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피오나 탠 : 내일은 어디?

 마이크 니컬스(Mike Nichols) 감독의 1967년에 개봉된 영화 <졸업>에서, 막판에 둘이서 결혼식장에서 뛰어나가는 장면이 있다. 다른 남자와 결혼하려다가 사랑을 되찾은 둘은, 쫓아오는 사람들을 제치고 급하게 버스를 탄다. 뒷자리에 황급히 앉은 둘을 승객들이 바라본다. 처음에는 승객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 기쁜 표정으로 둘이서 안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가 배경음악으로 들리면서 그들의 얼굴이 식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 동안 둘의 표정은 계속 화면에 비친다. 종잡을 수 없는 시선의 처리는, 당황스러운 것으로 보이며, 마치 관람객에게 시선을 보낸 것과도 같다. 그들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이 함께 탄 버스가 달려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 장면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에서 낭만적으로 둘이 걸어가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졸업>에서 그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피오나 탠(Fiona Tan)은 영상작업을 하는 인도네시아 출생의 여성 작가이다. 그녀의 작업은 종종 정체성과 관련성을 가진다. 그녀의 작업 중에 영화 <졸업>과 유사한 작업이 있다. <내일>이라는 작업에서 그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다. 화면 안에 일렬로 서있는 청소년들은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가리키는 듯 행동하거나, 빤히 쳐다보거나,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있다. 아시아 계 사람, 흑인 계 사람, 백인 계 사람, 사실 보기만 해서 출신을 확실히 하지는 못하지만, 일렬로 선 여러 학생의 여러 모습이 옆으로 이동하는 느린 카메라워크로 촬영된다. 여러 학생의 모습을 담은 이 화면과 함께, 같은 상황에서 찍은 것이지만 인물 한 명 한 명에 포커스되어 나타나는 화면이 있다.

 여기서 <내일>이라는 제목이 카메라에 포착된 대상을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다.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희망을 걸고 어른들이 이야기를 하듯, 내일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희망적인 인상을 느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청소년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내일이라고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내일이라는 말은 청소년이 마음 편하게 웃음을 짓지 못하는 것이 된다. 카메라 앞에서 일렬로 선 것을 제외하고서는 그들은 일관성 없이 표정을 짓고 있다.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있는 채 어떤 표정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와 같은 청년들의 표정은 미래가 하나의 낭만에 그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기쁨이 약속된 미래는 없을 것이다. 결혼식장을 뛰어나온 둘은 황급히 버스를 탔지만 어디로 가는 것일까? 웨딩드래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는 부모와 만나지 않는 일이 가능할까? <내일>에 나오는 청소년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가? 카메라를 통해 마주하게 될 미래의 관람객, 그리고 카메라가 포착하는 청소년의 시선은 둘 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진 출처> Glasgow International [http://glasgowinternational.org/events/fiona-tan/]

<참고 자료>
실비아 마르틴/안혜영 역, 『비디오아트』, 마로니에북스, 2010

editor Yuki Ko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