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호 Kyoungho Ko

 

  고경호의 작품에는 특정한 개인들이 호출되어 있지만, 그들은 무수한 익명적 주체들의 공존으로서의 세계를 예시함으로써, 집단의 역사로 확대된다. 나무로 나타나는 자연이나 벽으로 나타나는 문명 또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시간 속에서 주체와 조우하는 타자로 드러난다. 이러한 타자들은 인간적 생애를 초월하는 두터운 시간의 겹을 둘러쓰고 있지만, 인간 이전의 것도 인간 이후의 것도 아닌 시간에 둘러싸인 세계, 곧 문화적 세계이다. 그것들은 익명적이지만 주체가까이 현존하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이선영 비평글 中

 

 

%ea%b3%a0%ea%b2%bd%ed%98%b8-1

고경호_reflection-tree_혼합재료_90×66×2cm_2009

 

%ea%b3%a0%ea%b2%bd%ed%98%b8-2-1%ea%b3%a0%ea%b2%bd%ed%98%b8-2-2

 

단절과 소통의 변증법적 세계 재구성-재해체

 

거대한 코뿔소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왜소함을 표현해주고 있다. 고경호의 코뿔소는 단순하다. 그만큼 강렬하다. 그러나 코뿔소의 등 뒤에 존재한 세계는 복잡하다. 부조리 극작가 이오네스꼬가, 희곡 [코뿔소]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깃들인 폭력의 잔인한 실체를 고발했다면 고경호의 코뿔소는 존재의 끝없는 외로움과 불가해한 서계의 근원적 공포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고경호는 코뿔소만 덩그랗게 방치해 놓지 않는다. 그는 존재를 둘러싼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동원한다. 측면 벽에는 투명한 다섯 개의 유리상자 안에, 코뿔소의 몸체에서 뽑혀진 다섯 개의 뿔이 세워져 있다. 그것은 멸종위기에 놓여있는 하등포유류의 슬픈 운명을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옆으로 프랑스 시인 네샤르의 시 [a에게]의 몇 구절이 적혀 있다. 또 코뿔소의 뒷면에는, 조선왕조 마지막 황제인 고종과 명성황후가 묻힌 홍유릉 앞에서 어린 아이가 코뿔소의 뿔을 힘겹게 들고 흑백사진이 걸려있다. 사진 위에는 [우리가 보는 것은 반투명이지 투명이 아니다] 라는 글이 보인다. 그리고 코뿔소의 정면에 커다란 볼록거울이 놓여 있고, 볼록거울 속에 반영을 통해 비로소 이 모든 해체된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다.

자, 이것이 고경호가 서로 상이한 이미지를 충돌시켜 복합적으로 재구성한 세계의 모습이다. 그가 이끄는 대로 발판을 딛고 서서 볼록거울을 보면, 나와 코뿔소와 그것을 둘러싼 또 다른 세계가 동시에, 복합적으로, 비쳐진다. 나는 셋P-내에 존재한다. 나와, 나를 둘러싼 코뿔소의 상이한 세계는, 볼록거울 속에서 또 다른 왜곡된 현실로 합일된다. 그러나 내가 바라보는 볼록거울 속의 세계는 진정한 세계의 모습인가? 확신할 수 없다. 나의 시선이 볼록거울 속을 바라보지 않으면, 그 속에 재구성된 세계는 또다시 해체되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의 삶을, 삶답게 만드는 것인가. 진정한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고경호가 재구성한 또 다른 세계는 이런 질문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코뿔소 주위를 천천히 돌며 우두커니 서 있는 고독한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 거칠고 두꺼운 피부를 만져보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거대한 몸집, 아무런 쓸모도 없을 것 같은 축 늘어진 거친 피부, 순하고 커다란 – 모든 것을 보고 있으면서고 사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 같은-눈, 존재를 보호하기 위해 뾰죽하게 솟아난 뿔. 나는 무엇인가 그를 향해 말을 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의 언어는 그의 귀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부서져 파편이 된다.

