 작가가 힘들다고 하는 부분을 너무 노출하는 것이요. 어느 기업에서 스토리 펀딩을 할 때도 불쌍하게 극적으로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는데 저는 제가 있는 현실에서 제가 경험하는 그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 작품으로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예술 작업을 하기 위해 부업으로 그런 일을 했다는 인과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훨씬 일-작업 동시적입니다.

동시성을 가진 이유는 이번 개인전 전시 제목을 <<오늘의 현장>>이라고 붙인 이유도 바로 그 일과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업의 동시성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전시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일이 곧 내가 하는 작업의 소재이기 때문에, 즉 내가 작품을 해서 전시하는 것도 그 누군가의 전시를 만드는 ‘일’을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저에게는 결국은 일과 작업이 하나가 되어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일하는 사람으로서 노동, 작품을 하는 노동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이 사람들은 작가로서의 노동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반문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일을 노동이라고 부를 때 작가가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을 작가의 노동이라고 한다면 이게 작가의 노동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인지, 왜 특별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미술 노동자들이 예술가가 될 수 있냐고 저에게 질문을 한다면 예술노동자들이 말하는 바가 있으면, 즉 그 카테고리 안에서 말하고 싶은게 있으면 예술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노동하는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기 때문에 누구나 잠재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지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관점, 그것을 발현할 수 있는지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제가 한동안 일이 많이 들어오게 되면 작업을 해야 하는데 시간상 예술작업을 할 시간은 부족하고 작업을 하고는 싶은데 뭐할지 모르겠고 일은 계속 들어오고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한동안 일을 하면서 작업을 안 하기도 했던 적도 있습니다. 두 가지를 다 하긴 해야겠는데 계속 할 때마다 마음 한 켠에 불편한 마음이 계속 생기다가 결국 이 자체를 작업화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013년 이전에는 전시장 일과 제 작품을 위한 작업과 분리하고 동떨어진 상태에서 생각하다가 2013년 이후에는 그 둘을 분리했던 생각이 합쳐지면서 그 둘의 일을 제 일이자 작업으로 합치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제 삶 자체가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작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국에 경험하고 있는 삶이 작업과 연관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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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형, 현장 보고서, C 프린트, 가변설치, 2016

 

인터랩 : <현장보고서> 작품에서는 지금까지 했던 전시장 일을 기록해 두신 것 같은데 매번 이렇게 자료를 준비해 주시나요? 아니면 작품을 하시려고 그때그때 일의 결과물을 아카이빙 하신 건가요?

이정형 : 예전 사진 자료는 인스타그램 같은게 발달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보관하고 있는 것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제가 전시장 일을 하는 것이 결과론적으로 따져봤을 때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과정의 일을 하는 것이다 보니 중간 과정이 잘 보이지 않는 특징이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보통은 출입이 차단 공간이기 때문에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지 못 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이 <현장보고서> 작품을 한 이유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전시장이라는 공간에서 무언가를 하는 행위 자체가 내 작업을 하고 있다는 플라시보 효과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매번 전시장 일을 하는 것이 설치작업처럼 보여질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작가들은 작업을 하면 자기 주제에 대한 리서치를 하게 되는 데 제가 이 일을 하는 것을 제 작업을 위한 경험이나 리서치 등으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가 만들어지는 매커니즘을 볼 때 우리는 최종 결과인 전시만을 보기 때문에 작업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동일한 공간에서 하나는 작업이고 하나는 작업이 아니게 된 것인지, 즉 왜 작업이라 불릴 수 있고 왜 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그 모호한 경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쓰레기가 작업장에 와 있으면 작품으로 읽히게 되는데 어떤 이유 때문 인지에 대한 질문이 되기도 하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본질적으로 예술이 무엇인가, 전시는 무엇인가에 대해 그 두 가지가 제 삶에 있어 그 프로세스 안에서 부정하고 싶은 것도 있고 긍정하고 싶은 것도 있는 겹쳐져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랩 : 지금까지 어떤 연유에서 현재의 작업이 되었는지 잘 이해가 됐습니다. 혹시 앞으로는 작업에 대한 방향성이라던지 관심 갖고 계시는 주제가 있을까요?

 

이정형 : 제 작업을 전체적으로 본다면 사진시리즈 작업, 부산물 시리즈 작업, 미술관의 벽 시리즈 작업 이렇게 세 부분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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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벽 시리즈 작품을 봤을 때 대체로 전시장, 전시 공간, 벽과 관련되어있는 약 70프로가 ‘미술관의 벽’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술관의 벽을 칠하는, 즉 페인트 칠하는 사람을 페인터라고 한다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영어로 페인터라고 하는 점을 봤을 때 벽이 화가의 팔레트와 같은 기능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가가 물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팔레트를 쓰는 것처럼 현장 기능공들, 기술자들도 화가와 같은 입장으로 작업을 한다고 봅니다. 동일한 노동을 하는데 한쪽은 백그라운드고, 한쪽은 작업이 되는 부분이 아이러니 했습니다.

 

앞으로 저는 조금 더 ‘전시 공간’에 대한 주제로 작업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던가 조금 더 ‘노동특화된’ 것들이 드러났다면 이제 ‘공간특화된’ 장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즉 노동이라는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전시’라는 부분에 좀 더 포커스를 두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인터랩 : 네, 다음 전시가 많이 기대가 됩니다. 전시장 문을 닫을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자세한 답변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ditor 김 주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