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윤 Seo Yoon Park

 

 

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이미지의 힘을 빌려 현실 너머에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담아내는 것이다. 나에게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한다는 것은 오감으로 인지 가능한 형상을 통해 형상 너머 무형의 무언가와 소통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오감으로 접해지는 현실의 현상들 너머에 있는 세상에 대한 갈증이며, 언어로써 표현되는 것과 언어로써 표현될 수 없는 간극에 걸쳐 서있는 세상이다. 

  문명 안에서 사람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동물이다. 그 무리 안의 개인들은 각자가 처한 문명규범에 따라 사회화 되고, 떼를 지어 생활한다. 그 안에서 인간이란 각자의 사고방식을 지니고, 각자의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속한 사회의 관념과 관습을 지니고 있는 존재이다. 이와 같은 무수한 인간들은 무리 안에서 서로 경쟁함과 동시에 서로 협동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은 개인의 생물학적 생명만큼이나 사회적 생명을 중시하며 살게 된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무리 안에서 확인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리 안에서 자신이 가진 사회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지닌 인간의 ‘본성’ 중 부정적인 부분. 즉, 개인이 숨기고 싶은 모든 불유쾌한 요소들을 감추게 된다. 이것은 인간의 특성 중 열등하고, 부끄럽고, 가치 없고, 원시적인 부분이라고 판단되는 요소들이다. 이렇게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숨김으로써 자신이 되고 싶은 사회인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것을 칼 구스타브 융은 ‘그림자’라고 정의한다.

 모든 개인에게는 이런 그림자가 존재하는데, 현실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생존방식을 가지고 있는 자아의 뒤에는 그림자가 반드시 필수 동반된다. 나는 바로 이런 그림자가 인간을 인간적인 인간으로 만든다는 점에 주목한다.

 

 “드러나진 않지만, 언제나 우리 안에 있는 ‘그림자’들은 무의식 속에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가?”

 

 여기에서부터 작업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감춰진 ‘그림자’들은 그대로 사라지지 않고 마치 음식물 쓰레기에서 생명이 탄생하듯, 비록 주체가 외면할지라도, 계속 살아남아 그들의 생을 이어나가며, 그들끼리 분화하고 있다고 상상한다. 마치 ‘당신이 나를 숨겨도 나는 당신 안에 살아있습니다.’ 하고 말이다.

 작업 안에서 무의식의 세계는 그림, 드로잉, 입체,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된다. 그것들은 생명체이기도, 사물이기도, 건축물이기도, 풍경이기도 하며, 아주 느린 호흡으로 무의식 속 그림자들의 탄생과 소멸, 변화와 지속, 반복과 순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여러 가지 재료와 매체를 다양하게 사용하여 ‘그림자’를 인지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과정은, 살면서 자신도 모르는 체 숨겨지거나, 알면서도 억누르는 스스로의 본성을 정탐하고자하는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동시에 자신의 본성을 마주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며, 개인과 그림자가 현실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길 바라는 바람에서 이루어진다.

 비록 작업은 개인의 본성에 대한 무의식 속 환상에서 유발되었지만 결국은 모든 개인의 무의식에 감춰진 본성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미지를 통하여 현실에서는 부재하지만 현실 너머에 엄연히 존재하는 무의식의 세계를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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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와 소가 우연히 만나다 part1, CG Digital Printing, 84.1×59.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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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일의 여행, Video, 60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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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 Mixed media, 110×14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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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윤 Seo Yoon Park

Email : siwsy11@naver.com

학력

2016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

2012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 졸업

 

단체전

2016

‘Epiphany_문득출현’, 갤러리52, 서울, 한국

‘Good 삶 예찬’, 상원미술관, 서울, 한국

‘신아트촌 예술프로젝트’, Calm’s 아카데미, 서울, 한국

2013

‘기억과 상상, 그 공간의 흔적’,  스페이스컴, 서울, 한국

‘이작품을 주목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조형관, 서울, 한국

‘틀을 깨다’, 겸재정선 기념관, 서울, 한국

2012

‘엑소더스’, 서울대 우석홀, 서울,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