문화평론가 하재봉 비평글 中

 

%eb%8d%95%ec%88%98%ea%b6%81-1

%eb%8d%95%ec%88%98%ea%b6%81-1%eb%8d%95%ec%88%98%ea%b6%81-2%eb%8d%95%ec%88%98%ea%b6%81-2

 흰 코뿔소의 여정, 증강현실, 설치, 혼합매체(섬유강화플라스틱, 스테인레스 스틸, 종이, 나무 등), 400×115×168cm, 2012-2016, 덕수궁 속의 현대미술 <<궁전/ 宮殿 / 궁展>>, 덕수궁 덕홍전 전시 전경

 

 

고경호 작가의 <흰 코뿔소의 여정> 조각 작품과 지승열 공학박사의 증강현실(AR)의 협업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중층구조로 구성된 설치작품으로 조각과 AR로 매체부터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만들어졌다. 멸종위기에 처한 흰 코뿔소의 조각 위로 AR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원래 고경호의 <흰 코뿔소의 여정>은 홍릉을 배경으로 코뿔소 뿔을 든 소년의 사진이 마지막 조선왕조 대한제국과 흰 코뿔소의 운명이 중첩되도록 나타나도록 표현되었다. 다소 복잡하고 낯선 <흰 코뿔소의 여정>의 구성에 대해 작가는 커다란 흰 코뿔소 덩치에서 오는 위압감과 고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생김새,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덩치 큰 초식동물만이 가지는 특유의 서정성, 이오네스코 연극에서 등장하는 문학적인 냄새, 최음제의 원방재료였던 코뿔소의 뿔과 소비국이었던 한국 등 복합적 이미지로 다가옴을 느꼈다. 이 흰 코뿔소의 운명이 대한제국의 역사와 겹쳐지며 AR 영상으로 캡쳐되어 부유하며 떠다닌다.

 

——————————————————

고경호 Kyoungho Ko

 

학력

국민대학교 건축디자인 박사

School of Visual Arts 대학원 석사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각과 석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사

 

 

개인전

2012

‘Review1-흰 코뿔소의 여정’, 관훈갤러리, 서울, 한국

2009

‘고경호전’, 헤이리 금산갤러리, 파주, 한국

‘고경호전’, 355SPACE, 동경 금산갤러리, 동경, 일본

‘ECHIGO-TSUMARI ART TRIENNIAL’, 후쿠타케하우스, 니이가타현, 일본

2007

‘고경호전’, cube space, 서울, 한국

‘고경호전’, 오스갤러리, 전주, 한국

2005

‘Electroscape – International New Media Art’ ,Shanghai Zendai Museum of Art, 상하이, 중국

2004

‘Digital Sublime New Masters of Universe’, 타이페이당대미술관, 타이페이, 대만

‘물위에 꽃이 피다’, 금산갤러리, 서울, 한국

2001

‘고경호 전’, 갤러리 Art Point, Tokyo, 일본

2000

‘마음 속의 美’, 금산갤러리, 서울, 한국

1996

‘기계도 오르가즘을 느낀다.’, 녹색갤러리, 서울, 한국

1993

‘유추-흰 코뿔소의 여정’, 갤러리보다, 서울, 한국

1991

‘클레오파트라의 바늘’, 갤러리현대, 서울, 한국

이 외 다수

 

최근 단체전

2015

‘refraction’, 스피돔갤러리, 서울, 한국

2014

‘여유만만’, 교토세이카대학미술관, 교토, 일본

‘프란체스코 교황 방한 특별전’, 명동성당 평화갤러리, 서울, 한국

2013

‘몽유’, 자하미술관, 서울, 한국

‘Blue, Dust, Brick’, 쿤스트 독, 서울, 한국

‘중한현대조각교류전’, 난징미술관, 난징, 중국

‘한국현대조각회전’, 한원미술관, 서울, 한국

2012

‘한일현대조각전’, 동경 한국문화원, 동경, 일본

2011

‘삼인전시’, 보다갤러리 컨템포라리, 서울, 한국

‘중한현대조각전’, 북경 한국문화원, 베이징, 중국

이 외 다수

 

수상

2015 국무총리 표창

1993 제1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92 제1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89 제8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제12회 중앙미술대전 특선(호암미술관, 서울)

 

작품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호암미술관

한국통신

한국문화예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