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필립 글래스의 최대범위

 미니멀minimal, 최소한을 뜻하는 말이다. 1960년대 미니멀아트 작가는 주로 공장에서 제작된 산업적인 물건을 갤러리로 갖다 놓았다. 이때 작품은 어떤 지시적인 것이 아닌 ‘물자체’로 전시되었다. 여기서 미니멀 아트가 가리키는 범주가 주로 미술 분야에 해당되는 것이었다면, 같은 시기 음악가 중에 음의 배열이나 음의 반복에 관심을 두는 작곡가가 등장했다. 1960년대 중반에 필립 글래스(Philip Glass)는 <Two Pages>라는 전자오르간을 위한 음악작품을 만들었다. 솔-도-레-미♭-파의 단순한 패턴이 음의 수를 늘리거나 감소시키면서 음악이 진행된다. 동일한 음의 패턴과 차감에 따라 전개되는 이 작품은, 금욕적인 인상을 주는 동시에 몽환적인 인상을 준다.

 필립 글래스는 오늘날, 대표적인 미니멀음악의 작곡가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런데 그의 태도는 다른 미니멀아트 작가들이 했던 시도보다 다양했다. 도널드 저드(Donald Judd)를 비롯한 미술가들이 작가성보다 사물성을 강조하면서 작업을 했고, 동시대에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가 <Music for 18 Musicians>을 작곡했던 시기에, 그는 순수음악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70년대에 오페라 <해변가의 아인슈타인>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연출가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과의 협업으로 알려져 있다. 오페라라는 예술작품이 그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해변가의 아인슈타인>도 다양한 예술가가 참여하고 있다. 무대연출은 윌슨, 그리고 글래스와 ‘더 키친’에서 교류가 있던 루싱다 차일즈(Lucinda Childs)가 안무를 일부분 담당했다. 글래스는 음악을 담당하여 가사 및 대사는 자폐증을 가진 시인 크리스트퍼 놀즈(Christopher Knowles)와 일부분을 배우로 무대에 올라온 사뮈엘 존슨(Samuel Johnson)이 썼다.

 <해변가의 아인슈타인>으로 성공을 거둔 이후, 글래스는 오페라를 계속 써가게 된다. <Satyagraha>(1980)<Akhnaten>(1983)은 그가 스스로 이야기했듯이 <해변가의 아인슈타인>와 함께 글래스의 ‘포트레이트 오페라 3부작’이라 불린다. 각각 어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이 작품 외 한편으로 글래스는 2007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와 교류를 하면서 그녀의 소설 <제3,4,5지역의 결혼>(1997)을 오페라로 상영했다. 오페라뿐만 아니라 글래스는 영화음악을 작곡하게 된다. 1982년에 제작된 갓프레이 레지오(Godfrey Reggio)의 <Koyaanisqatsi>(1983)의 배경음악을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글래스는 무용음악을 쓰게 된다.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의 무대<In the Upper Room>(1986)는 머스 커닝험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순수한 동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수잔느 베가(Suzanne Vega)와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이 가사를 쓴 <Songs from Liquid Days>(1986), 그리고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시인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의 시에 착안하여 작곡한<Hydrogen Jukebox>(1990)에 이르기까지, 글래스는 음악과 타 예술 장르 사이를 접근시켰다. 그는 자서전에서 80년대와 90년대사이에 착수한 모든 일에 작곡가의 역할이 가진 여러 가능성을 실험했다고 한다.

 필립 글래스가 작곡가라는 측면에만 머무르면, 그의 작품이 미니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페라, 연극, 무용, 영화음악에 음악을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타장르의 예술가와 협업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 그의 작업은 다른 미니멀 아티스트보다 창작의 범위가 넓었다고 할 수 있다. 글래스의 음악은 미니멀하게 들리나, 그의 활동범위는 음악이 개입할 수 최대한의 여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LA OPERA [http://www.laopera.org/einstein]

<참고 자료>
フィリップ・グラス, 藤村奈緒美(訳), 「フィリップ・グラス自伝 音楽のない言葉」, YAMAHA, 2016

小沼純一, 「ミニマル・ミュージック」, 青土社, 2008

 

editor Yuki Konno